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흐려 글을 쓴다 by James



  블로그에 접속을 해도 글을 쓸 마음도 용기도 나지 않았다. 링크된 글들과 RSS를 통한 글들을 읽는 게 끝이었다. 몇 번이나 새글쓰기 버튼을 눌렀으나 그 속에 담을 말들은 이어지지 않았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바깥에 나갔으나 큰 일은 없었다. 밥을 먹고 추운 길거리를 조금 걷고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일. 책을 읽어나가다가 좋은 부분이 있으면 다이어리에 옮겨쓰기도 하고 잠시 생각하기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안국 mmmg 카페도 프라이탁 구입때문에 잠시 갔지만 마음에 드는게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차가운 라떼 한 잔을 시켜선 빠르게 마셨다. 아이폰으로 사진도 몇 장 찍으면서. mmmg엔 낮에 언제나 사람이 많다. 그래서 낮엔 잘 안가게 된다. 이젠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전혀 모르는 얼굴들이다. 그래도 한 때 얼굴기억하고 인사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다들 또 다른 자신들의 삶 속으로 흘러갔나 보다.

  이제 낮엔 난방을 켜놓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날이 많이 풀렸다. 켜놓을 때도 낮엔 외출로 해놓긴 했지만 이젠 그것조차 하지 않는다. 그리고 집 안에선 옷을 차려입고 있어서 그리 추운지도 잘 모른다. 옷을 차려입는단 말이 웃기게 들리겠지만, 실제로 그렇다. 아웃터까지 입는 건 아니지만 잠잘 때 입는 옷 그대로 입고 있진 않는단 말이다. 보통 데님에 셔츠 혹은 후디 정도는 입고 있다. 양말도 신고 있을 때가 많다. 바깥에 나가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있는 건 나태해지지 않기 위함이다. 잠잘 때 입었던 옷을 계속 입고 있으면 그 상태로 또 침대로 들어가고 싶다. 바깥으로 나가면 되지 않느냐 싶지만, 나가면 돈을 써야하기 때문에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그래서 바깥에 나갈 일이 없을 땐, 아침에 씻으면서도 면도를 하지 않는다. 귀찮은 게 아니라, 피부가 약해 면도를 하면 자극이 되는 것 같아 일부러 자제한다. 그래도 최근에 러쉬(Rush)에서 구입한 Dirty 면도크림은 참 마음에 든다.

  최근에 김연수의 <원더보이>를 다 읽다.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작가가 글로 쓴 걸 확인할 때는 짜릿함과 질투를 동시에 느낀다. 가령 이런 것, "그의 슬픔은 어떤 매개도 없이 온전하게 내게 전달됐어. 나는 그를 위해서 울었어. 그리고 알았지. 누군가의 슬픔 때문에 내가 운다면, 그건 내가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걸." 나는 여기서 슬픔이란 말 대신에 누군가를 위해 혹은 그 사람으로 인해로 바꾸고 싶다. 그 사람의 아픔이든 슬픔이든 단지 그 사람때문에 울 수 있다는 것, 그 울음의 확인이 내 사랑의 확신이라 나는 는 믿어 왔기 때문에. 또한 책을 읽으면서, 이대로 이 책을 끝내면 안될 것 같다, 이건 한 권으로 끝낼 수 없는 얘기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김연수 작가의 블로그에도 그대로 나와 있어 놀랐다. 이런 겹침의 반복이 내가 그 작가를 좋아하게 만든다.

  얼마 전엔 돈이 조금 생겨 '김현식 전집'을 구입했다. 적립금과 할인을 통해 2만원 대에 구입했는데, 총 일곱 장의 CD가 들어 있었다. 이 전집의 조악함이란 익히 알고 있었고, 단 한 장으로 구성된 부클릿을 본 순간 내가 왜 구입했을까 싶었지만 그 속에 든 음악때문에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기교가 아니라 마음으로 노래하는 걸 느낄 수 있는 곡들이 많다. 일부러 리핑을 전부 하지 않고 1, 2집만 변환했는데, 지속적으로 듣고 있다. 그런데 중간중간에 들어 있는 연주곡은 나름 참을 수 있지만, 건전가요들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재생목록에서 삭제했다. 과연 김현식이 살아 있었다면 전집을 낼 때 이 건전가요를 넣었을까 뺐을까 궁금했다.



  이런 게 내 며칠 간의 이야기다. 요즘은 트위터보다 인스타그램이 더 재미있다. 특히 외국에 사는 사람들과 서로 '좋아해요'를 클릭하며 감상하는 재미가 좋다. 그들은 날 어떻게 알았는지 잘 찾아와 팔로우하는 게 신기하다. 틈이 날 때 사진을 올리기도 하고 감상하기도 하며 살아간다. 사회적 이슈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도 하지 못하고 지낸다. 토익공부를 잠시 했다가 책을 읽기도 하고, 나는 뭐가 될까 궁금해하기도 한다. 취업카페에 가입했더니 메일로 보내오는 정보들을 접하고 날짜를 체크한다. 어젠 지인이 보내준 '잡지 에디터 지망생을 위한 글'을 읽고 혼자 절망만 했다.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기엔 내가 부족한 건지 세상이 잘못된 건지.




덧글

  • 2012/02/21 19:3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ames 2012/02/22 00:34 #

    비슷한 글인 것 같아요. 근데 생계유지를 해야한다면 다른 직업 찾으란 말에 절망했어요..

    전 첨 뵙는 분인가 싶었더니, 하하. 비로그인 덧글 남기셨군요. 요즘 많이 바쁘신가봐요.. 전 돈과 시간은 애매하지 않고 하나는 아예 적고 하나는 많고 그렇네요.
    근데 명동은 멀지 않으세요? 남은 날들 힘내서 보내시길!
  • somewhere 2012/02/26 23:49 # 답글

    잠자고 일어난 옷을 그대로 입지 않고 외출하지 않더라도 갖춰 입는 건 자신을 위해서 정말 필요한 일이에요. 그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자신을 대하는 태도거든요. 대부분 사람들은 혼자 있으면 가장 릴렉스하게 보낸다고 하지만 자신한테 긴장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준비된 상태로 있는다는 뜻이니까 건강하다고 봐요. 파이팅! :)
  • James 2012/02/27 00:29 #

    공감하시니까 마음이 든든하네요. 아주 조용한 도서관 열람실은 도저히 견디질 못하고 나가려니 다른 비용이 들고, 그러다보니 집에서만 있게 되네요. 예전엔 집에서 혼자 공부도 잘 하고 그랬는데 학기를 다 마치니 쉽지 않네요. 그래도 긴장감 갖고 나름 할 일 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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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