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의 구입과 손빨래 by James



  내가 옷을 구입하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역시나 입어보는 것이다. 나는 티셔츠가 아닌 이상 핏에 그리 민감하지 않다. 엄청나게 크거나 작은 게 아니면 그냥 입는다. 왜냐하면 넉넉하게 입는 옷도 있고 딱 맞게 입는 옷도 있는 법이니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셔츠의 경우 소매 길이에는 조금 민감하지만 그렇다고 수선하진 않는다. 소매가 많이 길 경우엔 두터운 자켓이나 점퍼 혹은 스웻셔츠 안에 입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에 내가 구입하는 옷은 거의 다 해외구매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이즈교환은 큰 맘 먹지 않으면 힘든 이유도 크다. 어쨌든 입어보고 대충 맞다 싶으면 벗은 후에 상처난 곳이 없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나는 이 이후의 작업을 좋아하는데, 바로 손빨래다.

  처음엔 그저 새 옷을 바로 입으면 아토피나 피부병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이후로 세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세탁기를 이용해서 빨래하는 주기를 못맞출 경우엔 어쩔 수 없이 손빨래를 했다. 새 옷을 어서 빨리 입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으니까. 그렇게 시작한 손빨래가 이제 하나의 규정처럼 되어 버렸다. 옷을 입어 보고 체크한 후에 미지근한 물에 울샴푸를 소량 푼다. 그리고 거기에 옷을 담궈둔 후 잠시 기다린다. 이 때 꼭 뒤집어서 빠는데, 어차피 내 피부와 닿는 부분은 안쪽일테니 그 쪽에 더 신경써서 세탁하는 것이다. 그렇게 옷을 손으로 조물락거리면 어느 순간에 그 옷에 대한 애정이 생긴다. 뭔가 이제는 진짜 내 옷이란 생각이 든달까. 이 느낌은 세탁기로 빤 후 입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옷은 입는 사람의 활동이나 체형에 따라 미묘하게 변한다. 자꾸 입다보면 내 옷이란 생각이 어느 순간에 드는데, 손빨래를 하면 그 느낌을 조금 더 빨리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새 옷이란 티를 안 낼 수 있어 좋다. 옷에도 손 맛이 들어간다고 하면 오버일까. 그리고 이렇게 세탁을 위한 준비과정에서 새 제품에 달린 눈치채지 못한 여러가지 부속물들을 볼 수 있다. 제품택은 물론이고, 사이즈를 표시하는 스티커 등도 제거할 수 있다. 유니클로에서 판매 중인 셔츠의 경우 목 뒷부분에 사이즈가 스티커로 표시되어 있는데, 가끔 길을 가다보면 그 스티커가 그대로 붙은 채로 걸어가는 남성들을 종종 목격한다.

  손빨래를 할 때 가장 번거로운 건 역시 헹굼과정이다. 한참을 조물락 거리고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은 후, 이 정도면 됐다 싶을 때 지속적으로 헹구는 과정을 거친다. 중간중간 물기를 짜내고 헹굴 경우 조금 더 빨리 비눗기가 사라진다. 어느 정도 지난 후엔 샤워기를 틀어 흐르는 물에 헹군다. 울샴푸를 그리 많이 쓰지 않았음에도 왜 그렇게 거품은 오래 나오는지. 어머니는 그게 비누거품이 아니라고 얘기해주셨지만, 나는 계속 헹군다. 마지막 즈음엔 찬물로 보통 헹구는데, 겨울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가끔은 손 끝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런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친 이후에 물기를 약하게 짜고 잠시 뭉쳐서 널어둔다. 물기가 어느 정도 빠지면 이제 건조과정만 남는다.

  그렇다고 내가 모든 새 옷을 다 손빨래하는 건 아니다. 셔츠 안에 이너로 입을 무지 반팔 티셔츠는 그냥 세탁기에 돌린다. 그만큼 애정도 없고 헤지면 버린다고 생각한다. 손빨래를 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최고 난이도는 아무래도 스웻셔츠다. 스웻셔츠는 꼭 처음에 손빨래를 하는데, 악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무한대에 가까운 것 같은 헹굼과정도 필요하다. 게다가 물기도 빨리 제거되지 않아 겨울엔 쉽게 건조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그만큼 건조 후에 입었을 때 새 옷 티가 나지 않는게 바로 스웻셔츠다. 손빨래 한 번 했을 뿐인데 왠지 빈티지 느낌이 날 때가 많다. 그래서 입었을 때 더 편안함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나는 옷을 처음 사면 울샴푸로 손빨래를 꼭 한다, 라고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 내용을 이렇게 길게 쓴 것은 그만큼 길게 조금 전에 손빨래를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최고 난이도인 스웻셔츠를 빨았다. 이번 아워 레거시(Our Legacy) 2012 SS에서 가장 눈여겨 본 스웻셔츠를 세일가격에 힘겹게 구했고 오늘 받았다. 이 컬러와 디자인을 가진 제품을 파는 곳이 많지 않았는데, 내 사이즈를 구해서 참 다행이다. 언젠가 관련 글을 쓸 수 있을런지. 어서 여름이 끝나고 스웻셔츠를 입을 수 있는 계절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미 그 스웻셔츠는 여러 번 입은 것 같은 내 옷이 되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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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