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술을 취할 때까지 마신다 by James




오늘은 술에 대해서 얘길 하고자 한다. 실은 술 얘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안주, 가 아니라 어떤 사람과 마시느냐이다. 그러다보니 그 속에서 일어나는 관계에 대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고. 어찌되었든 나는 술을 많이 마시고 있다. 횟수로는 적을지라도 한 번 마실 때 꽤 많이 마신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겠지만 많이 마실 때는 이야기가 잘 통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일 때다. 그리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 특히 더 자주 마시러 나가는 듯하다. 내가 먼저 술 마시자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보통 그렇게 말이 나올 때는 내 스트레스의 정도가 가장 높을 때이다.

그렇다고 토할 정도로 마시진 않는다. 일정 이상 마시다보면 더 이상 먹으면 안되겠단 생각이 들고 보통은 남들이 먼저 그만마시자고 이야길 한다. 술을 오래 마시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대부분은 나는 정신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나는 정신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정신 차리고 있어야 한다는 마음, 집에 가야 한다는 열의 등이 술을 오래 마실 수 있는 밑바탕이라고 생각한다.

술을 많이 그리고 오래 마시다보니 그걸 싫어하는 사람과는 잘 안 마시게 된다. 억지로 마시라고 하는 경우는 절대 없지만 왠지 서운해지는 건 있다. 나혼자 취하고 기분 좋아진다는 그 느낌이 싫다. 그럴 땐 차라리 그냥 커피나 마셔도 나는 상관없는데, 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둘이서 마실 땐 또 이런 생각을 안 한다. 너는 안 마셔도 돼, 그냥 나혼자 마실께 이야기나 하자 라는 뉘앙스를 풍기곤 한다. 이상하게 둘이 마실 땐 이런게 더 기분이 좋을 때도 있다. 당연히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이렇게 마시려고 노력하는 경우는 없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술을 마시곤 하는데 일이 많아지고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져갈 때 나는 취해서 돌아와선 빨리 잠드는 걸 즐기곤 했다. 이러한 태도가 위험한 것이란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 당시엔 어쩔 수 없었다. 그렇지 않고는 내 마음이 풀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차라리 술 마시며 떠들고 취해선 잠들어 버리는 게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그리 좋지 않은 방식이었다(요즘은 그런 마음을 꽤 많이 줄였다). 재미있는 건 이렇게 취해도 꼭 몇 자의 말을 함축해서 인스타 등에 올리고 잠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고 문 앞에 들어설 때 까지는 모든 기억이 생생하지만 집 안에 들어온 순간부터는 기억이 뜨문뜨문하다는 것.

술을 마시는 대상은 대부분이 회사 사람이다. 같은 사무실에 있는 선배인 경우도 있고 친하게 지내는 동기일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과는 보통 금요일에 술을 마시는데, 나는 사실 내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남의 사정이나 이야기를 듣고 내 생각이나 조언을 해주는 수준에서 그칠 뿐, 내가 가진 스트레스나 불만을 잘 표하지 않는다. 내가 기분이 좋지 않아 만나자고 해놓고도 남들은 나를 만나면 먼저 자신의 불만을 토로한다. 내가 이야기를 잘 들어주게 생겨서인지, 혹은 이것도 일종의 경쟁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즐기다보면 내 기분이 나아진 걸 느낀다. 이는 내가 그만큼 공감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해 굶주려 있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걸 원했던 걸 아닐까. 그래서 비슷한 생각으로 내가 취해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공냥이와 함께 누군가가 있었음 좋겠단 생각을 꽤 자주 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결혼 생각을 하는 건 아니고.


나와 공감을 해주고 마음을 통하는 사람에 대해서 요즘은 많이 생각한다. SNS든 실제든 자신이 이쁜 척 하거나 귀여운 척 혹은 재고있는(소위 밀당과 비슷한) 여성을 볼 때가 많다. 하지만 요즘은 그 사람 외모가 어떻든 전혀 관심이 생기질 않는다. 특히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정부터 떨어져 버린다. 조심하는 것과 숨기는 건 확실히 다른데, 최근에 이런 저런 자리에서 그런 사람들을 꽤 자주 봐서 욱했던 적이 몇 있었다. 뭐가 그리 복잡한지 나는 모르겠다. 요즘은 이쁜 사람들보다 적극적이고 이야기가 잘 맞는 사람이 더 좋다. 이야기가 오가는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그 감정의 부드러움이 좋아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공감하고 싶어지게 되는 것이다. 사실 사람에게 끌리는 건 뽀샵처리한 사진이나 입술을 동그랗게 내민 셀카가 아닌데,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게 어필할 수 있는 바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즉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다운 사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본다. 소속으로 인한 '무리'나 '패거리'가 아니라 말 그대로 사람으로서 끌리는 그런 대상들 말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런 사람들이 많다. 이젠 잠시만 이야기를 해보아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이런 것에 민감했지만 요즘은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사람을 대하다보니 조금 더 자신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단은 내리질 않는다. 그 판단이 진짜 이 사람을 모르게 막을 수도 있으니까. 대신에 그렇게 좋은 사람들과는 꼭 술을 마시고 싶어진다. 실은 술취한 상대방의 이야기보다는 술취해야만 조금씩 드러나는 내 이야기 때문이지만 말이다.


다음 주 금요일엔 1박 2일 워크샵이 예정되어 있다. 많은 술을 마시겠지만 나는 조금 자제하려고 한다. 누구나 그렇듯 사람이 많을 때 모두가 마음에 들수는 없는 거니까. 매주 이렇게 한잔씩 하다보니 벌써 6월도 마지막이 다가온다. 그리고 집에서 술 먹기 좋은 장마가 찾아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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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