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by James



  나중에 글을 쓰려다가 지금 남긴다. 새벽 5시 반에 일어났는데 하루가 참 짧게 느껴졌다. 지난 주에 3일 동안 예비군 훈련을 다녀와서 더욱 그랬지만, 몸이 많이 피곤했다. 공냥이의 발정은 멎는듯 하다가 더욱 증폭되었다. 밤에 시도때도 없이 울기도 하고 숫컷을 부르는 콜링도 끝없이 했다. 불을 켜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주는 것도 몇 번, 발정은 쉽게 가라앉질 않았다. 낮엔 크게 반응하지 않다가 왜 그리 새벽에 울어대는지.

  그 정도가 주말에 극에 달했다. 나랑 붙어 있다가도 내가 부엌에 가거나 화장실에 가면 계속 울면서 나를 따라 다녔다. 잘 자다가도 내가 움직이면 울었고 책상에 앉아도 울었다. 그래서 쳐다보면 자기 배를 보여주면서 드러누웠다. 감정의 극과 극을 순식간에 왔다갔다 거렸다. 오늘 새벽은 상태가 정말 심했다. 아예 잠을 안자는 듯 했다. 나는 스탠드 불을 켜고 잠결에 장난감을 흔들었고, 내가 잠이 들어 그걸 떨어뜨리거나 흔들지 않으면 또 울었다. 새벽 다섯 시 반, 나는 도저히 참지 못해 화를 냈다. 하지만 공냥이는 내가 화내는지도 모르는지, 또 방바닥에 드러누웠다. 나는 노트북을 켜고 생각해뒀던 병원 전화번호를 검색했다.

  고양이 카페에 이것 저것 검색을 했다. 여야 중성화수술은 어떻게 하는지, 금식은 얼마나 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정보가 있었다. 그 중에서 고양이가 발정때 느끼는 고통이 생리통의 10배 이상이라는 글을 보고는 멈칫했다. 아까 참지 못하고 끝내 화를 낸 내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 순간에 울컥하고 공냥이를 쳐다봤다. 녀석은 언제나 그랬듯이 냐옹 거리면서 자기를 만져주길 바라고 있었다.

  자료를 대충 검색하고 침대에 누웠더니 공냥이도 같이 눕더라. 최근에는 이렇게 딱 붙어 있지 않더니 오늘은 웬일로 내 배 위에서 잠에 들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하게 잤다. 나도 잠이 들었다. 그 전에 미리 밥그릇을 치워뒀다. 수술 6시간 전에 금식을 해야 한다고 해서 그랬다. 당일 예약으로 수술이 가능한지 확실치 않았지만, 그래도 치웠다. 9시 반 쯤 잠에서 깨서 병원에 전화를 했다. 당일에 수술 예약이 가능하냐고 했더니, 안그래도 혹시나 해서 월요일이지만 오후 시간을 비워뒀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시간을 잡고 다시 잠에 빠졌다.


  일처리 할 게 있어 잠시 나갔다 들어와서는 이동장에 평소에 쓰던 담요를 깔아줬다. 이동장은 공냥이가 우리집에 올 때 쓴 이후로 단 한 번도 쓴 적이 없는데, 공냥이는 스스로 이동장에 들어가더니 잠에 들더라. 녀석도 병원에 가길 원한다, 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한 시가 되어서 이동장을 들고 집을 나섰다. 숨겨둔 밥그릇에 미리 사료를 채우고 물도 갈아줬다. 마침 집 근처 병원이 싸고 잘한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가는 길에 한 아주머니께서 이동장 속 공냥이를 보고 눈이 너무 이쁘다며 무슨 종이냐고 물어보셨다.

  피검사는 5만원이었다. 그런데 고민이 많았다. 3주 전에 공냥이가 집에 오기 전에 피검사를 했었고 별 이상이 없다는 얘길 들은 상황에서 또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정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다. 언제나 돈은 없다. 병원 원장선생님은 내 결정에 따른다고 하셨다. 나는 피검사는 안하기로 했다. 엉덩이에 마취주사를 놓는 순간 공냥이가 이렇게 힘이 셌나 싶을 정도로 반항을 해서 깜짝 놀랐다. 주사를 맞고 잠시 이동장에 있더니 순식간에 잠이 들었다. 보통 10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애가 약해서 그런지 금방 잠에 들었다. 원장 선생님은 나에게 두 시간 후에 오라고 하셨고 나는 근처 카페에 가기로 했다. 수술할 때 곁에 있을까 싶었지만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카페에 앉아 음료를 마시는데 순간 울컥해서 눈물이 났다. 많은 고민을 한 이후의 결정이었고 원래 예상했던 과정이었다. 공냥이와 나 서로를 위해 필요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컸다. 이미 고양이와 오랜 시간을 보내온 분들이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나를 위로해줬다. 굉장히 큰 위안을 받았다. 근처 카페에 갈 때 버스를 이용했는데, 돌아갈 때는 걸어가기로 했다. 날은 흐렸는데 병원에 도착할 때 즈음엔 오랜만에 햇빛을 보았다. 병원 문을 여니 원장 선생님은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냐고 하시며 병실에 있는 공냥이를 보여주셨다. 녀석은 눈을 떠서 조금씩 움직였지만 힘은 전혀 없었다.

  병원비가 예상보다 5만원이 더 나왔다. 이번 달 부터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동안 싸게 했더니 주위에서 말이 많았단다. 나는 내 통장 잔고를 생각하면서 알겠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은 조금 편해졌다. 집으로 돌아와 이동장 문만 열어두고 나오라고 하진 않았다. 물을 새로 갈아주고 밥그릇을 먹기 좋은 곳으로 이동시켰다. 그 때 공냥이가 힘겹게 이동장 밖으로 나왔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엉덩이가 젖어 있었다. 이동장 안에서 소변을 본 것이다. 공냥이는 몸도 제대로 가누질 못했다. 조금 움직이다가도 픽 하고 쓰러졌다. 젖은 담요를 급하게 손빨래하고 돌아왔더니 공냥이는 바닥에 누워있었다. 그 옆에는 소변이 흐른 자국이 있었다. 화장실까지 가질 못하니 그 자리에서 소변을 또 본 것이다. 나는 괜찮다며 머리를 문질러줬으나 공냥이는 손을 뻗어 내 손을 쳤다.

  원래 공냥이가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 그 속에 숨어서 낮잠 자는 걸 좋아하는데, 그 힘든 몸을 이끌고 계속 그곳에 숨어서 자려고 했다. 처음엔 말렸다가 그냥 놔뒀더니 미동도 하지 않고 잘 잤다. 화장실에 뒀던 공냥이 화장실을 방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털이 많이 빠져서 돌돌이로 정리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긴장했던 시간이 지나니 나도 졸음이 몰려왔다. 그리고 슬픔이 아닌 어떤 감정이 나를 감싸 눈물이 났다. 하루가 그렇게 벌써 가버렸다. 오후 6시가 된 걸 확인하고 나도 잠이 들었다.

  소리 때문에 눈을 떴는지, 눈을 떴을 때 마침 소리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공냥이는 아그작 거리며 밥을 먹고 있었다. 원래 사료는 몇 알 먹고 안 먹는데, 이번엔 배가 고팠는지 꽤 오래 먹었다. 이곳 저곳 걸어다니기도 했다. 좋아하는 장소인 침대와 의자에 올라가려고 점프는 했지만 힘이 없어 올라가질 못했다. 몇 번 시도하더니 다시 잠을 자러 들어갔다. 배 부분이 홀쭉해 보였다. 그래도 저렇게 밥을 먹으니 조금 안심이 되었고 나는 이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고양이도 성격이나 상태에 따라 많이 다르다. 어떤 애들은 중성화 수술 이후에 집에서 토하는 애도 있고 하악거리는 애들도 있다. 하지만 공냥이는 둘 다 하지 않았다. 계속 누워있는 채로 소변을 봐서 엉덩이가 젖어있는 것 외에는 큰 걱정할 일은 없었다. 아직 말을 하진 않지만 상태가 호전되고 있는 건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마취가 덜 풀린 느낌이 들지만 내일 일어나면 좀 더 회복될 것 같다. 내일 아침에 병원 문을 열자마자 가려고 한다. 다행히 후처리 비용은 받지 않는다고 들었다.

  어떤 일을 계기로 혹은 일들이 겹치면서 공냥이와 나의 인연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일을 겪으며 내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들을 나는 글로 표현할 수 없다. 미안함, 슬픔, 안타까움 등으로 표현될 수 있는게 아니다. 그리고 생명이란 개념이 이렇게 내게 실질적으로 다가온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으면 좋겠다. 아프지 말 것. 공냥이나 나나 당신이나 모두 아프지 말 것. 지금은 그것 하나만이 내 머리를 지배하고 있다. 건강하자, 꼭.





덧글

  • 2012/07/17 10:4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7/17 15:1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2/07/17 13:2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7/17 15:1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댓글 입력 영역


메모장

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