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인가 노래인가 by James



  누군가와 좋아하는 음악에 관해 이야기할 때 둘로 나눈다. '그 노래 좋더라'와 '그 음악 좋더라'로 나누는데, 나는 후자다. 개인적일 수 있으나, 노래라는 말에는 가사의 비중이 크고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우리는 수많은 밴드들의 보컬이 누구인지, 그 보컬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궁금해한다. 간혹 TV 프로그램에 밴드가 나와도 보컬이 주로 마이크를 잡고 그 밴드의 이야기를 한다. 나머지 밴드 멤버들은 처음에 마이크를 잡고 말을 하긴 한다. '안녕하세요, 기타를 맡고 있는 누구 입니다.' 이게 말로써 표현되는 그들의 존재가치 전부일 때가 있다.

  어렸을 적 부터 음악감상을 취미로 시작하여 습관이 되기까지에 큰 역할을 한 것은 가요라기 보다는 팝송이었다. 누구나 그랬겠지만, 내 세대들은 팝송을 '굿모닝 팝스'와 'NOW' 시리즈를 비롯한 컴필레이션 음반을 통해 접했다. 그 시기가 어렸을 때이다보니, 국어가 아닌 가사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그건 하나의 음악이었을 뿐이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도 음악의 일부였다. 그 해석이 없어도 음악은 좋았다. 이 어렸을 때의 경험은 끝내 내 음악감상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이제는 그 음악이 가요든 팝송이든 가사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팝송의 경우에 내가 가사를 보고 외울 때는 딱 하나, 그 밴드가 내한을 할 때 뿐이었다. 내한때는 어떻게든 따라 부르고 싶어서 공연 며칠 전부터 외우곤 했다. Metallica가 그랬고 Oasis 때도 그랬다.

  국내 가요라고 해도 별 차이가 없었다. 앞서 언급한, '노래'라는 말보다는 '음악'이란 말을 쓰고 싶었던 게 보컬에 대한 과도한 집중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나에게 있어서 가사는 음악에 있어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특정 음악의 가사가 뭔지 정확하게 깨닫는 순간은, 음반을 구입하여 부클릿을 볼 때가 아니라 그 노래를 노래방에서 부를 때다. 뮤직비디오 화면 위에 나타나는 가사를 보고서야, 이 노래는 이런 가사를 가졌구나 깨닫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나는 특정 곡들의 제목을 잘 모른다. 내가 제목을 확인할  때는 음악을 듣다가 그 곡이 너무 좋을 때다. 이 곡 제목은 뭘까, 할 때 쳐다볼 뿐 그 외에는 외우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여러 음악관련 리뷰들을 보면서, 가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나는 뜨끔한 생각이 든다. 내가 그동안 음악의 온전한 재미 하나를 놓치고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언제 부터인가, 오로지 음악만을 듣기 위해서 그것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 마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듯이, 음악을 틀어놓고 그것에 온 집중을 하지는 않는 것이다. 다른 일을 하면서 음악을 들을 때는 가사를 쉽게 파악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에 가사에 관한 글들을 보면서 음악을 온전히 듣고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 음악을 만든 사람이 그 곡의 가사까지 썼다면, 그 내용엔 충분히 관심을 집중시킬만한 의미가 있었을텐데 나는 그것을 애써 무시해왔다. 음악도 어쩌면 하나의 '이야기'일텐데, 나는 그 이야기는 제쳐놓고 있었다.

  문제는 다시 여기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나는 온전히 음악에 집중하는 시간 혹은 부클릿 속에 들어있는 가사를 보면서 음악을 듣는 시간을 앞으로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음악을 좋아한다면서, 외국 영화 자막에 집중하듯이 그 집중력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인가. 내 대답은 긍정적이지 않다. 이야기를 좋아한다면서도, 음악 속 이야기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 반감을 어떻게 낮춰야 할까. 지금이라도 당장 CD 케이스를 열어 젖혀야 하나. 이 음악을 만든 사람들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왜 이런 곡을 만들게 되었는지를 가늠해야 할까. 그렇게 했을 때, 나는 좀 더 제대로 된 음악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문득 '검정치마' 2집에 관한 차우진의 글을 읽다 생각나서 몇 자 적어 본다.






덧글

  • 음반수집가 2011/09/02 18:24 # 답글

    저또한 비슷합니다. 가사보다는 음이 먼저네요.
    이런 와중에 가사가 들어오면 정말 대단한 이들이죠. 김현식, 김광석, 산울림, 신해철 등이 그랬죠.
  • James 2011/09/02 19:04 #

    앗, 딸바보 음반수집가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그들의 가사가 들리는 건, 단순히 발음이 명확해서가 아니라 정말 내용이 전달 되기 때문이죠.
    그러고 보니 한 때, 가사 비교하던게 생각나네요. 신해철이 20살 정도에 때 쓴 가사와 최근 한 아이돌 그룹 멤버가 20살 때 쓴 가사였는데, 참 웃겼던 기억이 납니다.

  • 2011/09/04 02:01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ames 2011/09/04 23:47 #

    그래서 그런지 전 최근에 Gate Flowers 노래들도 너무 좋더군요. 가사는 집중하지 않으면 잘 못알아 듣지만요. 자신만의 음악 감상 취향이 있으니까요. 뭐든 음악이 좋다고 생각하는게 최고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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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