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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 앉는 것은

  집을 나오기 전에 창 밖 물웅덩이를 봤어. 그것으로 나는 비가 오는지 오지 않는지를 판단하거든. 조용히 퍼지는 그 파동이 오늘은 없었어. 우리가 물결이라고 부르는 그것이 물 위에 퍼질 때, 우리는 또 그걸 물결이라고 부르다니. 참 이상해. 우산을 챙기지 않고 나왔는데, 안경 위로 자꾸 뭐가 내려앉더라. 그건 물결이 되지 못한 비의 재채기 같...

피는 더렵혀져야 한다

  사전적의미로 다문화가정은 서로 다른 국적, 인종, 문화를 가진 남녀가 이룬 가정이나 그런 사람들이 포함된 가정을 광의적으로 포함한다. 2003년 경, 한 시민단체가 ‘국제결혼’, ‘혼혈아’ 등의 차별적인 이미지와 그로 인한 부정적 정서를 해소하기 위해 제안한 이 단어는 현재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다문화라는 것은 여전히 많은 이...

반말 마 반말 마 반말 마

  “여기는 학번이 우선인가요, 아니면 나이가 우선인가요?” 라며, 부산사투리 억양을 최대한 자제하려는 물음이 내 첫마디였다. 대학에 입학해 소위 ‘새로 배움터(새터)’라는 곳에 참석하기 위해 과 사람들과 버스를 탔을 때다. “당연히 학번이죠.”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당연히’가 주는 강박감이 내 가슴에 쿵하고 떨어졌고 이곳은 정말 새로 배워야...

둘이 하나인 마음

  그는 또 말이 없다. 베개를 두 개 겹친 후, 허리를 기대고 누워 책을 보는 듯 하더니 갑자기 일어나서 창문을 연다. 나는 그걸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는 방충망도 열어젖히더니 가만히 비가 쏟아지는 어두운 밖을 바라본다. 문득 조금 전까지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잔으로 손이 가려는 순간 그가 말했다. 사운드 하운드 알어? 라고....

변할 수 없다는 것의 일관성

  “삐빅. 잔액이 부족합니다.”라는 소리와 함께, 이미 버스에 탄 손님과 내 뒤에서 엉거주춤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눈길이 내 얼굴과 등에 와 닿는다. 나는 주섬주섬 호주머니를 뒤져 천 원짜리 하나를 꺼내어 요금통에 집어넣는다. 버스에 오르기 전 미리 점찍어 뒀던, 평소에 좋아하는 맨 뒷줄 구석자리가 어떤 아저씨에 의해 점령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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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장

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