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작고 많은 일들이 by James


  글을 쓰지 않은 그동안 너무나 작으면서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것을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거니와 이젠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가장 큰 일은 아마 일본을 처음으로 다녀온 것일테다. 언제나 그렇듯 급하게 날을 잡고 허겁지겁 다녀왔다. 일은 꾸준하고 회사 안에서 조금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보려고 몸을 풀고 있다. 그 과정과 결과는 모두에게 비밀로 남겨두고.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다녀와서 느낀 건 좋은 것들을 향유하자는 것이다. 잡스러움을 피하고 좋은 걸 경험하고 좋은 걸 쓰자는 말인데, 이걸 쉽게 풀이하기가 힘들다. 우선 좋은 음악을 많이 듣자는 점은 충분히 실행중이다. 모 레코드점에 격주로 가서 이것 저것 앨범을 담다보면 금방 10만원이 넘어간다. 그래도 집에 와서 하나하나 듣는 그 순간에 나는 묘한 희열을 느낀다. 제대로 살아가고 있구나, 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면 과장일까.

  싼 맛에 많은 것들을 사왔다. 특히 패션과 관련된 것들이 많은데 그러다보니 이제는 일정 수준(질이 아니라 양)을 넘어섰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아주 이쁜 것이 아니면 아무리 싸도 지불할 의향이 없어졌다. 차라리 질 좋은 제품을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에. 싼 맛에 안 사도 이미 웬만큼 채워졌다. 그래도 여러 브랜드의 옥스포드 셔츠와 데님은 꾸준히 사모으고 있다. 일주일 중 이틀 밖에 입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요즘 가장 좋은 순간은 퇴근 후 늦은 밤에 지하철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오는 20분이다. 싸늘함때문에 겉에 입은 재킷 주머니에 손을 넣고 음악을 들으며 걸어오는 그 순간이 꽤 좋다. 집에 어서 가서 쉬고 싶지만 그 20분을 포기할 수는 없을 정도다. 오늘은 내가 이 순간을 위해서 발걸음을 늦추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번 주엔 회사 내 시험이 있어 공부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늘함과 조용함 사이에서 퍼지는 음악이 좋아 걱정 따윈 제쳐두었을 정도로. 왠지 이 순간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것도 어렴풋이 알겠다. 날은 추워지고 나는 어서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 공냥이를 안고 싶어지겠지. 그땐 또 그때 만의 즐거움과 내 시간이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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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