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은 또 다가왔고 by James



  어제 밤에 두번째 세안을 하는데 갑자기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았다. 가끔 이런 적이 있어 나만의 방식으로 해결하려는데 계속 나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찬물로 헹군 후 스킨 로션을 바르고 보일러를 살폈다. 보일러가 바깥에 설치되어 있는데, 근처에 물이 흥건한 걸로 봐서 급수에 문제가 생긴 듯 했다. 늦은 밤이라 내일 되겠지 하고 잠들었다. 그래서인지 오늘 아침 7시에 눈이 떠졌다.

  보일러를 다시 켜보니 물보충표시가 계속 떴다. 그래서 물보충을 했는데 물이 계속 샜다. 이건 내가 처리할 수 없겠구나 싶어 주인 아저씨께 전화했다. 아저씬 금방 오셔서 살펴보시더니 일이 있어 나중에 오겠다고 방 비밀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하셨다. 나는 알겠다며 번호를 건네고 찬물에 씻었다. 상쾌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그 차갑고 무거운 공기가 오랜만이라 그만큼 마음이 가라앉았다. 밥을 안치고 국을 데웠다. 아침을 먹고 나니 11시가 다 되었다. 이게 다 아이폰을 업그레이드하느라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멈출 듯 멈추지 않으며 지속되던 업그레이드는 내 걱정과 달리 모든 게 원래 상태와 근접하게 변해있었다. 따로 앱을 설치할 필요도 없었다. 눈에 띄는 변화점을 시험해보고 옷을 챙겨 입었다. 차갑게 내려앉은 분위기가 기분은 좋게 했지만 공부는 못하게 만들 것 같았다. 그래서 카페로 갔다.

  이번 학기는 총 11학점을 듣고 총 네 과목이다. 시험은 아쉽게도 세 과목이나 본다. 내용이 만만치 않은데, 평소에 수업 내용 관련 과제도 해서 그런지 큰 부담은 없다. 언론법 관련 수업도 듣는 중인데, 공부하다보니 재미있다. 특히 판결문을 읽는게 좋은데, 그 특유의 어법을 따라가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 쉽게 와닿지 않는다. 근데 그게 또 좋다. 표현은 직설적이지 않지만 내용은 직설적이랄까. 그 오묘함이 좋다. 게다가 판결문은 주제문장 찾듯이 훑어 읽을수도 없다. 꼼꼼히 읽다보면 재미가 느껴진다. 조금 변태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마음에 드는 건 드는거니까. 생각해보니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에서 내가 좋아했던 장면도 카세 료가 법관이 읽어주는 판결문을 서서 듣는 장면이다.

  예상한 공부량 반정도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장 먼저 한 것이 보일러 체크다. 다행히 잘 나온다. 기쁘다. 아이폰을 컴퓨터와 연결했다. 그런데 이번에 업그레이드 하면서 바뀐 점이 보인다. 먼저 내 컴퓨터에 들어가서 보이는 아이콘이 검정 아이폰으로 바뀌었다. 나는 화이트라구 이것아. 그리고 사진을 보려는데 폴더가 두 개로 나뉘어 있다. 보니까 사진 번호가 1000번대 단위로 나뉘는 것 같다. 이건 좋다. 매번 사진 옮기려고 할 때 사진 읽어내는 시간이 길어서 조금 짜증났었는데 나뉘어서 조금 낫다.

  그래서 사진 타임.


  인스타그램이 업그레이드되면서 흑백이 약해져서 좀 싫다. 그래서 그런지 잘 안쓰게 되는데, 이 날은 책상 위로 들어오는 햇빛이 좋아 찍어 보았다. 설명을 받아쓰는 필기는 언제나 알아보기 힘들게. 그러고보니 언론법 시간이었네.



  집에서 제사 때 받아왔다고 택배로 반찬과 함께 보내줬다. 이 모양말고 사각형 모양으로 넓게 생긴 게 있는데, 어렸을 땐 그걸 그렇게 좋아했다. 요즘은 잘 안 먹는다. 근데 또 이렇게 있으니까 심심할 때 다 먹어 버렸다.



  쉿.



  인스타그램으로 내가 팔로우 하는 애가 자꾸 고담 흑백 없어졌는데 이상한 흑백사진을 올려서, 직접 덧글을 달았다. 너 이거 아이폰으로 찍은거 아니지? 못 믿겠어, 라고. 그랬더니 걔가 답을 달았다. 나 진짜 아이폰으로 찍는거 맞고, 다른 앱을 쓸 뿐이야, 라고. 그래서 두 가지 정도 가르쳐 줬는데 그 효과가 어마어마하다. 내가 아직 익숙치 않아 이 정도밖에 못 찍지만, 정말 놀라운 효과를 집어 넣게 된다. 그래서 가격도 좀 높았다. 하지만 나는 지기님이 주신 10달러 리딤카드가 있어 당당히 미국 계정을 만들고 구입했다.

  내 잠금화면. 안바꾼 지 꽤 됐다. 근데 이게 왜 찍혀있지.


  우리의 iMad 신지호가 공부하는데 나와서 찍어 보았다. 그 밑엔 또 조국교수까지 나와서 더 신기했다. 근데 나는 사실 내가 구입한 책이든 그렇지 않은 책이든 책에 연필이나 펜으로 표시 하지 않는다. 매번 나중에 생각해야 할 부분은 작은 포스트잇으로 페이지 표시 정도만 해두는데, 이번부터 조금씩 바꿨다. 이번 수업 교재가 프린트물같은게 아니라 정말 책(단행본)이기에 표시를 안할 수가 없었다. 특히 시험을 쳐야하기 때문에 페이지만 표시할 순 없었다. 그래서 큰 맘 먹고 표시하기 시작했다. 근데 형광펜이나 볼펜은 책에 안좋다는 얘길 어디선가 들어서 연필을 사용했다. 그 사각거리는 느낌도 좋다. 근데 확실히 이렇게 읽을 부분을 표시하면서 책을 읽으니 더 이해가 잘 되는 느낌이다. 게다가 나중에 다시 복습할 때 표시한 부분 위주로 공부해도 되니 더 좋다. 과연 이게 소설이나 다른 책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자신이 없다.


  시간은 무심히도 잘 흘러간다. 중간고사가 다가왔다는 건 이제 딱 반만 더 하면 끝이란 얘기다. 부랴부랴 토익시험을 신청하고 밀린 세금을 냈다. 해야 할 건 늘어가고 하고 싶은 마음은 늘지 않는다. 언제나 학생이고만 싶은 마음이 큰가 보다. 학생에서 멀어지는데 후회는 없지만 기쁘지도 않다. 빨리 졸업하기 위해 바등바등 살지도 않았는데 뭔가 놓치고 있는 게 존재하는 듯한 느낌. 단 한 번의 소개팅도 미팅도, CC도 못해봐서 일까.





덧글

  • 2011/10/14 22:1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ames 2011/10/14 22:22 #

    아.. 저는 평생 못해봤어요;;
    공연은 잘 끝내신 것 같은데 수고하셨습니다. 저는 마지막 학기라 그런지 발표에 조금 소홀(?)해 지는 경향이 있네요. 평소에 알던 사람들과 같은 조를 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젠 내가 신경 많이 안써도 되겠지'하는 생각이 크네요;

    전 이제 마지막이군요.
  • chukchoo 2011/10/15 02:33 # 삭제 답글

    오 그 아이폰 어플 이름 궁금하네요. 여쭤봐도 될까요 :-)
  • James 2011/10/15 08:33 #

    그럼요. Camera+ 와 Noir Photo 라는 앱입니다. 저는 각각 0.99, 2.99 달러에 구입했어요. 한국 계정엔 없을 수도 있습니다.
  • H_Blues 2011/10/16 19:09 # 답글

    OMG!!!
    아는 지인분 인스타 계정에 매번 너무 멋진 흑백 사진이 올라와 "형님 이거 무슨 필터쓰시는거에요?"라고 묻고 얻은 대답이
    noir 어플이었는데;;;;
    2.99가 아깝지 않을 극강의 어플임에 분명한거 같습니다!!!!
  • James 2011/10/16 21:43 #

    네. 특히 Noir는 자신이 명암까지 조절할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아요. 노력해봐야지요.

    아이폰으로 제일 많이 쓰는 게 카메라인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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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