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헤리티지 플로스, Heritage Floss 디렉터) 인터뷰 초안 by James


  원단을 중요시하는 국내 브랜드인 헤리티지 플로스의 디렉터이자 오리지널 컷(Original Cut)의 디자이너, 그리고 휴먼트리의 직원인 이윤호를 만났다. 이 인터뷰 내용은 <GEEK> 창간호에 실린 내용의 초안이다. 원래 내용을 그냥 버리기에 개인적으로 아까워서 이곳에 남겨둔다.

  휴먼트리 근처 카페에서 한 시간 조금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내 첫 정식 인터뷰여서 많이 설렜고, 많이 즐거웠다. 인터뷰를 하면서 내가 원하던 일은 역시 이거였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시간이었다. 녹취를 풀면서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화면에 글로 옮겼다.

  이 내용은 초안이기에 말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을테다. 앞 도입부분도 원래 더 수정해야 했고, 인터뷰가 끝나고 버벌진트의 '우리 존재 화이팅'이란 곡으로 마무리 하려는 유치한 생각을 했었는데 그 부분을 담지 못했다. 언젠가 이 부분을 수정할 마음이 생길 때 다시 손보겠다.

  아래 내용의 저작권은 작성자인 나에게 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당연히 금지하고, 어딘가로 퍼가고 싶을 때는 덧글로 먼저 남겨주길 바란다(부끄러운 글이기에 최대한 그러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이 인터뷰를 읽고 바라는 점은 단 하나다. 헤리티지 플로스라는 브랜드와 오리지널 컷에 관심을 가져주고, 기회를 만들어 직접 만져보고 입어보고 마음에 들면 구입하라는 점이다. 패션에 대해서 여전히 잘 모르지만, 직접 만져보니 (입어보진 못했는데 어제 주문을 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모두 국내에서 생산 및 제작된 좋은 제품이다. 조금 더 많은 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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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왔다. 자신은 헤리티지 플로스(Heritage Floss)의 이윤호라고 했다. 며칠 전 보낸 인터뷰 요청 메일에 그는 수일 후 전화로 답해왔다. 가까운 거리에 있어 30분 후에 만나기로 바로 약속을 잡았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에 아이폰을 켰다. 무슨 음악이 어울릴까 고민하다가 버벌진트(Verbal Jint)의 <Go Easy> 앨범을 틀었다. ‘원숭이띠 미혼남’이 흘러 나왔다.

 

그와 나는 원숭이띠는 아니고 소띠였다. 그것도 소위 ‘빠른’ 소띠. 같은 해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지만 인터뷰이와 인터뷰어의 삶은 그리 닮지 않았다. 그런데, 가끔 궁금하지 않나. 내 주위 친구들 말고 나랑 같은 해에 태어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말이다. 좀 더 넓게는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며 하루를 보낼까 궁금했다.

 

성공은 잘 모르겠다. 지금 20대에게 성공을 바란다는 게 웃기는 일이다. 벌써 성공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고, 20대에 성공하면 그 이후엔 무엇을 하면서 살아갈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성공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를 엿듣고 싶었다. 그래서 음악을 잠시 끄고 음성녹음 앱을 켰다.

 

 

 

: 자신의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휴먼트리(Human Tree)에서 근무하는 동시에 헤리티지 플로스라는 브랜드 디렉터를 담당하고 있는 이윤호입니다.

 

: 그동안 몇몇 잡지에서 인터뷰를 하시기도 했지만, 대중에 노출이 그리 많이 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그 잡지에 지인이 있어서 같이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제 자신을 드러내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 생각이 조금 바뀌기도 했고, 점점 저 혼자 나서야 하는 순간들도 앞으로 많아질 것 같아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제가 지금 어떻게 작업을 하고 있다, 라는 것도 보여줘야 해서 이젠 조금씩 노출을 하려고 합니다.

 

: 최근에 오리지널 컷(Original Cut) 제품이 나와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입비스트(Hypebeast)에도 소식이 올라왔구요. 이렇게 인기가 많을지 예상하셨나요?

아뇨. 전혀 예상을 못했습니다. 오리지널 컷은 진복이형이 전체적인 디렉팅을 하고 ‘부루마블’이란 브랜드와 ‘휴먼트리’가 만나서 이룬 브랜드입니다. 2008년 초창기에 저는 참여를 하지 않았구요. 당시에 저는 BA(Buried Alive)에서 디자인을 맡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저는 이번 2012 S/S 시즌에서야 참여하게 되어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 저는 윤호씨가 헤리티지 플로스의 디렉터로 따로 존재하실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휴먼트리 직원이라고 하시던데 어떻게 된 것인가요?

네. 저는 현재도 휴먼트리에 매일 출근을 하고 있는 회사 직원입니다. 헤리티지 플로스의 디렉터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헤리티지 플로스가 저 혼자 만든 것은 아닙니다. 휴먼트리의 지원과 팀원들의 도움 없이는 절대 존재할 수 없었구요.

 

: 휴먼트리에 입사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미술을 공부했습니다. 예고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섬유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2학년 때 섬유냐 디자인이냐로 전공이 나뉘는데, 저는 디자인을 더 공부했어요. 섬유도 같이 배웠구요. 그런데 3학년 때, 더 이상 학교에서 배우는 게 재미가 없더라구요. 제가 배울 수 있는 게 한정되어 있다는 느낌이 컸습니다. 그리고 그때 우연히 휴먼트리에 입사도 하게 되었구요. 그래서 학교에 얘기했습니다. 필드에 나가 실무경험을 더 쌓고 싶으니 더 이상 학교에 나올 수 없을 것 같다, 졸업장만 달라, 그렇게 말했습니다. 전 졸업작품도 안 만들었어요. 이후에 휴먼트리에 정식 입사를 하게 된 거죠.

 

: 그럼 졸업은 안하신 건가요?

아뇨. 졸업은 했구요, 시험 칠 때만 나간 겁니다. 학점 이수만 하고 성적은 거의 신경을 안 쓴 거죠. 4학년 땐 아예 학교에 나가질 않았습니다.

 

: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큰 고민은 하지 않았어요. 학교 수업이 재미가 좀 없더라구요. 실습 할 때 였는데 주제가 없었어요. 실크스크린 작업을 하는데, 다들 미키마우스만 하고 있고 저만 다른 걸 하니까 제가 이상한 사람처럼 여겨지더라구요. 그런 바운더리 안에 있는 게 싫었어요. 차라리 실무를 빨리 배우고 싶었어요.

 

: 그 때 공부를 더 하지 않고 나오신 것에 대해서 아쉽다거나 하시진 않나요?

아쉬운 건 없는데요. 그냥 학교 다닐 때 좀 더 열심히 할 걸, 하는 생각은 들어요. (웃음) 그런 거 있잖아요. 섬유라는 게 지금 제 자신에게도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섬유과라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기본이 되는 걸 배울 수 있었으니까요.

 

: 그럼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앞으로 디자인을 본인이 할 것이라고 예상을 하셨던 건가요?

아뇨. 이때는 ‘내가 디자이너가 되어야지’ 라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옷이 좋았던 것뿐이에요. 꼭 디자인은 아니더라도 평소에 좋아하던 옷으로 먹고 살아야지, 라는 생각을 한 건 3년 정도밖에 되질 않았어요. 그 때부터 휴먼트리 안에서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죠. 여기서 보고 배우는 것 하나하나가 다 나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생활했죠. 여기서의 경험이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 평소 일과가 어떻게 되시나요?

휴먼트리엔 1시까지 출근해서 8시 반에 퇴근합니다. 이후에 집에 가선 기본(Core)이 되는 책이나 패션잡지를 읽구요. 인터넷으로 정보 습득을 꾸준히 해요. 계속 배우려고 노력하구요. 영화도 많이 봅니다. 특히 영화에서 많은 영감을 얻습니다. 좋아하는 분야는 시대 상관없이 계속 보는 편이에요.

 

: 헤리티지 플로스 얘기를 해볼게요.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건가요?

휴먼트리에서 많은 걸 배웠어요. 4년 넘게 근무하면서 경험도 많이 쌓았구요. 원래 원단에 관심이 많았는데, 여러 공장을 다니다가 지금 헤리티지 플로스 원단을 평직해주시는 분을 만났어요. 그 때 스와치 원단이란 걸 봤는데, 거기에 Floss 라고 적힌 걸 봤어요. 플로스가 사실 실이란 뜻이잖아요. 그래서 그냥 회사명이 플로스인가 보다 하고 무심결에 거기 계신 사장님께 물어봤어요, 이게 뭐냐구요. 그랬더니 정말 장황하게 설명해 주시더라구요. 자세히 말씀드리기엔 시간이 부족하지만, 실이 그냥 단순한 실이 아니었어요. 플로스라는게 명주실의 시초라고 하시며 설명을 해주시는데, 굉장한 프라이드를 갖고 계시더라구요. 그 때 많이 배웠죠. 그때서야 이걸로 뭔가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헤리티지 플로스는 원단 브랜드라고 보셔도 돼요, 패브릭 브랜드.

그런데 아시다시피 휴먼트리는 주 이용층이 20대 초반이잖아요. 저는 그런 분위기에서 좀 벗어나고 싶었어요. 제 나이 또래 사람들이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의 사람들이 입는 옷을 만들고 싶었어요.

 

: 헤리티지 플로스는 원단에 심혈을 많이 기울였는데, 그게 이 때 시작된 것이군요. 그런데 브랜드를 런칭하려면 자금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결과적으로 헤리티지 플로스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휴먼트리의 투자 덕분이었습니다. 원단에 관한 조사를 많이 하고 꽤 오래 준비를 했어요. 혼자서 거의 10개월 정도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휴먼트리에 제안을 했었죠. 내가 이런 걸 준비하려는데 자신이 있다, 도와 달라. 휴먼트리 측에서도 무작정 지원해 줄 순 없었어요. 휴먼트리가 그리 큰 회사도 아니구요. 쉬운 결정은 아니었는데, 끝내 저를 믿고 지원을 해줬죠. 헤리티지 플로스는 저 혼자 다 한 게 아닙니다. 제가 디렉터로 있지만 휴먼트리 팀원들의 도움과 팀워크가 없었으면 절대 이루어지지 못했을 거예요. 오리지널 컷도 마찬가지구요. 혼자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솔직히. 저는 팀워크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했을 거예요. 이게 바탕이 되었기에 제가 이렇게 여기 나와서 인터뷰도 할 수 있는 거구요.

제가 브랜드에 관한 사람들의 인식 중에 아쉬운 점이 그거예요. 디자이너나 디렉터 혼자 모든 걸 다 하는 듯 한 인상을 대중들이 갖는다는 점입니다. 대표하는 브랜드나 디자이너의 이름이 나와 있지만, 그 과정에서 원단을 만들어 주시는 분부터 해서 다양한 분들이 제품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시는 건데 그걸 몰라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좀 안타까워요.

 

: 일전에 지인에게 들었는데, 농담으로 루프휠러보다 더 좋게 짤 수 있다는 얘길 하셨더라구요. (웃음)

네, 농담이긴 했지만 자신은 있었어요. 제가 방직 공장에 가서 루프휠러에 관해서 설명을 해드렸는데, 그 분들은 다들 코웃음 치셨어요.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댄데 누가 이렇게 공들여서 가공하냐고, 지금 얼마나 급한데 이렇게 오래 동안 촘촘하게 만드냐구요. 저도 그 점은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이에요. 지금 환경이 그러니까요. 그래서 제가 물어봤죠. 이렇게 지금 만들지는 않아도 실제로 만들 수는 있냐구요. 그랬더니 그 공장에서 이런 얘길 하셨어요. 만들려면 만들 수 있다고, 루프휠러보다 더 빨리 더 좋게, 쫀쫀하게 짤 수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처음엔 믿기 힘들었죠. 하지만 제가 원단을 받는 곳이 포천에 있는데, 그곳에 가서 직접 평직공정을 보고 나서야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여러 브랜드들을 봐도 국내에서 이런 원단을 본 적이 없거든요. 국내에서 거의 볼 수 없는 두터운 헤비웨이트 원단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제 디자인에 크게 작용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걸로 뭔가를 해야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 한 인터뷰를 보니 국내에서 좋은 원단을 뽑아내는 공장이 사라지고 있다며 아쉬워 하셨더라구요.

맞아요.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지만 국내의 실 뽑는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탈리아, 대만을 포함해서 실을 뽑는 기술에서는 강대국이에요. 그래서 해외에 수입도 무척 많이 하고 있구요.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이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죠. 제품의 가격이 올라가는 건 실 값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좋은 옷의 기본이 실과 원단인데, 이에 대한 고려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웠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좀 더 많이 팔고, 좀 더 빨리 만드는 데에만 치중을 하니까 아쉽죠. 이런 곳에 쉽게 좋은 실을 쓰려니까 아깝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것도 인정을 해요. 그 분들을 깎아 내리려는 게 아니라, 상황이 그러니까요. 그냥 아쉬움만 있는거죠.

 

: 조금 민감한 얘기일 수 있지만, 수익에 대해서 물어봐도 될까요? 휴먼트리에서 받는 월급 외에 헤리티지 플로스만 봐서요.

솔직히 말하면 그리 좋은 건 아니에요. 그냥, 그냥.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잘되는 것도 아니고, 그 정도예요. 실질적으로 저에게 떨어지는 수익도 없구요. 저는 그냥 월급쟁이이고, 이에 대한 인센티브도 전혀 없어요.

 

: 얼마 전 오리지널 컷이 발매 되자마자 인기가 많았고 일부 사이즈는 급속히 품절되었는데요. 제가 관심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좀 놀라웠습니다.

저는 그렇게만 생각해요. ‘우리들만의 축제’ 딱 이 정도로만 생각해요. 항상 그랬어요. 저는 이 바닥에 계속 있다 보니까 매번 느끼는데, 아쉬운 부분도 그 부분이죠. 좀 더 대중적으로 어필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니까요.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계속 관심을 갖게 되구요.

헤리티지 플로스도 실은 좀 더 대중적으로 어필하고 싶었어요. 휴먼트리가 사실 스트릿 느낌이 많잖아요. 그래서 처음엔 헤리티지 플로스가 휴먼트리의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숨겼어요. 그 이미지를 얻어서 가고 싶진 않더라구요. 휴먼트리의 이미지가 싫은 게 아니라, 이 쪽 이미지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헤리티지 플로스의 아이덴티티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더 넓은 대중을 고려해야 했어요.

그래서 백화점 유통도 처음엔 생각했었는데, 잘 안됐어요. 그러다가 제품이 나오고 평소에 약간의 친분이 있던 수기형(msk shop 대표)을 찾아 갔어요. 여러 셀렉샵 중에서 이런 국내 브랜드를 인정해 줄 만한 곳이 므스크샵이라고 생각했어요. 평소에도 미리 얘기했었죠. 내가 이런 걸 준비 중인데 봐달라구요. 수기형도 가져와 보라고 했구요. 그래서 만들어지자마자 제품을 가방 가득 넣고 매장에 가서 프레젠테이션을 했어요. 굉장히 오래 설명했어요. 아주 자세한 것부터 원단에 대한 설명도 하구요. 알 필요 없는 내용까지 다 설명을 했었죠. 그 분도 옷을 모르시는 분이 아니기 때문에 잘 받아 주셨고 유통을 했죠. 헤리티지 플로스가 알려지는데 므스크 샵의 도움이 가장 컸다고 할 수 있죠. 그 쪽 매니아 분들도 많으니까요.

 

: 헤리티지 플로스 관련해서 혹시 해외에서 연락이 오거나 하지 않았나요?

원래는 스투시 저팬이랑 언디핏에 아시는 분이 있어서 성사가 될 뻔 했지만, 중간역할을 해줄 수 있는 친구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무산됐어요. 근데 우리가 그걸 보고 만든 건 아니기 때문에 별로 아쉽진 않아요. 최근에 빔스에서 유통하고 싶다고 제품을 가져갔고 자료도 보내줬는데 아직 확실한 건 아니구요.

 

: 혹시 앞으로 헤리티지 플로스나 오리지널 컷을 넘어 하시고 싶으신 게 있나요?

사실 제가 진짜 디자인 하고 싶은 건 그런 거예요. 지금은 제가 어디 가서 ‘저 디자이너예요’라고 말할 정도는 아닌 것 같구요. 제가 꿈꾸는 건 마지막 최종 단계인데, 제 브랜드를 우선 만들구요.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 카테고리를 만들고 그 속에 있는 모든 아이템들을 제가 디자인하고 싶어요. 지금 저희가 이렇게 테이블을 놓고 의자에 앉아서 인터뷰를 하잖아요. 이런 책상이랑 컵이랑 이런 걸 다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래서 마지막엔 늙어서 딱 앉아 있을 때 모든 게 제가 만든 것들로 둘러싸인 걸 꿈꿔요. 제 라이프 스타일을 스스로 다 만들고 싶어요.

 

: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건데, 내적 고민이 있으신 것 같아요. 많은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은 반면에, 헤리티지 플로스나 오리지널 컷을 구입 하는게 질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수적으로도 소장가치가 있길 원하시는 것 같거든요.

그렇죠. 엄청 고민이 많아요. 그래서 제가 재생산을 안 하려고 하는 거예요. 이것을 구입하시는 분들이 누구나 다 갖고 있는 아이템이 아니라, 이 제품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자부심이나 메리트 같은 걸 갖도록 해주고 싶어요. 가지고 있음으로 인해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구요. 사실 인지도 높이고 돈을 많이 벌려면 계속 재생산하면 돼요. 하지만 뭐랄까, 제 마지막 자존심? 그런 거예요. 막 찍어 내는 게 별로 재미도 없구요.

 

: 최근에 또 오리지널 컷 반다나가 엄청 인기가 있었잖아요. 그런데 그 제품은 재생산하셨더라구요.

저는 계속 반대했어요. 하지만 오리지널 컷은 저 혼자 하는 게 아니기에 양보를 해야 했죠. 원하시는 분들도 많구요. 저 혼자 했다면 분명히 재생산 안했을 거예요. 재미가 없어요.

딱 그건 것 같아요. 제 삶에서 앞으로도 꾸준히 좀 더 재미있는 걸 생각하고 계속 새로운 걸 만들어 가야 하는 것. 재미있는 걸 계속 이어가는 게 제일 중요한 과제죠. 그리고 목표를 정하고 도달할 수는 없더라도 계속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려고 발버둥 쳐야죠.

 

: 재미는 있으세요 요즘? 일이든 살아가는 것이든.

재미는 있죠.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죠. 그래도 서로 간에 부딪치는 일이나 갈등이 크긴 하죠. 하지만 이 일을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이 중요하죠. 나랑 같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게 중요하니까요. 제가 고집이 센 편이라 저랑 성격이 반대인 사람과 일을 하고 싶어 해요. 그리고 아니면 아닌 것 같다고 얘기해주는 분위기가 좋아요.

 

: 요즘 20대들이 옷 입는 건 어떤 것 같아요?

우리 때랑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우리 어렸을 때는 사람들이 좀 더 코어에 충실했던 것 같아요. 하나에 딱 꽂히면 그것만 팠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그런 건 잘 없는 것 같아요. 자기한테 어울리는 스타일이 분명 있을 텐데 분위기에 휩쓸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자신들이 좀 더 스스로에게 맞고 좋아하고 즐길만한 옷들을 입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저는 요즘 친구들보다 전 세대니까요.

 

: 윤호 씨 친구들 중에 이쪽에 안 계신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그럼요. 제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저는 그런 친구들에게서 조언을 정말 많이 구해요. 그 친구들이 사실 대중들의 객관적인 시각이잖아요. 이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니까 좀 더 냉철하게 판단해주는 것 같아요. 저랑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제가 만든 것들을 지적하면 기분이 나빠지는데, 친구들은 안 그래요. 그걸 통해서 제가 또 받아들여야 하니까요.

그리고 그 친구들이 저를 가끔 부러워해요. 제가 1시에 출근하니까 좋겠다면서요. 그런데 제가 일하는 실상을 얘기하면 걔들도 진짜 힘들겠다, 그래요. 저도 헤리티지 플로스를 운영하지만, 휴먼트리에서 회사원처럼 조직사회에 들어 있으니까요. 모두 다 위치만 다를 뿐이지 힘든 건 비슷하죠. 편한 게 어딨어요, 다 그렇죠 뭐.

 

: 남들이 윤호 씨를 뭐라고 불렀으면 좋겠어요? 헤리티지 플로스 오너? 디자이너?

그런 건 생각해 본적이 없네요. 어떻게 해야 되지? 그냥.. 옷을 만드는 사람? 가장 현실적으로요. 어쨌든 옷을 만드는 사람이잖아요. 아직 공부도 계속 해야 하구요. 제가 누구를 밑에 두고 알려주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구요. 현실에 만족하면서 계속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건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혼자 전부 다 할 순 없죠. 제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전 작업을 스스로 하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솔직히 디자이너나 대표 혼자 다 한다는 게 시각의 한계라고 봐요. 그렇게 하면 그 한 사람한테만 집중하거든요. 그 사람처럼만 되려고 하니까요. 실제로는 같이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고, 그 사람들 때문에 발전할 수 있는 건데 말이죠. 팀동료, 팀웍이 정말 중요해요. 그리고 그 속에 참여하는 전문가들도 잘 알려지고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 가까운 일본만 해도 그런 걸 많이 인정해주고 여전히 발전하고 있죠. 마지막 질문을 하자면, 사실 20대나 저희 나이 때 사람들이 꿈꿨던 게 회사원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자연스럽게 그 길로 흘러가는 것 같아요. 이런 현실을 보면 어떠세요?

저도 그게 아쉬워요. 사람들에게 네가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물었을 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잖아요. 그 친구들이 좋아하는 걸 찾아주고 알려주고 도와줘야 하는 게 교육이고 학교인데, 그게 한국에서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원래 저에게 강요하는 집안 분위기도 아니었는데, 이러한 환경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도 그 시대에 살았기 때문에 제가 뭐라고 할 순 없죠. 다르게 생각하면 회사에서 돈 많이 벌고 취미 생활로 좋아하는 것 할 수도 있잖아요. 어쩜 그게 더 멋있을 수도 있는 거구요. 결코 어느 한 쪽만 좋다고 할 수는 없어요.

 

: 지금 갓 대학생이나 20대가 된 사람들에게 본인이 생각하기에 재미있는 것을 하라고 말씀하실 수 있을 것 같나요?

그럼요. 대신에 자기가 좋아하는 걸 좀 더 전문적으로 생각하고 파고드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먹고 살아가기에는 그냥 좋아하는 걸로는 부족해요. 저도 이제 결혼도 해야 하고 살아가야 하니까 고민이 많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있으면 빨리 전문적으로 배우든지 아니면 다른 길을 찾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 많이 버는 게 가장 좋은 일이죠.

아니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빨리 해보고 맞지 않으면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구요. 항상 고민이죠. 우리 나이 또래나 그 위아래나 가장 큰 고민이죠. 그래도 좋아하는 걸 찾아서 그걸 하는 것만큼 좋은 건 없잖아요. 거기서 전문성을 갖고 고민을 하는 게 더 발전할 수 있는 거구요.

저도 아직 배우고 싶은 게 되게 많아요. 저는 남들 앞에서 말을 잘 못해요. 그래서 말하는 법도 배우고 싶어요. 왜냐하면 머릿속이 항상 복잡하기 때문에 이게 밖으로 나오면 오합지졸로 나와요. 그걸 좀 제대로 전달하고 싶구요. 이런 것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덧글

  • 2012/06/04 20:18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ames 2012/06/04 20:38 #

    아뇨, 문제 전혀 없습니다. 예전에 윤호씨와 통화하면서 다 얘기해둔 내용입니다.
    단지 글이 너무 어수선해서 부끄럽긴 하네요. 블로그 잘 보고 있습니다 :-)



  • newledge 2012/06/05 10:28 # 삭제 답글

    제 페이스북에 올리고 싶어서 글 남깁니다.
    부디 허락해주시와요.
  • James 2012/06/05 10:40 #

    너무 장문이라 페이스북에 올리는게 적합한지는 모르겠네요.
    퍼가셔도 괜찮습니다. 여전히 부끄러운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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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