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눈이 아주 조금 by James



  약간 비싼 뷔페에서 점심을 먹고 근처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 덧 오후 다섯 시가 지나고 있었다. 바깥으로 나가기 전에 가방을 챙기면서 책을 넣지 않아 카페에서 조금 심심했다. 그래도 시간은 흘렀고 날은 많이 추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을버스에서내렸더니 눈발이 날렸다. 어제 새벽 12시가 지날 즈음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오늘은 눈이 올까요.' 지난 해 이 때 즈음에 나는 이런 글을 썼었다.

  서울에 살면서 나도 생일에 눈을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 들떴고, 작년부터 매번 생일에 눈을 기대하게 된다. 날씨엔 눈 소식이 없었는데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내리던 눈발이 그래도 조금 위안이 되었다. 누군가는 눈이 왔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적은 양이 흩날렸다.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고 조금 천천히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특별할 게 없는 하루였다. 어느 날과 같은 하루. 지인들로부터 축하 메시지를 받는게 조금 달랐다면 다른 날이었을까. 그런 평범한 하루가 흘렀고 잠들기 직전 몇 페이지 남지 않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다 읽었다. 불을 끄고 누워 있으면서 하루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지 도통 기억해낼 수 없었다. 아무렇지 않은 날이었단 것만 알겠더라. 아, 눈이 잠시 왔었다는 안도감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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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장

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