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by James


  월요일 아침에 짧은 만남을 가진 후 사무실로 향했다. 인턴으로 일을 하는 두 명과 함께 이런 저런 일을 해나갔다. 다음 날 알바로 일하는 두 명이 더 왔다. 현재 사무실에선 총 여섯 명이 일을 한다. 광고주들에게 보여줄 시안을 위한 아이템들도 모으고, 잡지의 방향도 정하는 중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나는 최대한 GQ와 Esquire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말을 보탠다. 일본 Free & Easy나 Huge, 2nd 처럼 만들 수 있는 현실은 안되지만 어떻게 되지 않을까 노력 하려한다. 하지만 타겟이 젊어서 어떻게 될지 정말 모르겠다. 제호를 정하는 중인데, 내가 낸 것들이 받아들여질랑 말랑 하다가 다 탈락됐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잡지가 생기면 거기다 쓰고 싶을 정도로 나는 좋았는데, 아마 아직도 잡지의 방향이 정해지지 않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을 하기 위해 5일 간 내내 가진 않았다. 수, 목요일은 나가지 않았는데, 일부러 가지 않았다. 수요일은 쉬고 싶었고 목요일은 증명사진을 찍기로 했기에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증명사진은 잘 나왔다. 나 답지 않게 나온게 잘나온 건진 모르겠지만, 잘 나왔다고 해두자. 월요일부터 학교에서 운동도 시작했다. 그리 무리하지 않았는데도 살이 빠지는게 느껴진다는 건, 내가 그동안 미친듯이 먹으면서 지냈다는 뜻일테다. 출근이 보통 9시라 일찍 나가는데, 그러다보니 아침은 잘 못 먹는다. 아침 출근 길은 교생시절 일찍 나갈 때와 다르다. 강남으로 가기때문인지는 몰라도, 사람이 우선 더 많다. 사람이 많다보니 덥다. 아침마다 얇게 입어야지, 하면서도 바깥 온도가 낮아 쉽게 그러지 못한다. 하지만 지하철에 탑승하는 순간 후회한다.

  일을 하다보면, 나는 어쨌든 컨텐츠 제작에 관심이 있고 그것에 자신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아예 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보니, 이 잡지를 어떻게 홍보할지, 트위터나 페이스북 관리는 어떻게 할 지 등에 관한 얘기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에 대한 아이디어가 잘 없다. 방법보다는 그 방법 속에 들어갈 컨텐츠에 더 관심이 있다. 어떤 컨텐츠를 가지고 얘기할지에만 신경이 가 있다. 첫 날엔 모두에게 똑같은 질문이 하나 주어졌다. (똑같은 내용을 여기 쓸 순 없지만) 가령, 데님에 대해서 기사를 쓴다면 어떻게 내용을 구성해야 할까와 같은 것들이다. 이런 건 평소에 많이 생각해뒀던 것이기에 줄줄 쓸 수 있다. 편집자님(나는 호칭에 대해서 궁금했는데 어느 순간에 다들 이렇게 부르고 있더라)은 이걸 언제 다 썼냐고 놀랄 정도로 많이 써서 제출했다. 하지만 홍보방식은 제대로 쓸 수 없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잡지를 좋아한다. 뭔가 많은 것들이 들어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다. 그런데 잡지란 말 속에 들어 있는 '잡'이 '잡스러운' 이란 어감을 유발하기 때문인지, 한국 사람들은 과연 잡지를 많이 보긴 하나 의문이 들었다. 만약 보지 않는다면 왜 안보는지 궁금해한다. 그들이 구입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궁리 중이다. 회의를 거치면서 하나 놀라운 건, 잡지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내용 자체를 읽진 않는 사람도 있다는 뜻이다. 특히 남자들은 패션잡지를 볼 때 내용을 잘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이게 놀라웠다. 개인적으로 난 인터뷰 기사나 피쳐, 칼럼기사를 좋아하는데, 패션잡지에서 그런 걸 별로 보고싶지 않다는 의견도 많았다. 인터뷰 기사의 경우, 나는 질문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는데 인터뷰이의 삶을 패션과 연관지을 경우, 공감도 받을 수 있고 새로운 점도 얻을 수 있을텐데 그걸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잡지를 펼쳤을 때 페이지 한 가득 글자가 들어 있어도 나는 큰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문단 나누기만 제대로 되어 있으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영향인지 이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단다.

  어제 처음으로 부모님께 이런 일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좋은 경험이 될테니 잘 해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도 취직원서는 잘 넣고 있냐고 물으셨다. 나는 이제 시작이라고 대답했다. 여전히 나는 고민중이다. 일주일에 삼 일만 가고 그 사이엔 입사원서를 써야 할지, 그냥 이 일에 꽤 깊이 참여하고 하반기에 취직할지 모르겠다. 나는 초조하지 않은데, 이 어설픔이 자꾸 내 온전함을 방해한다. 그래도 나는 삼성은 넣지 않았다. 꼭 오픽이나 토스 점수가 없어서만은 아니다, 라고 덧붙이고 싶다.

  날이 정말 많이 풀렸다. 작년에 산 파카는 제대로 입어보지도 못했고, 지지난 겨울에 너무나 많이 내린 눈을 겪고 작년 초에 미리 구입한 눈올 때 신으려던 신발은 딱 한 번 신었다. 그래서 많이 아쉽다. 하지만 이번 여름이 기대되는 건 지금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땐 티셔츠가 잘 어울릴까.



  

덧글

  • somewhere 2012/03/11 18:12 # 답글

    언젠가 잡념이 너무 많이 생겨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분에게 그냥 얘기했어요. 그냥 하세요. 생각하지 말고 일에 전념하세요. 그랬더니 뭔가 풀린 것처럼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것 같더군요. 생각이 넘치면 오히려 일에 방해되니까 너무 계산하지 말고 주어진 일을 그냥 일이다 생각하고 하세요. 일은 일으니까. 일하면서 배우면 그것도 결국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거니까. 파이팅입니다! :)
  • James 2012/03/14 12:59 #

    기대했던 일이라 그런지, 저 스스로 당당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고 싶네요. 욕심이 많아지니 현실에 부딪쳐 힘들기도 하구요. 말씀하신대로 조금은 비워야 겠어요. 그래도 소중한 경험을 얻고 있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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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