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 잠시 by James





  매번 조금 길게 쓰는 글들의 메뉴 제목이 '소소한 일상'이기 때문에 제목에 '일상'이란 단어를 쓰기가 힘들다. 언제나 누군가의 일상일 뿐인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어젠 오랜만에 해가 비쳐 오후 즈음에 빨래를 했다. 6시 즈음이 되니 해가 사라지고 비가 한 두방울 떨어져 급하게 빨래를 걷었다. 덜 마른 긴 바지 등을 방에 널어뒀다. 잠시 바깥에 나갔다가 돌아와서는 청소를 했다. 자취방에는 청소기가 없다. 그래서 매번 걸레에 따뜻한 물을 적신 후 꾹 짜서 바닥을 쓸어내듯이 닦아낸다. 책상과 스피커와 책장 등에 앉은 작은 먼지들을 닦는다. 바닥은 매번 두번 씩 닦는다. 그렇게 하면 먼지인지 뭔지 모를 것들이 걸레에 묻어난다. 세수대야에 물을 담아 걸레를 넣어 두고 씻었다.

  하루에 청소와 빨래를 다 할 때면 새로운 마음이 든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빨래는 쌓이고, 바닥에는 먼지가 눈에 잘 보이진 않지만 왠지 청소를 해야 할 것 같은, 마치 흙바닥에 앉아 있는 착각이 든다. 그럴 때 또 걸레에 물을 적신다. 빨래하면서 같이 빤 베개피에서 다우니 향이 났다. 베개를 기대고 얼마전에 산 <느낌의 공동체>를 읽는다. 나름 산문집이라 그런지 <몰락의 에티카>보다는 훨씬 쉽게 읽힌다. 왠지 시집을 또 한권 사야할 것 같은 기분이다. 언제부터인가 최근에 나온 시집은 1쇄판을 사고 싶단 욕심이 생겼다.

  오후에 친구가 불러 충무로에 갔다. 저녁을 먹고 나는 오랜만에 이태원을 향했다. 한남동은 최근에 갔지만 이태원은 오랜만이었다. 사고 싶은 게 있었는데, 실물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 사이즈는 아예 들여오지 않았다. 최근에 스티키 몬스터 랩과 콜라보 한 티셔츠가 있어 그것도 있으면 사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고른 건 사이즈가 품절이었다. 재작년 즈음에 나왔던 티셔츠도 힘들게 구입한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 이러다가 하나도 못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근데 그 캐릭터가 기성용이라는 게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왠지 일전에 그 원숭이 사건 이후로 나는 그 선수에게 호감이 전혀 없다. 나는 축구에 별 관심이 없는데, 이런 생각을 가진 나로서는 나이키가 왜 이러나 싶었다. 어찌되었든 NSW에서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고, 나이키 타운에서 오늘 나온 조던 11을 봤지만 역시 별 감흥이 없었다. 지하철 타러 가는 길에 다른 매장에 들려서 할인된 가격에 반바지를 샀다. 여름에 자전거를 타거나 달리기를 할 때 매번 하나밖에 없어서 좀 아쉬웠는데, 이번에 샀다.

  날은 점점 시원해지는 느낌이 확연히 든다. 언제 또 비가 올 지 모르겠지만, 비가 몇 번 더 오면 더위가 정말 물러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번 추석에 무슨 복장으로 가야하나 싶어서 작년 날씨를 검색했다. 10월 날씨를 보는데, 며칠 연속으로 비가 오고 나서는 10도씨 대로 떨어지는 게 신기했다. 게다가 11월에는 영하의 날씨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긴, 매번 고3 학생들을 가르칠 때마다 날 추워지면 끝나는 거야, 라는 얘길 했는데. 올해는 11월 10일이 수능날이다.



  아, 오늘 그 신기생뎐에 나온 주인공 여자인 듯한 사람을 이태원에서 지나치면서 봤다. 순간 신사동 가로수길이 생각났다.

  DSLR을 사고싶다. 전자제품의 경우 중고를 사 본 경험이 없는데, 100만원 이하로 중고로 사고 싶단 생각이 든다. 괜히 비싸게 새거 주고 샀다가 잘 안쓸까봐 걱정이 들기도 하고. 카메라는 보통 지인을 통하거나, 중고장터를 잘 이용하는 사람에게 문의해야 하는데, 내 주위에 카메라에 큰 관심이 있는 사람이 없다. 우선 돈부터 모아야 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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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