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이자 일본 여행의 마지막 날 by James



지금은 도쿄 내 아카사카 근처에 있다. 지난 주 금요일에 여기로 와서는 오늘 오후 5시 비행기로 다시 인천으로 들어간다. 가져온 백팩은 너무 무겁고 시간은 애매해서 숙소에서 체크아웃 한 이후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어 자막이 있는 일본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도 보고 노트에 생각도 정리하다 문득 생각나서 블로그에 글을 남긴다.

이번 여행은 역시 느닷없었다. 갈까 말까 고민을 떠나기 3일 전까지 했고 나는 그 3일 전에 숙소와 비행기 모두 예약했다. 작년에도 분명 급하게 했는데도 그 때와 비교하면 총 비용이 20만원은 더 든 느낌이다. 그만큼 지금이 성수기라는 것이겠지. 나는 여름 휴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바깥에서 느끼는 더위를 나는 쉽게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여름엔 패스하려고 했더니 연차 중 일부는 쓰지 않는 경우 보상비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반 의무적으로 연차를 써야했다. 10월엔 내가 생각하는 진짜 휴가를 쓸 예정이라 그 전에 어떻게든 연차를 써야했고, 어딘가로 떠나긴 애매한 날짜라 그냥 또 일본으로 정했다.

더위때문에 여름 휴가를 싫어한다고 했는데 이곳은 폭염으로 난리였다. 매일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보니 햇빛을 받고 흘리는 땀은 참 오랜만이었다. 햇빛이 강해도 땀흘리며 걸어다니는 그 순간이 좋아서 참 많이 걸었던 것 같다. 그랬더니 피부가 금방 타버리더라. 원래 예민하기도 하지만 이번 폭염은 너무 심해서 이곳 뉴스에서도 자주 나오더라. 그래서 목 뒤와 팔이 꽤 따끔거렸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4일 째에는 무작정 쉬고 싶기에 작년에 오래 못 있어서 아쉬웠던 다이칸야마로 가서 커피 마시며 책을 읽었다. 그 시간이 너무 좋아서 일어나기 싫을 정도였다. 다이칸야마에서 쉬는 건 이번 내 여행 목표 중 하나였으니 나는 그 목표를 충실히 수행했다.

도쿄로 간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또 가냐는 말이었다. 나는 급하게 잡았다고 둘러댔지만 나는 도쿄가 나쁘지 않다. 일부 사람들은 휴가 떠나는 사람에게 방사능이 어쩌고 저쩌고 이야기했다. 가끔은 말하지 않아도 되는 건 말하지 않았으면 할 때가 많다. 그게 미덕인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건 걱정과는 다르니까. 충분히 알고 있는 걸 또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쨌든 나는 또 도쿄로 왔다. 작년과 다른 것은 그래도 두 번째라고 주위로 눈이 돌아간다는 것.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지 않았다. 사람들의 말하는 소리, 차 소리, 도시가 뿜어내는 소리 등을 가만히 들었다. 나와는 평생 연관이 없을 사람들, 아무도 나를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듣는 소리는 참 새로운 기분을 전해준다. 혼자이면서도 고독하지 않은 느낌. 인연이 없다는 것에서 오는 자유 같은 걸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매번 나는 해외 여행(그래봤자 몇 번 안된다)을 혼자 왔고 그리 불편한 점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불편하다기 보다 쓸쓸함이 좀 컸다. 그건 내가 이 곳을 두 번째 왔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혼자 왔을 땐 긴장하고 정신이 없어 외로움 같은 건 없었는데, 이번엔 여유가 있어 그런지 문득 외로운 적이 많았다. 그래서 매일 밤 긴 맥주 두 캔을 마시고 잠들었다. 그리고 저녁은 매번 근처 식당에서 규동을 사서는 <결혼 못하는 남자>를 보면서 먹었다. 궁상처럼 보일지 몰라도 나는 그게 내 휴가답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화려한 걸 기대하고 온 것은 아니니까.


이번 여행은 많은 곳을 돌아다닌다거나 많은 걸 경험해보려는 목적은 없었다. 작년과 다른 것은 점심 정도는 소위 '맛집'이란 곳을 찾아 갔다는 점이다. 작년엔 매번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먹었는데 이번엔 발품이란 걸 팔아서(그 폭염 속에서) 직접 먹으러 갔다. 다행히 시간이 잘 맞아서 기다리는 일은 없었지만 나름 잘 먹었다. 사실 점심을 먹으며 사람들은 이런 걸 맛있다고 하는구나 싶었다. 한국에서도 맛집을 찾아다닌다거나 하지 않고, 막상 비싼 걸 먹어도 진짜 맛있다 라는 말이나 생각을 거의 하지 않기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TV나 드라마에서 '오이시-!' 하면서 먹는 그 사람들을 나는 따라할 수 없더라.



어제 밤 아버지는 한국에 언제 오냐며 다 정리하고 홀가분하게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카톡을 보내셨다. 실은 그 말 속에 아버지가 홀가분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어 있다는 걸 안다. 어찌 관계라는 게 쉽게 끊어지고 기억이 정리되겠는가.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조금 빨리 정리하고 있고 이젠 거의 아무렇지 않다. 오늘 비행기를 타기 전에 나는 더 많은 끈을 놓을 것이고 한국에서 이루어져야 할 정리도 준비할 것이다. 어쩌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도 그것이었지 않을까. 내가 혼자인 걸 깨닫는 것. 하지만 혼자서도 잘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 그걸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화려하지 않아도 꾸준히 살아가는 게 내 삶이고 여행은 내 삶을 또 다른 연속이니까. 이제 슬슬 공냥이를 만나러 돌아가야겠다.


즐거웠습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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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