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고 귀찮은 시간이 잠시 지나고 by James



  오늘도 바로 사진부터.

  직접 먹어 보진 못했다. 본점인데, 언젠가 먹어보고 싶다. 일본 드라마 <슬로우 댄스>를 봤을 때부터, 작은 일본식 선술집에 끌렸다. 비록 안주가 싸진 않지만 그래도 조용하고 작은 단골 술집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언제나 가져왔다.

  학교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피쉬 앤 그릴' 이란 곳이 있다. 학교 바로 앞에 비하면 좀 비싼 축에 속하지만, 우선 조용해서 좋다. 특히 새내기들이 몰려와서 게임하면서 술마시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특히 좋다. 이곳에 다닌지도 벌써 몇 년째인지 모르겠다. 개업날 우연히 받은 쿠폰(연어 샐러드)을 쓰려고 겨울에 갔었다. 그 날 지인들과 술을 마시는데 갑자기 함박눈이 오기 시작했다. 아니면 그 전부터 조금씩 왔는지도 모르겠다.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그 날 많은 술을 마셨고 기분 좋게 취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계속 이곳만 온다. 내 친구들은 혹시 이 곳 사장님한테 커미션을 받느냐고 물어볼 정도. 하지만 난 학교 앞에서 이 곳만큼 괜찮은 곳이 있다면 무조건 가겠다는 말을 덧붙인다. 그러나 솔직히 그런 곳은 없다.

  오랜만에 가서 맛있게 술을 마셨다. 취업하지 못한 상태로 마지막 학기를 보내는 이들의 이야기란 다 거기서 거기겠지만, 이 거기서 거기인 이야기를 언젠가 웃으면서 회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이 곳에서의 기억은 다 좋은 것들이라 기분이 좋다. 교생실습기간에도 무려 이곳에 회식을 갔는데, 정장을 입은 내 모습을 보고 취직했냐고 물어보시던 사장님이 생각난다. 참 좋으신 분이다.



  아는 동생이 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두 수업 모두 일본어 관련 수업이었는데, 모두 휴강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출석체크를 일본어대학 50주년 기념식에서 한다는 말도 안되는 내용이다. 대체 이런 결정을 한 교수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것일까. 일전에도 한 교수가 총장과의 만남에 참석하란 얘길 했었다. 나는 교생기간이라 상관이 없었는데, 좀 어이가 없다. 대체 자신들이 학교에서 무슨 위치를 차지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제발, 이런 사고가 가능한 사람들은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정말 진심이다.


  인스타그램으로 변환시켜 올렸던 사진 원본이다. 순식간에 다 마셔버렸다. 거품이 다 사그라들기 전에 마셔 버린 안타까움.


  신으면 신을수록 마음에 드는 신발인 동시에 꼭 몇 켤레 쟁여놓고 신고 싶다는 욕구를 일으키는 신발이다. 레드도 사야 하는데.


  생각의 여름의 음반은 참 꾸준히 듣는다. 연속적으로 듣진 않지만 생각날 때 듣는다. 그런데 이 음반을 들을  때 참 좋다고 생각할 때면, 그 날은 기분이 우울한 날이다. 이 날도 그랬다. 아침도 못 먹고 나갔는데 바람을 맞아서 좀 기분이 안좋았다. 비도 아침에 잠시 오길래 우산을 들고 나왔더니 비가 그쳤다. '서울 하늘'이란 곡을 특히 좋아한다.


  <트리 오브 라이프>를 씨네큐브에서 혼자 봤다. 아침부터 바람맞고 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봤다. 무슨 일인지 중학생들이 꽤 많았다. 이 영화에 대해서 자세힌 몰랐지만 그들이 단체로 볼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이 영화를 꼭 씨네큐브에서 보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포스터 제공 때문이었다. 어쨌든 보기로 했으니(조조로 봤는데 무려 천 원만 할인이 되더라) 봤다. 초반에 시끄럽게 굴고 휴대폰을 보던 애들이 곧 잠잠해졌다. 이 영화는 그들이 처음 접하는 형태였을테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같기도 할테고, 동물의 왕국 같기도 했을테다. 기독교 영화 같기도 할테고, 세련된 도시영화 같은 느낌도 받았을테다. 큰 줄거리 틀도 없고 현란하고 현학적인 화면들이 반복된다. CG와 현실의 구분은 공룡의 등장을 통해 알게 된다. 칼 세이건이 영화를 만들었으면 이렇게 만들었지 않았을까 싶었다. 내가 뭐라고 할 수 없는 영화다. 시각청소 느낌이 드는 영화였다. 나는 주인공 꼬마의 리바이스 청바지가 계속 눈에 밟혔고, 빈티지 무지 티셔츠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씨네큐브는 보통 영화가 끝나도 바로 극장 내 불을 켜주지 않는다.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꺼두는데, 영화가 끝나자마자 중딩들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불을 켜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아마 영화감상반 같은데서 온 것 같은데, 교사는 왜 이 영화를 선택했으며 아이들에게 예절에 대해선 미리 얘기해두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이 애들은 이 영화에 대해 무슨 글을 쓸까. 다행인건, 영화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포스터도 대부분 버리고 가더라. 그래서 대딩 형아는 버려진 포스터를 몇 개 주섬주섬 챙겼다.



  다음 날, 몇 년만에 토익시험을 봤다. 내가 미리 조금이라도 점수를 갖고 있었으면 취직원서를 많이 넣었을까. 잘 봤는지는 모르겠고, 듣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특히 영국인 발음에 익숙치 않아서 조금 헤맸다. 집으로 돌아오다가 오랜만에 냐옹이를 만났다. 근데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내가 부르니 계속 냐옹냐옹 거리기만 하고 움직이지 않았다. 형 삐졌다.



  순식간에 낙엽들이 떨어지고 있고 은행들은 억지로 추락하고 있는 가을. 가을이 사라진 것 같다지만 요즘이 가을 날씨다. 하지만 나에겐 조금 덥다.


  The Fall is falling. 창밖을 바라보니 가을이 내려앉아 있더라. 저 하늘색은 대체 어떻게 해야 나오는가 싶었다.

  할로윈은 모르겠고(Trick or Treat도 대학교 3학년 때 알았다) 헬로윈만 조금 압니다. 남자 애들 대부분은 흔하디 흔한 스파이더맨 복장을 하고 있었다.

  바쁘고 귀찮았던 건 과제 하나 때문이었다. 화요일 아침까지 마무리 했어야 했는데 너무 하기 싫어서 징징거렸다. 집에 있으면 끝내 못할 것 같아 시내에 좋아하는 스타벅스 매장으로 갔다. 1+1 쿠폰을 내고 저렇게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받았다. 그리고 저 두 잔을 다 마실 때까지 나가지 않았다. 점심에 가서 저녁에 나왔다. 다행히 결과가 좋아서 과제 제출 때 칭찬 받았다.

  과제를 제출한 날 오후 사대체전이 있어 농구경기에 참가했다. 대학교 내 마지막 A매치라서 열심히 뛰려고 했는데, 상대팀에 힘있는 사람이 없어서 나같은 사람은 별 쓸모가 없었다. 다들 나같은 사람이랑 농구는 처음해봤는지 계속 으악 악 억 소리를 반복했다. 이기긴 했지만 크게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였다. 후배는 나에게, 전투를 위한 칼을 무 자르는데 쓰려니 잘 안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의 말로 위로했다. 집에 돌아와서 괜히 몸이 안좋고 두통이 심해 일찍 잠들었다. 내일 결승 경기인데 참여할 지는 확실치 않다.



  집 앞 이 나무를 보는 게 벌써 두 번째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가 그 색을 잘 담지 못했지만 아침에 나갈 때 마다 몇 초간 쳐다보곤 한다. 



  지인이 참여한 책이 나왔다. <2012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리포트>라는 책이다. 이 싸인은 나를 위해 한 것은 아니고 지인 후배가 책을 구입해서 해달라고 했다. 참 착한 동생이다. 나는 지인이면서 아직 책 한 권 사주지 못하고, 왜 책 안주냐고 윽박지르며 농을 한다. 야구(롯데)를 좋아해서 많은 활동을 하는 사람이다. 최근에 취업도 잘 하고 있는 듯하다.




  어제 드디어 무선 공유기를 설치했다. 참 오랫동안 미뤄오다가 돈이 생기자마자 주문해서 어제 받았다. 이런 설치에 버벅거리는 성격이 아닌데, 이상하게 와이파이는 잡히는데 노트북이 랜선 자체는 인식못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다 공유기와 노트북을 연결하는 랜선을 다시 끼워봤더니 잘 돼서 좀 민망했다. 결과는, 환상적이다. 집에선 통신사 와이파이가 전혀 안잡히고 3G도 시원한 느낌이 없었는데 정말 신세계다. 특히 그동안 Remote 앱을 쓰지 못했는데, 이제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제일 좋다. 침대에 누워 노트북에 연결된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면서 아이폰을 리모컨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 첨엔 볼륨조절 기능만 있는 줄 알았더니 내 보관함에 있는 곡들을 선택해 재생시킬 수도 있다. 좀 바보같지만, 초반엔 노트북 앞에 앉아 있으면서도 이 Remote 앱을 사용해서 듣고 싶은 음악을 들었다. 무선 공유기는 안테나가 두 개인 제품(ipTIME N604S)으로 구입했는데, 한 개인 제품과 가격이 5천원밖에 차이가 나질 않았다. 공유기를 켜놓은 상태로 아까 잠시 바깥에 나갔다 왔는데, 꽤 떨어져 있는데도 잡히는 것 보고 정말 신기했다. 이제서야 뭔가 시대에 뒤쳐진 느낌이 들었다.


  큰 과제 하나가 끝나고 조금 한가해졌다. 코맥 매카시의 책들을 빌려 읽고 있다. 사서 볼걸 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그건 좀 더 기다려봐야 할 문제다. 최근에 서점에 갔는데 그렇게 사고 싶은 책이 많았던 적이 언젠가 싶다. 그만큼 책을 멀리 했다는 증거인데, 아직 내 작은 책장엔 다 읽지 못한 책들이 그대로 있다. 빨리 해치워야겠다. 음악은 말할 것도 없고.




덧글

  • Run192Km 2011/11/02 22:40 # 답글

    무선공유기 사야지 사야지 사야지..
    몇개월째 그러고만 있네요..;ㅅ;
  • James 2011/11/04 00:00 #

    같은 마음을 가졌던 사람으로서, 3만원만 투자 하시면 지금 쓰시는 스마트폰에 대한 만족도가 +30 됩니다.
  • somewhere 2011/11/02 22:46 # 답글

    트리 오브 라이프에 대한 글은 씨네21 온라인에 올라온 정한석 기자의 글을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읽어보니 제 느낌과 가장 비슷했거든요. 생각보다 현학적이지도 어렵지도 않아서 놀라웠어요. 의외로 너무 단순한 느낌. 정한석 기자의 기사를 읽어보니 내가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알 것 같더군요.
  • James 2011/11/04 00:00 #

    뭔가를 얻으려고 한 건 아니지만, 꼭 봤어야 했나 라는 의문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 영화가 어렵다는 느낌도 안 들었구요. 전 새로운 경험 정도에서 그쳤습니다. 말씀하신 글 찾아봐야겠네요.
  • plstic 2011/11/03 09:15 # 삭제 답글

    무선공유기 비밀번호는 당연히 설정 해놓으셨겠죠!? 개인정보가 해킹될 수도 있으니 설정하셔야 해요!
  • James 2011/11/04 00:01 #

    넵. 집 주위에서도 잘 잡혀서 미리 설정해 두었습니다. 이걸로 개인정보를 퍼가기도 하는가 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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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