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은 시간을 같은 행동으로 채운다 by James



어찌 보면 삶은 똑같다. 나는 여전히 10분 간격으로 알람을 두 개 맞춰두고 잠이 든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동안 거의 같은 시간에 첫번째 알람이 울리고 10분 후에 또 알람이 울릴 것을 알고 잠이 든다. 수건을 챙겨들고 욕실로 가서 면도를 한다. 잠이 덜 깬 그 시간에 정성스레 면도를 하는 경건함 같은 건 없다. 머리를 감고 헹구지 않은 상태로 양치를 한다. 샤워를 하고 매일 같은 스킨 로션을 바른다. 아침 시간 중에서 하는 행동들 중에 다른 것이라곤 별 생각 없이 고르는 향수 종류 뿐이다. 그리고 같은 시간의 기차를 탄다.


이별을 했다. 이별을 했음에도 나는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10분의 알람 사이에 울리던 그녀의 목소리가 사라졌고, 일하는 중간에 스마트폰을 켰을 때 아무런 연락이 없는 정도랄까. 그래서인지 요즘 아이폰 배터리는 충전하지 않아도 꽤 오래 유지된다. 한 번의 이별을 시도했던 사이라 이번엔 조금 나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많이 울었고 나는 먼 곳을 바라보았다. 차가울 줄 알았던 내 마음도 꼭 그렇지 만은 않았다. 예전엔 서로의 손을 깎지꼈다면 이젠 인사하는 듯한 악수로 대신했다. 떠나면서 그녀는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듯 다시 잘해볼 마음이 없는거지, 라고 물었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20대의 대부분을 했던 사람과 그리고 그 시간과 헤어진다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다. 단순히 슬프다는 감정만으론 정의될 수 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목 부분에 가득찼던 먹먹함, 내 몸의 슬픔은 눈두덩이 위로 몰리지만 흘러넘치진 않았던 그 마음, 그런 것들을 어떻게 쉬운 단어들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래도 어쨌든 우린 헤어졌다. 마지막에 술을 못 먹는 그녀는 맥주를 시켰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맛이 없는 치즈스틱과 치킨텐더를 두 번 정도 씹고 먹지 않았다. 그 긴 맥주 두 잔이 다 비었을 때 그녀와 나는 자리를 떴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그 빈 잔 사진을 찍었다.



아무렇지 않을 것이라, 이젠 더 이상 아픔도 슬픔도 없을 것이란 내 예상은 보란듯이 빗나갔다. 그게 시간의 무게때문이겠지만 나는 그 무거움에 조금 버거워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 같은 시간이 출근을 하고 비슷한 일을 하고 웃어야 할 때 웃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멍하게 있는 내가 느껴져 깜짝 놀라곤 한다. 그 무게감이 가벼워지는 건 언제쯤 될런지. 나는 당분간 술을 마시지 않기로 했다. 사회생활하면서 한 잔도 안 먹을 순 없지만 자제하려고 노력한다. 이제 나를 혼자 챙겨야 한다는 생각, 잠시 편하게 놔뒀던 나 자신을 다잡아야 할 순간이 다가온 느낌이다. 단순히 정신차리는 일이라 할 수 있겠지만 본래의 나를 찾으려는 발버둥이기도 하다.




역시나 세상에 좋은 이별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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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