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에게 이루어지는 일상 by James



  처음에 공냥이가 우리집에 오고 다시 갔다가, 완전히 왔을 때 사료 4kg 를 샀다. 평소에 사료도 많이 먹지 않고, 아침에 밥을 주면 하루 종일 조금씩 먹는 애라서 이 사료를 언제 다 먹이나 싶었다. 그런데 최근에 사료가 딱 다 떨어졌다. 그만큼 시간이 지났다는 거겠지. 로얄캐닌 인도어를 먹이는데 나름 잘 먹어서 또 주문하려고 장바구니에 담았다. 공냥이는 화장실을 흡수형을 쓴다. 응고형은 사막화인가 하는 걸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고 그 응고물질이 발바닥 젤리에 안 좋다는 얘기도 들려 그냥 흡수형을 쓴다. 거기에 깔아주는 모래(펠렛)도 거의 바닥이 보여서 같이 장바구니에 담았다. 화장실에 까는 패드도 평소엔 10개 묶음을 주문하다가 이번엔 50개 묶음을 샀다. 또한 평소에 입냄새가 꽤 많이 나서 양치를 시켜줘야지, 했지만 계속 미뤄왔었다. 그래서 검색을 해보고 치약을 주문했다.

  공냥이가 온전히 나에게 오고 수술을 시키고 간호를 했던 순간들, 서로가 처음 겪는 순간들 뿐이었고 그렇게 서로가 조금씩 적응해 왔다.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이젠 추워져서 공냥이 털 색깔도 조금 변했고, 공냥이는 이불을 찾아 들어가는 버릇이 생겼다. 공냥이가 어떻게 해주면 좋아하는지도 알게 되었고, 공냥이도 어떠한 걸 하면 내가 싫어하는지 안다. 공냥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내 허벅지 위다. 노트북을 사용하거나 공부를 할 때 의자에 앉으면 어김없이 허벅지 위에 올라와서는 잠을 잔다. 내가 불편해 내려놓으면 틈을 보다가 또 올라온다. 또한 내가 조금 무심한 모습을 보이니 언제나 냐옹냐옹하면서 말을 거는 건 공냥이다. 또한 커튼을 갖고 장난을 치려고 하거나 내 셔츠를 긁으려고 할 때 '쓰읍' 하는 내 소리를 들으면 후다닥 침대 밑으로 숨는다. 공냥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건 오빠가 아닐까, 라고 누군가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11월이 다가온다. 면접까지 너무나 긴 시간이 있어서 그런지 조금 편하게 지냈다. 잠도 많이 잤고 많이 걷기도 했다. 한 주 조금 넘게 남은 시점에서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 할 순간이다.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A라는 기업에 서류가 합격하고 인적성시험도 합격했다. 그런데 이 기업은 특이한게 면접설명회를 개최했다. B라는 기업에도 서류를 합격하고 인적성시험을 쳤다. 우연히 A 기업 인적성시험을 친 장소에서 딱 일주일 있다가 쳤었다. 특이하게 이 곳은 결과가 빨리 나왔고 합격을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A 기업 면접설명회 날에 B 기업 면접이 있었다. 그것도 가까운 곳에서 두 일이 예정되어 있었다. 내가 차라리 서류라도 많이 합격했으면 억울하지도 않았겠다. 수많은 원서를 넣었고 그 중에 서류합격 한 곳은 단 몇 군데 뿐인데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스터디 멤버들에게 조언도 구하고 직장인들에게도 조언을 얻은 결과 그냥 A 기업 면접설명회를 가기로 했다. 이 때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이 바로 면접설명회 제목이었다. Golden Ticket to A기업. A기업에 가고 싶으면 빠질 수 없는 자리였다.

  얼마 전까진 불안함은 없었다. 지난 번에 잠시 글로 쓴 그 기업 면접을 준비하면서도 나름의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 문득 두려움이 엄습했다. 경쟁률이 2:1도 안되는 상황(들리는 얘기로)에서 만약 떨어진다면 그 충격을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다. 겉으론 쉽게 당황하지 않더라도 속으론 절망에 빠져 있을텐데, 그 순간에 내가 느낄 신선한(하지만 부정적인) 충격을 감내해낼 수 있을까 두려웠다. 이는 징크스를 대비하기 보다는, 순도의 두려움 그 자체였다.


  비가 많이 오던 토요일, 지인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서 커피를 마시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또 다른 약속이 있어서 헤어지고 걸어가다가 문득 내가 많이 안정이 되었단 생각이 들었다. 이는 몇 개라도 서류가 통과해서 얻어지는 안정감이 아니다. 단지 예전의 삶에 비해 지금 뭔가 '하고 있는 것'이 있다는 자체가 주는 느낌이었다. 매달려야 할 뭔가가 있고, 힘들지만 매달릴 것이 있다는 순간, 그것이 안개를 걷는 것 같았던 예전과 다른 점이 아닐까.

  말 그대로 주사위는 던져졌다. 뭐가 나오든 나는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 마음으로 버틴다. 최근에 가정법이 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에 ~에 합격하면' 뭔가를 하겠다, 라는 얘기를 하게 된다. 헛된 기대는 없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어떻게 해야 되는지는 알 수 있는 순간들이니 시간이 흐르고 또 다시 도전해야 한다면 그 때는 더 잘 할수 있지 않을까 위로를 해본다.


  공냥이는 아침에 내가 씻으러 화장실에 가려고 준비를 하면, 무엇을 하고 있든 다 팽개치고 먼저 화장실로 뛰어간다. 그리고 뚜껑을 덮어둔 변기 위에 올라가 앉아 있는다. 나는 물을 틀어놓고 따뜻한 물을 기다리는 동안 손바닥에 물을 받아서 공냥이 입에 가져다 준다. 그러면 왔구나, 하는 심정으로 공냥이는 할짝할짝 물을 마신다. 보통 두 번 정도 이렇게 마시면 더 이상 먹지 않는다. 내가 면도를 하고 머리를 감고 양치를 하는 동안 공냥이는 거기서 가만히 앉아 나를 쳐다보고 있다. 가끔 먼저 나갈 때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계속 쳐다보고 있는다. 다 씻고 가자, 라고 하면 같이 화장실에서 나간다. 이렇게 아무런 규칙이 없던 사이에 뭔가가 생겼다. 서로 어쩌다 생긴 약속 같은게 존재하는 것이다. 요즘 나에게는 이런 게 일상이다. 소소한 일상은 언제나 이어진다.



덧글

  • 2012/10/29 09:1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0/30 22:1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2/10/29 23:3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0/30 22:1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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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