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로 가는 짧은 길 by James


  부산에 내려가 있는 동안 아버지 휴가가 겹쳐 잠시 거제도에 다녀왔다. 거가대교라는 게 생겨서 거제도에 이전보다 빨리 갈 수 있었다. 거제도 자체는 처음 가봤다. 조금 늦게 출발해서 '바람의 언덕'에 도착한 후 구경하고 근처 음식점에서 생우럭매운탕을 먹었다. 그러고 나니 저녁이 되어 버려 집으로 돌아왔다.



  어렸을 적에 학교에서 한국지리 시간에 하구둑의 기능 중에는 교통로로 이용되는 것도 있다고 배웠다. 나는 그 배움을 나름 체험으로 습득했었다. 낙동강 하구둑을 이용하여 강을 건너고 있었다.


  지나가면서 봤는데, 이 곳이 부산 신항이라고 들었다. 거울에 비친 에코백은 참 자주 사진에 등장한다. 아버지는 무슨 가시나가방을 들고 다닌다고 농담하셨다(국내 스트릿 샵 '카시나'가 이 단어에서 나왔다는 건 이제 유명한 내용).



  중간에 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렸다. 이렇게 깔끔하게 해놓은 휴게소는 처음이었다. 음식점 외에도 구경할 곳이 많았다. 이 곳에서 사진을 찍어 즉석 인화기로 프린트해주는 아저씨가 있었는데, 어머니는 가족 사진이 없다면서 찍자고 하셨다. 가격은 오천원. 그 시스템을 알기 때문에 찍지 말자고 말하려다가, 어머니께서 너무 원하시는 것 같아 그냥 찍었다. 그런데 이 사진기사 아저씨께서 이런 저런 포즈를 너무 심하게 조절해줘서 중간에 조금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꾹 참았다. 어머니 아버지는 사진이 너무 잘 나왔다고 마음에 든다고 하셨지만, 나는 내가 찍어도 이것보다 더 잘찍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게소를 나와서 드디어 도착했다. 언덕 오브 바람.


  1박 2일에서도 이곳에 간 적이 있다. 그 때 여러 멤버 중 내가 좋아하는 김C가 인기가 많아서 좋아하면서 본 기억이 난다. 당시 촬영할 때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이게 TV의 영향인지 아니면 휴가의 영향인지 몰라도 사람이 꽤 많았다. 근데 확실히 막히는 곳이 없으니, 언덕 위에 올라가니 바람이 굉장했다. 날도 흐려서 더 강했는지도 모르겠다.











  이곳엔 이렇게 염소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익숙해졌는지 사람들이 만져도 가만히 있었다. 왠지 스트레스 받을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매운탕을 먹고 나오니 이렇게 어두워져있었다. 어머니는 '뽈락구이'라는 걸 먹어봐야 한다며 찾았지만, 음식점에서는 그 계절이 아니라고 얘길 해줬다.


  거가대교 라고는 불리지만 사실 이렇게 바다 밑으로 길이 길게 뚫려 있다. 해수터널 개념인데 위에 보이는 표지판으로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가르쳐준다. 가장 깊은 곳이 47~48m 정도였던 것 같다. 그렇게 큰 감흥은 없었다. 하지만 이곳이 처음 개통되었을 때 무료로 이용이 가능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몰려 길이 엄청 막혔었단 얘길 들었다. 지금은 통행료가 만 원이다. 확실히 부산에서 거제도나 통영으로 가는 길은 가까워졌다. 그리고 거제도는 생각보다 엄청 큰 섬이었다.


  사실 어머니는 내가 같이 여행을 가서 자고 오는 걸 원하셨다. 텐트를 치거나 민박을 하길 원하셨는데, 내가 거부했다. 나는 이제 여름에 여행을 가는 것도 싫고, 모기에 물려서 퉁퉁 붇는 것도 싫다. 최근에 지인들이 난지 캠핑장에 놀러 가자고 했는데, 나만 사양했다. 더운 것도 문제지만 벌레에 민감한 피부를 나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런 얘길 하면서 나는 부모님과 여행가서 자고 오는 것을 거부했는데, 아마 좀 서운해 하셨던 것 같다. 거제도가 가까워졌다고는 해도, 먼 길을 왔는데 그냥 집에 가자니 뭔가 아쉬우셨던 것 같다. 그러면서 지인 가족들 얘길 하셨다. 누구 집은 애들이랑 같이 여행도 가고 했다며. 하지만 외동인 나는 어머니 아버지와 여행을 가면 그들만큼 재미있게 놀 자신이 없다. 겨울이라면 그래도 좀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서운해 하시는 마음때문에 죄송하기도 했지만, 선뜻 거제도에서 자고 가자고는 말 못하겠더라.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내가 부산집에 갔다 오는 것은 잠시 쉬다가 오는 것도 있지만 나름대로 효도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식이 한 명뿐이기에, 그것에서 오는 허전함과 외로움이 작진 않을테다. 그 빈 공간을 그래도 잠시나마 채워주고 오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몫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부산에서 거의 10일 동안 있었는데, 일전에는 3~4일 만에 서울로 돌아왔었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가진 돈이 없기도 했거니와, 좀 오래 있어야 겠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역시나 어머니께서는 최근에 내가 부산집에 있었던 것 중에 제일 오래 있었다는 얘길 하셨다.

  이번에도 월요일에 서울에 올라오려고 했는데 새벽부터 태풍의 영향으로 너무 비바람이 몰아쳐서 잠을 제대로 못잤다. 원래 오후 12시 KTX를 예매해 뒀는데, 새벽에 취소했다. 그냥 올라갈까 생각하다가, 요즘 KTX 사고 얘기도 많고 해서 그냥 하루 더 묵었다. 괜히 억지로 올라갔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괜히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도 컸고, 부모님 걱정시키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오늘 집으로 올라왔다. 이번에는 부산집에 오래 있어서 그런지 어머니는 별 서운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시진 않았다.


  이제 또 시작이란 생각이 든다. 많은 생각을 했고 여러 계획을 준비 중이다. 이걸 실천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그건 그렇고, 나는 한 달 후에 또 부산에 내려가야하더라. 추석이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은 왜 이리 빨리 오는 것인지.


덧글

  • 기묘니 2011/08/10 13:41 # 답글

    꼭 한번 가보고싶어요. 거제도. 아직은 기회가 없네요..
  • James 2011/08/10 16:45 #

    참 섬이 넓더라구요. 아마 자가용이 없으면 다양하게 구경하기는 힘들 듯 해요.

    저도 다음엔 제대로 구경해보고 싶어요. 아마 하루 코스로도 힘들 듯.
  • 국화 2011/08/11 10:32 # 답글

    언덕오브바람ㅋ뽈락구이 이런거볼때마다 런일구이오빠생각나는데;; 아 제임스님이랑오버랩되요ㅋ
  • James 2011/08/11 10:41 #

    어떻게 오버랩되는지 궁금합니다!
    런 일구이님은 이제 리락구이가 되셔서 노릇노릇 구워지셨....

    날 덥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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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