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다시 일상으로 by James



  오늘 아침부터 노트북을 챙겨 시내(서면)로 나왔다. 매번 오게 되는 스타벅스에서 자리를 잡고 내일 있을 수강신청을 대비했다. 11학점을 들으면 되는데, 쉽지 않은 과목들 같아 마음이 걸린다. 마지막 학기, 즐겁게 끝내고 싶은데 언제나 즐거움은 내가 하고 싶은 소소한 일들로 인해 얻어진다. 꽤 오래 부산집에 있었던 것 같다. 벌써 8월이 훌쩍 지났고, 나는 크게 한 일이 없다. 그 초조함과 어떻게든 무언가를 '해야 한다'라는 강박에 서울로 올라가야 함을 느꼈다. 비가 오는 해운대를 보려고 나왔는데, 아직 비는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며칠을 사진으로 또 정리해본다.



  첫 날이었나. 이 집엔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이사왔다. 내 흔적이라곤 넘쳐나는 책과 CD들 뿐이다. 어머니는 CD를 정리하는 나를 보고, 결혼해서 나갈 때 꼭 다 챙겨가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는데, 돌아오는 어머니의 대답이 조금 놀라웠다. 책과 CD 값은 다 내놓고 가라고. 그래야 하는 건가요.


  큰 어머니 생신이라 큰 집에 갔었다. 여름이라 요즘 피부가 많이 안좋은데, 그걸 본 사촌누나가 써보라고 줬다. 나는 처음보는 브랜드였는데 가격이 좀 높다는 얘길 들었다. 아직 써보진 않았고 서울가면 써볼 생각이다. 피부가 민감해서 걱정이 되긴 하는데, 그래도 써봐야지. 매번 이렇게 집에서 벗어난 다른 곳에서 씻고 지내면, 피부가 매번 안좋아진다. 시간이 갈수록 면역력이 떨어지는지, 피부조차도 너무 민감해지는 느낌이다.

  비가 오던 날. 그냥 집에서 쉬었다. 하지만 이게 내가 본 마지막비였다.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인데, 노회찬 전 대표의 책상위에 놓여져 있는 화분속 식물이 내가 갖고 있는 것과 똑같은 종이다. 그들의 단식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가끔은 생각해본다. 내가 선호하는 정치인이 정부 내 각각의 위치에서 활동할 때의 한국은 과연 어떨까. 그 때도 비판은 이어지겠지만, 비난만 아니면 된다. 그냥 내가 한국에서 살아있는 동안 한번은 보고싶다. 사람의 문제인지, 시스템의 문제인지도 겪어보고 싶다.



  전혀 몰랐던 음악인데, 좋았다. 멜로디가 화려하지도 않아 연속해서 듣기는 쉽지 않지만, 좋은 건 좋으니까.



  매그레 시리즈 1권은 정말 실망이컸다. 100페이지 넘어가면서는 그래도 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음 작품까지 구입해야 할 의무감은 없었다. 그러다 부산 교보문고에 갔더니, 2권 초판이 있었다. 초판은 표지에 나와있는 모양의 책갈피가 들어있는데, 그래서 구입했다. 이번에도 실망하면 더이상 매그레 시리즈는 없다, 라고 다짐했다. 그런데 2권은 이틀만에 다 읽었다. 확실히 1권보다 재미있다. 그래서 해운대 영풍문고에 3권 초판이 있길래 또 구입했다. 아마 초판 없었으면 구입안했을 듯. 이런거에 잘 흔들린다.


  부산에서 태어나 살면서 롯데를 응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인데, 어렸을 적부터 동네 아이들 모두가 롯데 어린이야구단 같은 것에 소속되어 있었다. 여기에 가입하면 시계를 비롯하여 가방, 점퍼 등을 지급받는데,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이 가방이 전부다. 나는 이 가방을 메지 않았는데, 방안에 굴러다니는 걸 보니 부모님이 간간이 쓰시나 보다.

  집 근처에 기차길이 있다. 가끔 KTX 같은 거대한 것들이 지나가면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시끄럽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길은 언제나 사람이 떠나고 싶게 만든다.




  이 날 분명히 흐리고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를 보고 해운대로 갔는데, 나중엔 해가 쨍쨍했다. 혹시나 싶어 작은 우산을 챙겼는데, 큰 우산 들고 갔다간 굉장히 귀찮을 뻔 했다. 바다에 간다고 했더니, 비키니 입은 사람보러 가냐고 묻던데 나는 잘 모르는 일이다. 남들은 좀 이해하기 힘들다고 할 지 모르지만, 해운대 가는 건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혼자 놀기 위해서다. 그것외엔 잘 모르겠다.

  V 시리즈라고 해서 몇 개월전에 나오기 시작한 나이키 제품들이 있다. 초반엔 VNTG 제품들만 다 구입했는데, 이상하게 이 제품은 잘 안신게 되더라. 사실 구입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웃 블로거님이 쿠셔닝도 그렇고 너무 좋다고 해서 나도 구입했다.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있었는데, 솔직히 비가 올지도 몰라서 신고 내려왔다. 약간은 막 신을 생각이었는데, 꽤 마음에 들고 있는 중이다. 편하기도 편하고 큰 부담도 없고. 최근에 size?와 콜라보 한 벤쳐 제품이 있는데 너무 갖고 싶다.

  피부에 자신없고 시간 없는 아이유 디스하는 멕시카나. TV가 없는 나도 아이유가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이럴 때 일수록 음악에 전념해 지은아.

  이 책을 읽고 있는 나같은 남자를 카페에서 보면 남들은 좀 놀랄테다. 표지와 제목이 굉장히 로맨스 소설 느낌이 나기 때문에.  하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 100페이지 좀 넘게 읽는 중인데, 충분히 마음에 든다. 일상을 표현하는 말들이 가슴을 콕콕 찌르는 부분이 많다. 그녀의 첫 장편소설인데, 어서 이전 작품인 <침이 고인다>도 주문해야겠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긴 했는데, 확실히 전 작품을 사야겠단 생각이 든다. 이번 책에서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주인공이 남자인데 자꾸 여자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꼭 거칠지 않아도 남자답게 표현하는 방법이 있을텐데, 말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충분히 여성스럽다. 게다가 이름도 '아름이'니까.


  내가 직접 선택해서 읽은 최초의 원서였다. 매번 학교 과제 때문에 페이지 채우기용 원서만 골라서 읽다가 스스로 이태원 헌책방에서 구입했다. 햇빛때문에 책등만 바랬다. 집에 있길래 챙겨서 나왔는데, 여전히 재미있었다. 주인공 아빠가 하는 얘기 외에는 대부분 표현이 정확한 표현을 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읽기도 편하다.


  광복동 롯데백화점에 혼자 갔었다. 음악에 따라 물이 내려오는 타임이 있는데, 가끔 글자나 모양이 물줄기 속에 들어 있다. 나는 별로 신기한지 모르겠던데. 이 날 유니클로에서 기본 검정 양말 5켤레 묶음을 5천원에 구입했다. 서울에서 만 2천원대로 본 것 같은데. 이번에 가을용으로 나오는 후드짚업이 마음에 드는 게 좀 있다. 문양이 들어간 것도 하나 있고, 베이직한 제품도 있고. 구입할 지는 모르겠지만, 질이 이전보다 좀 좋아지고 두꺼워진 듯.

  모자 쓰시는 걸 좋아하는 아버지를 위해 일전에 갭에서 모자를 사드린 적이 있는데, 부산가서 물어보니 출장길에 잃어버리셨다고 했다. 그래서 롯데백화점 간 김에 갭에 들렸는데, 이전만큼 마음에 드는 제품이 없어 그냥 나이키에서 구입했다. 어머니도 이번엔 나이키에서 사오라고 하시긴 했는데. 나는 이런 모자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 혹하진 않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아버지는 비싼 거 샀다고 하시긴 했지만, 마음에 드시는 듯.

  집으로 가는 길. 혹시나해서 다른 신발도 챙겨 왔었다. 


  집에 언제 생겼는지 모를 클래식 기타가 있었다. 그런데 6, 5, 4번 줄이 끊어져 있었다. 어머니께서 배워보고 싶다고 하셔서 줄을 좀 갈아달라고 하셨다. 나는 클래식 기타는 갈아본 적이 없는데, 직접 들고 가서 바꿔오려다가 인터넷에 교체법 동영상이 있길래 줄만 사왔다. 게다가 내가 쓰던 튜너는 서울집에 있어서 튜너도 하나 구입했다. 집에와서 줄을 교체하고 조율을 하는데, 아무리 크게 쳐도 튜너가 소리를 감지하지 못했다. 게다가 튜너 곳곳을 살펴봐도 소리를 잡는 마이크도 안보였다. 그래서 최근에 기타리스트들이 하듯이 나도 넥 끝에 이 제품을 고정했더니, 된다. 아마 진동으로 음을 잡아 내는 것 같은데, 그동안 내가 참 이 세계와 멀리 떨어져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갖고 있는 KORG사 제품을 처음 샀을 때도 참 기뻐했는데, 이 제품을 보니 세상이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기타를 잡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아는 부산에서 제일 큰 음반가게가 서면에 있었는데, 지하에서 2층으로 옮겼다. 사실은 이번에 합본으로 나온 이문세 앨범 골드디스크가 있나 갔는데, 일반판도 없었다. 인터넷을 대충 살펴보니 골드디스크는 다 품절인 듯. 일전에 구입할 수 있을 때 했어야 하는데, 아쉽다. 같은 가격이면 한정판이 낫지 않나. 아, 이 상술과 갈대같은 내 마음. 검정치마 2집과 W & Whale의 미니앨범을 샀는데, 두개 다 할인해줘서 샀다. 원래 인터넷으로도 구입하려고 했는데 계속 미루고 있었다. W 앨범은 잘 못들었고 검정치마는 조금 들었는데 1집과 녹음이 확실히 다른 느낌이 좀 든다. 특히 보컬이 많이 바뀐 것 같고. 나는 검정치마가 1인 밴드인 줄은 처음 알았네.


  그저께 가족들과 거제도에 갔었다. 그에 관한 사진은 따로 정리할 예정이다. 일주일 넘게 부산에 있었지만, 이렇다할 일은 없었다.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결론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었다. 이제서야 그런 걸 찾아서 해야 한다는 게 힘든 줄 알면서도, 후회하지 않을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이미 취직한 친구에게 내가 늘어놓는 이런 저런 불안은 둘이서 소주를 네 병 마시게 만들었다. 그 친구는, 내가 만약 후배였다면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날 얘기였다고 말했다. 나는 오랜만에 크게 웃었다. 진짜 나는 무슨 일을 하면서 살게 될까.

  아쉬움은 없다. 이제는 날이 추워져야 다시 부산에 내려올테다. 그 때 해운대는 내가 좋아하는 해운대의 모습을 다시 찾고 있을 것이다. 그 때 내 모습은 어떨까. 내 모습도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일까.




  

덧글

  • 국화 2011/08/07 16:43 # 답글

    아 역시 제임스님블로그는 재밌어요 :) 어머니센스ㅋ 이럴때일수록음악에전념해지은아ㅋ 아빵터졌
    암튼. 본이베르쩔죠? 검정치마도좋죠? '-'
  • James 2011/08/07 19:53 #

    본 이베르, 본 이버, 본 아이버 등등.

    쩔죠? 좋죠? 하는데 이제 음성지원되는 듯함! 국화느님이 재미있다고 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곧 서울 컴백!
  • 국화 2011/08/08 10:31 #

    82오시라그!
  • James 2011/08/08 10:38 #

    오늘 가려했으나 태풍이 몰아쳐서..ㅡㅜ KTX 불안해서 못 가겠어요!
  • Run192Km 2011/08/07 23:42 # 답글

    이제 아이유가 광고에 나오면 오히려 제품은 물론이고 아이유에게도 관심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ㅅ-

  • James 2011/08/07 23:47 #

    대신에 시간은 잘 알려 주잖아요....ㅡㅜ
  • 김은석 2011/08/08 00:10 # 삭제 답글

    꽉 차있는 내용. 한장의 사진에 붙어있는 길지 않은 글인데도 그 깊이는 저는 따라할 수도 없을 만큼 깊네요.. 블로그를 통해 저를 표현하는 것은 뒷전이고 그저 소통에만 신경을 쏟고있는 저의 모습이 부끄러워 집니다. 하나하나 다 공감하고 즐겁게읽었지만 시스템의 문제인지 사람의 문제인지 하는 부분은 특히 공감합니다. 현 정권을 비판 혹은 비난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람의 문제라 생각할테지요. 하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늘상 그나물에 그밥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걸 보면 사람의 문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어려운 문제에요. 짧은 글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전 늘 시스템의 문제라 생각해왔어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최선의 시스템이라 생각하진 않거든요. :)
  • James 2011/08/08 00:20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블로그에서 소통이 차지하는 위치는 굉장히 높다고 봅니다. 저도 그래서 모든 덧글에 답글을 달려고 하구요. 다 각자의 스타일이 있는 것이죠.

    시스템문제인데, 그걸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스스로의 시스템자체이기 보다는 개인이라고 봐요. 그 변화가 미미하게 보일지라도, 계속 두드려야죠.

    블로그에 쓴 내용은, 실제로 꿈꾸는 내용이에요. 단지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가 아니라, 각 부처에 어떤 사람이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해졌거든요.

    울타리에서 잘 견디시길! 나름대로 장점도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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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