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 되어가고 by James


  2월 25일에 첫 출근을 했으니 월요일이면 달로는 한 달이 된다. 그동안 큰 일 없이 잘 출근했고 기차를 놓치거나 기차에서 잠들어 내릴 곳을 놓치는 경우도 없었다. 같이 일하시는 분들은 다 좋으신 분들이고 바쁜 와중에도 내가 묻는 질문에 잘 대답해 주신다. 점심 시간은 짧고 퇴근 시간은 늦어지고 길다. 95명의 동기들이 함께하는 카카오톡 단체창엔 매번 백 여개의 글이 올라오지만 나는 그걸 제대로 읽을 틈도 없다. 배터리가 빨리 닳고 집에 갈 때 음악을 못 들을까봐 걱정한다. 내 주위에 콘센트가 없기도 할 뿐만 아니라, 보안 문제로 컴퓨터와는 연결할 수 없으니 아침에 100% 충전해서 가는게 전부기 때문이다.

  매 주말 약속이 있었다. 그 와중에도 빨래를 하고 일요일 저녁엔 셔츠를 다려야 했기에 주말은 언제나 빨리 지나갔다. 한 달이 다 되어 가서야 조금 여유가 생겼고 오늘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 아침에 빨래를 돌리고 밥을 먹고(요즘은 집에서 먹는 밥은 주말에만 가능하다) 커피를 내렸다. 런던 여행 갔을 때 Monmouth에서 사온 원두가 여전히 남아 있다. 원래 그럴 수도 있지만 시큼한 맛이 강하다. 커피를 마시면서 평소에 듣지 않던 음악을 틀어놓고 토요일 오전을 즐기고 있다. 오늘 오후부터 밤까지 약속이 있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 혹은 자격을 얻기 위해서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다. 4월엔 시험도 있기에 그 준비도 해야 한다. 며칠 전에 연수원 때를 제외하고 첫 월급을 받았는데 그 낮은 금액에 놀랐다. 실수령액이 적다는 건 알았지만 생각보다 너무 낮아서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원래는 적금을 세 개 들려고 했으나 하나만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 밀린 카드값과 다음 달 방세를 현금으로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여유 현금이 없었다. 그래도 사고 싶은 건 여전히 많다. 평소엔 몰랐다가도 이것 저것 보다가 아 이게 나에게 지금 필요하네, 라고 생각해서 지르는게 이젠 익숙하다. 소위 비합리적 소비가 이런 걸 얘기하는 걸까. 혹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명언을 올바르게 따르는 건지.

  책은 하루에 세 페이지 읽으면 많이 읽는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잠자기 전에 잠깐 읽을 뿐이다. 3주에 책 두 권, 한 달에 원서 한 권 그리고 그 틈에 끝없이 읽는 잡지들. 학생 때 아무리 바쁘고 졸려도 이게 목표였고 힘들지만 달성할 수 있던 순간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1/100도 힘들지 않나 싶다. 말 그대로 눈 뜨면 회사고 눈 감으면 집인 그런 삶. 게다가 생각보다 적은 월급. 야근하고 홀로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던 어느 날, 나는 나도 모르게 이게 사는 건가 라고 진지하게 물었다.


  조금 성급하게 혹은 거칠게 말하면, 나중에 자유롭기 위한 변명을 지금 만들고 있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봤다. 내가 그렇게 힘들게 고생하면서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자유가,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는 자유가 주어지는 게 당연하다 라고 얘기하고 싶어서 지금 이렇게 아무런 불만을 표하지 않고 지내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 사실 그것보다 나는 불평 불만을 할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게 더 확실하겠다. 내가 선택한 일이다. 내 선택에 불만을 가지고 후회를 하면 나는 더 이상의 발전이 없을테다. 자신에 대해 실망하는 순간 어떻게 무너질지 상상조차 하기 싫으니까 지금은 묵묵히 내 일을 하면서 지내는 거지. 점심 때 급하게나마 잠시 입에 커피를 넣는 그 순간, 반쯤 졸린 상태로 신경써서 타이를 매는 그 때, 아주 늦은 밤 냉기를 느끼며 듣는 음악. 그리고 가끔 언제 시킨지도 모르는 택배. 그런데서라도 나는 즐거움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글을 안 써보니 이젠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덧글

  • eun 2013/03/24 22:03 # 삭제 답글

    그러게요ㅜ 소모되는 기분이랄까나
  • 국화 2013/03/25 15:22 # 답글

    완존바빠보임므.
  • simamoto 2013/03/26 14:35 # 답글

    직장생활이 팍팍하죠? 신입이라 더 힘드실 듯.

    1달,3달,5달... 1년,3년,5년... 을 주기로 고비가 찾아와요..심숭생숭하니...내가 여기서 이돈받자고 뭐하는짓인가싶기도하고...

    그시기 잘 넘기면 더 길게다니고..아니면 옮기고...

    ...여튼 힘내십시오!!! 확 때려치고싶더라도...때려치기전에 더 나은대안이 없으면... 현실에서 화이팅하는게 최선!!!
  • simamoto 2013/03/26 14:36 # 답글

    그래도 사람들이 힘들게하는건 아닌거같아.. 다행이네요.

    일보다 인간관계잘하는게 더 힘들어요 ;ㅁ;
  • ijey 2013/04/05 20:19 #

    전적으로 동감. 인간관계 잘 하는게 더 힘들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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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