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의 삶 by James


  언제부터였을까. 외동으로 자랐고 혼자서도 잘 지내던 내가 어느 날 문득 쓸쓸하다고 느꼈을 때가. 밤 늦게 집으로 돌아와 씻고 침대에 누운 후 딱 고개를 돌렸을 때 내 눈앞에서 있던 커다란 페브리즈. 문득 이게 고양이였으면 좋겠단 생각이 그 때 들었던 것 같다.

  어릴 때 부터 강아지는 길렀다. 아주 어릴 때 외할머니가 시장에서 산 대진이를 키우는 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 하도 울어서 외할머니께선 손수 소주 한 잔을 대진이에게 먹이셨고, 그렇게 조용히 우리집으로 왔다. 첫 날이 생생히 기억난다. 그림일기를 그리는데 자꾸 내 지우개를 물고 가서 그걸 그림일기에 적고 그렸다. 방이 단 두 칸 밖이던 시절, 대진이는 현관 앞 개집에서 살았다. 나는 밥을 한 번도 준적이 없었고, 그런건 어머니 담당이었다. 당시는 현재와 같은 개념이 널리 퍼져있지 않았기에 강아지 산책 같은 것도 몰랐다. 말 그대로 집을 지키는 강아지였다. 어느 여름 날, 아주 큰 매미를 발로 잡아서 괴롭히고 있는 대진이가 생각난다. 그런데 그 녀석과의 끝이 기억나진 않는다.

  집이 좀 더 넓어지고 아파트로 이사간 이후에도 강아지를 계속 키웠다. 직접 돈을 주고 구입했던 것은 단 한 번밖에 없었다. 내가 고3이 되고 이후에 재수학원을 다녔으며 부모님께선 맞벌이를 하셔서 마지막으로 기르던 애한테 사랑을 많이 주진 못했다. 참 순진한 시츄였는데, 끝내 애견미용하는 곳에 부탁해서 줄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 동물과의 인연은 없었다. 동물과 같이 산다는 것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었고 내 삶을 살기 바빴다.

  어느 날 동네에서 길냥이 한 마리를 만났다. 처음 본 녀석인데 마치 강아지처럼 나에게 다가왔다. 온갖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보며, 누군가의 고양이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동네에서 내가 부르면 냐옹하면서 나타나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녀석은 사라졌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누군가의 집에 가든 사랑을 받을 것 같았다.

  주위에서 직접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은 없었다. 여러 블로그와 글, 사진 등에서 고양이들의 모습은 점점 많이 보였다. 고양이는 종류와 상관없이, 어떤 인연에 의해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보았다. 조금씩 종도 알게 되었고 고양이들이 보여주는 삶의 형태들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였다.


  앞서 얘기한 쓸쓸함을 겪은 이후로 조금씩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가장 우선적인 건 돈이었다. 책임감이 중요하다지만, 그건 돈속에 다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아니 기본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제 때 밥을 주고 모래를 갈아주는 것. 아플 때 바로 병원에 데려갈 수 있는 자금이 필요했다. 일을 시작하면서 그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입양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일을 그만뒀다. 그와 동시에 입양준비도 그만두었다.

  그러다 지인의 연락을 받았다. 원래 샴 두 마리 러시안 블랙 한 마리를 키우시던 분이었는데, 어떤 일을 계기로 샴 한 마리를 분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은 것이다. 평소에 고양이에 관한 조언을 많이 해주시던 분이었는데 내 생각이 나셨다고 했다. 나는 우선 실제로 봐야 했기에 실례를 무릅쓰고 집에 방문하기로 했다. 집에서 지하철로만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이었지만, 그 길이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드디어 인연을 만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마음과 내가 잘 살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머릿속을 가득채웠다.

  집에 도착했을 때 걱정대로 얘는 숨어서 나오질 않았다. 나머지 두 마리에 치여서 살다보니 주눅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한참 시간을 보낸 후에야 슬그머니 나왔다. 밥을 줘도 많이 먹지 않았고 낚시대로 놀 때도 다른 애들은 활발히 노는데 얘는 제대로 놀지 않았다. 한 놈이 자꾸 눈치를 줬고 주인이 보지 않을 때는 하악거리며 위협도 했다. 나는 그 모습에 얘를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지인은 얘가 주인과 단 둘이서 혼자 지내길 원했다. 엄청 개구지고 장난이 많은 애도 아니어서 나랑도 어울렸다. 나는 4일치 정도의 사료와 모래 등을 받은 후 근처 다이소에서 밥그릇과 돌돌이 리필을 구입했다. 이동장에 담아 집으로 가는 길이 올 때와 다르게 굉장히 멀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와서 모래를 급하게 깔고 밥을 줬다. 얘는 방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탐색했다. 내 손이 닿지 않던 구석까지 들어갔다 와서 그 곳에 있는 먼지를 다 가져 나왔다. 내가 제일 민감한게 털이라서 평소에 갖고 있던 돌돌이를 사용해 시도때도없이 바닥과 이불 위를 굴렸다. 그래도 평소에 봐 놓은 게 있어서 책장에 세워뒀던 쉽게 떨어질 것 같은 물건들을 싹 정리했다. 옷장없이 커튼색 행거를 사용하는 중인데, 셔츠를 걸어둔 곳은 아예 닫아놓았다. 고양이 한 마리가 내 삶에 들어와서 집이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이 녀석과 다시 헤어져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 와버렸다. 내가 4일치 식량과 모래를 받았던 것은 내 월급이 그 안에 들어올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예상은 깨졌고 월급 지급이 빨라야 다음 주가 될지도 모른다는 얘길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얘를 데리고 있는다는게 나는 좋지 않았다. 처음에 지인이 얘를 입양한다고 했을 때 내가 바로 두 팔 벌려 환영하지 않은 이유도 바로 이것때문이었다.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고양이와 살고 싶었다. 쉽게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 그 지인도 그런 내 태도에 좀 놀랐다고 했다. 내가 이런 저런 사정을 따지고 바로 결정하지 못하는 걸 보고 정말 신중하다고 말했다. 만약 이 정도의 샴 고양이를 분양한다고 올리면 너도 나도 데려가려고 할 거라면서.

  그래서 지인에게 오늘 다시 말했다. 이런 사정때문에 내가 얘를 기르는게 과연 옳은지 잘 모르겠다고. 여러 마리와 살 때 걱정하던 것들, 가령 밥을 잘 안 먹는다든가 활발하지 않다는가 하는 것들은 우리집에선 이루어지지 않았다. 밥을 너무 잘 먹고 화장실도 잘 간다. 잠자지 않을 때는 말도 참 많이 걸고, 밤에 잘 때는 내가 자는 베개에 자신도 눕겠다며 내 머리 옆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뭔가를 떨어뜨리거나 물어뜯지도 않고 아주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사료와 모래는 떨어져가고 있다. 스크래쳐도 없고 빗과 발톱깎이도 없다. 나는 요즘 돈이 없어서 집밖에도 나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괴감이 들었다. 내 쓸쓸함을 위해 얘의 행복을 막는 건 아닌가 싶은, 내가 원래 원했던 게 이런 삶이었나 싶다. 그래서 많은 고민을 하는 중이다.



  요즘 인스타그램에 내가 올리는 사진들은 다 고양이 사진이다. 삶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보니 찍을 건 얘밖에 없다. 이 인연은 이걸로 끝일까. 날이 많이 흐리다.



덧글

  • 애쉬 2012/05/31 02:10 # 답글

    파이팅
  • James 2012/05/31 14:49 #

    네, 힘내야죠. 감사합니다.
  • before 2012/05/31 11:17 # 답글

    혹시 괜찮으시면 제가 일주일분량의 사료는 드릴 수 있을것 같아요. 모래는 저도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못드리지만.. ㅠㅠ 사료만이면 드릴 수있어요.
  • James 2012/05/31 14:59 #

    우선 감사합니다.
    얘는 매번 먹는게 있었고 조금 더 고담백 제품일 경우엔 설사를 한다고 들었어요. 급한 사료는 구하려면 구할 수 있는데, 앞으로의 제 재정상황도 고려해야 하고 그에 따른 약간의 걱정도 있어서 고민 중에 있습니다. 건강하게 잘 키워야 할텐데 말이죠.

    다시 한 번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

  • 2012/06/22 12:5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ames 2012/06/22 13:59 #

    저도 블로그 잘 보고 있습니다. 덧글은 거의 안 남겼지만요..^^;

    고양이는 끝내 원 입양처에 보냈습니다.. 제 탓이 제일 컸지요. 고양이에게 많이 미안하기도 했구요.
    저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입양을 했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제일 먼저 했던 것 같아요. 현실준비가 저는 덜 되어서 어쩔 수 없었지만요..

    언젠가 좋은 인연을 만나실 거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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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