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냥이는 벌써 적응했다 by James



  어제 아침에 눈을 뜨니 비가 많이 왔다. 우산을 들고 많이 걸어야 하는 게 아니라서 큰 걱정은 안했지만 조금 주저되긴 했다. 9시에 출발하려고 했는데 10분 정도 비가 덜 내리길 기다렸다. 하지만 비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고 나는 웨이스트백을 크로스로 메고 이동장과 우산을 들고 출발했다.

  공냥이를 데려오는 날 비가 온다니 나는 조금 기분이 좋았다. 공냥이가 우리 집에 잠시 있었을 때도 비가 온 적이 몇 번 있었다. 그 때마다 창틀에 올라가선 바깥을 자주 쳐다봤다. 그래서 너도 비가 좋구나, 라며 혼자 좋아했었다. 주인의 마음은 다 이런걸까. 이후에도 비와 관련된 일이 있었다. 공냥이는 태어난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크기가 작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어쨌든 성묘의 나이가 다 되었음에도 몸은 여전히 작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 발정을 했던 적도 없다고 들었다. 나와 같이 생활한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월급은 들어오지 않고 공냥이를 내가 키울 수 있을까, 내가 원했던 내 모습이 이건가 싶었을 때 공냥이의 태도가 이상해졌다. 벽을 보고 많이 울었다. 계속 나에게 말을 걸었고 우는 소리가 좀 커진 것 같았다. 잠이 든 이후에도 중간 중간에 계속 울었다. 자면서도 왜 그러냐며 턱을 만져 주었지만, 그래도 우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내가 도저히 못 참아 잠에서 깨서 침대에 앉는 순간에, 바깥에선 비가 후두둑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그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서 나를 깨운 것 같은 착각은, 말 그대로 착각일 수도 있지만 나는 신기했다. 따지고보니, 내가 새벽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순간을 체험한 적이 있었나 싶었다. 그리고 공냥이가 더 이상 울지 않았다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그리고 다음 날 검색해보니 그게 첫 발정이었다. 그만큼 여기선 편했던 것일까.

  이동장에 바로 넣어서 나는 되돌아왔다. 제대로 인사도 하지 않고 어서 집에 데려가야겠단 생각 뿐이었다. 이동장이 답답했는지 중간중간에 울기도 하고 이동장을 긁기도 했다. 나는 올 때와 다르게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지않고 공냥이에만 집중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 이동장 문을 열어주고 미리 준비해둔 화장실에 펠릿을 깔고 일전에 내가 줬으나 다시 받아온 밥그릇에 사료를 넣고 물을 한바가지 옆에 두었다. 공냥이는 처음 우리집에 왔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침대 밑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오더니 원래 자기 집인 것처럼 나에게 말을 걸었다.

  여전히 어두운 곳에 숨어서 있는 게 좋은지, 자전거를 세워둔 곳에 들어갔다가 또 머리에 체인기름 자국을 묻혀서 나왔다. 빗도 이번엔 구입했기에 털도 빗겨 주었다. 확실히 털을 빗겨주니 예전만큼 털이 안빠진다는 걸 알 수 있더라. 발톱을 확인하려고 발을 잡았더니 자꾸 발을 뺐다. 발톱자르는 게 큰 일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예전보다 물을 잘 마신다. 원래 물그릇 외에 있는 물(화장실 바닥이나 쌀 불리고 있는 물)도 자꾸 먹으려고 해서 걱정이었는데, 이번엔 물그릇에 든 물도 착착착 하면서 잘 먹는다. 거기에 발을 담그기도 했다.

  한 가지 걱정인 건 아직 화장실을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펠릿이 달라서 적응이 되지 않는건지 소변도 대변도 한 번도 보지 않았다. 집에 온 지 24시간이 지났는데 여전히 먹기만 하고 아무런 반응이 없다. 내가 주문한 물품 중에 가장 비싼 품목이 화장실이었는데, 그걸 사용하지 않으면 이 오빠 마음이 편하지 않다. 화장실 가는 것만 확인하려고 하루종일 집 안에만 있었는데, 걱정이 든다. 화장실 못 가는 것도 걱정이고, 이불에 테러를 할까봐 또 걱정이다. 혼자 사는 집에 이불이 여러 개 있지 않으니, 테러 한 번이면 끝장이다.

  어제 밤에 잘 때는 평소에 지내던 것처럼 자꾸 내 머리 옆에서 자려고 야옹 거렸다. 자다가 깨보면 내가 베고 있는 베개 위에 자기도 자고 있다. 푹신한 쿠션 같은 걸 하나 사야하나 고민하고 있다. 아무리 오빠의 욕망을 줄이고 너의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한다지만, 주기를 가지고 해줬으면 좋겠는데 쉽지 않다. 그래도 내가 가는 곳마다 졸졸졸 따라오며 냥냥 거리는 모습이 좋다. 내가 침대에 기대어 책을 보려고 하거나 아이폰을 만지작 거릴 때 마다 내 몸과 같이 붙어 있으려고 냥냥 거리면서 다가오는 모습도 좋다. 내 팔 하나 다리 하나라도 붙어 있으려는 모습이 좋다. 경계하지 않으니까 편하다. 이런 생활이 쭈욱 지속되어야 할텐데.



  너는 건강해라. 나는 열심히 공부할테니. 앞으로 잘 지내보자.


  

덧글

  • 2012/07/02 01:2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ames 2012/07/02 09:58 #

    그 기다림이 큰 의미를 가질겁니다. 저도 오래 기다렸네요.
    오늘 아침에 모든 화장실 문제가 해결되어서 안심이 되네요. 이런 부분은 큰 걱정을 안하게 만들어서 다행입니다. 이불에 테러 하는게 뭔가 불만이 있을 때 그런다던데, 친구분도 고생이 많으시네요.

    자주 소식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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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