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by James



  여러 블로그가 조용하다. 매일 인터넷에 접속하면 블로그에 들어오면서도 글을 쓰지 않은지 오래다. 일이 많았던 것도 아닌데, 쓸 내용은 많아져가고 그러다보니 어떻게 써야하나, 라는 생각에 글은 못 쓰게 되었다. 요즘 유일하게 '글'이라 불릴만한 것을 남기는 공간인데 너무 무심했던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일은 그만뒀다. 짤렸다고 해야 하나. 계약서도 없었고 언제까지 일한다고 정해진 것도 없었으니 어쩜 당연한거였는데, 그 과정에서 그리 유쾌하진 않았다. 8월에 잡지 분량도 늘려서 새로 나오는데, 지금은 일이 없는게 사실이기도 했다. 어쨌든 지난 주에 일을 그만뒀고 지금은 집에서 쉬고 있다. 자세한 얘긴 쓰지 않겠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히 쓰고 싶다. '쿨'한게 어느 순간 스타일로 치부되는데, 가끔은 관례나 에티켓 혹은 예의까지 침범하는 쿨도 쿨이라 여기는 것 같아 좀 그렇다. 이러한 태도는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나 예의의 문제다. 그 모습도, 그걸 포장하려는 행위도 다 이해불가능했다.

  내가 나올 때 크게 할 일이 없었기에, 인턴기자들은 좋은 기사를 수기로 옮겨쓰는 작업을 했다. 그 순간에 나는 좀 뿌듯했다. 나는 대학시절에 이미 수없이 했던 작업이었으니까. 가장 최근엔 문장을 짧게 쓰고 싶어 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을 필사했다. 노트 두 권 정도 쓰다가 개인적인 일이 많아져서 그만뒀다. 당연히 그 책 읽는 것도 중간에 그만뒀다. 무조건 다시 해야겠단 생각은 들지 않는데, 글을 쓰고 싶을 때 다시 이어갈 생각이다.


  4월에 일한 돈이 이번 주에 들어올 줄 알았는데 아직 입금이 되지 않았다. 지난 달엔 20일에 입금이 되었기에 월요일부터 계속 은행앱으로 하루에도 수십 번 확인하지만 여전히 잔고는 0이다. 이게 희망고문인가 싶고, 이러다 이번 주에 부산에 못 내려 가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일을 그만뒀다는 얘기에 아버지는 조급해하지 말라고 하셨고 어머닌 당신이 조급해하셨다. 괜히 부산에 내려가서 싸우고 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최근엔 머리를 다시 짧게 잘랐다. 나는 짧은 머리가 싫은데 남들은 이게 어울린다고 한다. 나는 왁스를 바르고 하루에 머리를 두 번 감는게 싫은데, 어쩔 수 없다. 데님을 입는 순간에 신발과 다른 아이템들 선택 폭이 좁아지듯이, 모자를 쓰면 전체 복장이 어색한 느낌이 든다. 이벳필드도 여러 종류 가지고 있지만 이런 날씨에 쓸 수 있는 건 단 하나 뿐이라서 다른 걸 찾아보고 있다(내가 요즘 이렇다).



  이제 뭘해야 할 지 모르겠다, 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할 일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정해져 있으니까. 단지 그 전에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여행을 다녀와야 하는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오늘은 술이 너무 먹고 싶어서 아는 동생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취업하고 술 마시자는 답변이 왔다. 순간 기분이 너무 안좋아서 뼈있는 농담을 답장으로 보냈다. 마치 혼자 취업준비하는 듯한 그 느낌이 싫었다.

  5월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일까. 비도 제대로 오지 않고 이렇게 더위만 잔뜩 몰려와서는 성가시게 한다. 일을 끝내고 바깥에 거의 나가질 않고 있는데, 집구석에서 뭔가를 해내야 하는데 잘 떠오르지 않는다. 오로지 음악만 듣고 책만 읽고 있다. 오늘 문득 다 읽은 책들을 정리하는데, 다이어리를 뒤적여보니 최근에 책을 다 읽은 게 2월이더라. 그만큼 글과 멀어져 있었다. 다시, 제 모습 찾기에 돌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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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