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이냐 가방이냐 by James


어렸을 적부터 나는 짐을 많이 들고 다녔고 그래서 가방도 클 수밖에 없었다(큰 등판 때문에 작은 가방은 어울리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고). 집 밖에 나갈 때면 그 날 다 읽을 수 있든 없든 책과 잡지를 몇 권씩 넣어 다녔다. 큰 필통도 빠질 수 없었고.

학생일 때보단 읽어야 할 책이 적기도 하고 내 의지도 많이 사라진터라 가방은 점점 백팩에서 토트백으로 바꿔들기 시작했다. 요즘이야 남자들도 많이 들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캔버스로 만들어진 토트백을 들고 다니면 어울리지 않는다며 타박을 듣기도 했다. 물론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많이 들었고.

누군가에게 가방은 여전히 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바깥에 나갈 때 없어선 안 될 옷의 일부처럼 존재감을 갖고 있다(그래서 가방을 꾸준히 사는건가). 한 주 동안 일에 약속에 내 시간을 제대로 가진 적이 없는 것 같아 아침부터 씻고 나올 준비를 했다. 당연히 짐도 챙겼고. 여름이면 더 애용하는 필슨 토트백에 잡지 세 권 책 한 권 다이어리 필통 아이폰충전기 모자 안경케이스 등을 집어넣고 길을 나섰다.

가방을 좋아해서인지 소심해서인지 몰라도 카페든 지하철이든 바닥에 가방을 놓는 행위는 나에게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가방 아래가 튼튼하게 가죽처리가 되어 있든 그렇지 않든 더러워보이는 어딘가에 놓아 두는게 영 꺼림직하기 때문. 그래서 카페에 가면 꼭 의자에 놓아둔데, 가끔은 상전을 모시는 건 아닌가 하는 민망함도 든다.

오늘 B magazine의 Porter 편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다. 나는 가방 자체가 좋은 건지 그 기능이나 디자인이 좋은 건지. 이것도 소모품일 뿐인데 너무 큰 의미를 두는 건 아닌지. 한 가지 확실한 건 차를 사더라도 나는 가방을 꼭 가지고 다닐것 같다는 점. 그 허전함을 채울 수 있는 건 지금 현재로선 아무것도 없지 않을까.




그리고 포터는 일본에서 사면 더 싼지, 가리모쿠 의자를 좀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도 궁금했다(일본 여행과 의자 구입은 올해 내 목표).




덧글

  • 준탁 2013/06/23 21:05 # 답글

    가방 이야기는 아니지만, 가리모쿠 가구들 정말 이쁘네요! 가격빼고.. .... ㅠㅠ 잘 지내시죠?
  • James 2013/06/27 07:13 #

    아주 마음에 들어서 하나 사려는데 가격이 부담스럽네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잘 지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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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