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뜨거웠다 by James


  지난 목요일 즈음에도 비가 왔다. 부산에 다녀와서 일주일이 넘게 멀린 빨래를 돌리고 그동안 방 청소를 했다. 비는 그칠 줄 몰라, 내가 싫어하는 실내건조를 했다. 최대한 빨리 건조시키기 위해 아침 저녁에 씻을 때마다 온수와 난방을 동시에 가동시켰다. 무지에서 사서 잘 썼던 작은 초를 밤에 태웠다. 잠들기 전에 선풍기를 회전시켜 한 시간 정도 바람을 쐬어 주었다. 하루가 지났을 때는 건조대에 걸린 빨래 모두를 뒤집어 줬다. 이건 바깥에 말릴 때도 낮에 시간 있으면 하는 방식이다. 마치 고기를 앞뒤로 굽듯이. 그렇게 이틀 만에 옷이 대충 말랐다. 찝찝했지만 여전히 섬유유연제의 향이 강해서 그냥 잘 개어 옷상자에 나누어 넣었다.

  일요일 즈음부터 해가 비치기 시작했다. 빨래를 좀 더 참을까 싶었지만, 입을 속옷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어제도 잠시 나갔는데, 오후에 나가서인지 그리 햇빛이 강하진 않았다. 오늘은 한남동과 이태원 사이에 새로 생긴 mmmg 매장을 방문하기로 한 날이라 점심 즈음에 나갔다. 팔과 다리에도 선크림을 발랐지만, 햇빛이 강해 팔이 금방 발갛게 변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점점 따끔거리는 정도가 심해졌다. 이태원 mmmg는 한남동 지하철 역에서도 10분정도 걸어야 하는 곳이어서, 그곳으로 걸어가는 동안 조금 힘들었다.

  여긴 뭐하는 곳일까.







  공간은 굉장히 넓었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이곳을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먼저 사진에 보이듯이, 창이 넓은 건 좋다. 비가 오는 날은 특히 더 좋을 것 같다. 그렇지만 공간이 저렇게 넓음에도 불구하고 테이블은 많지 않다. 카페에는 보통 책을 읽거나 과제를 하기 위해서 가기 때문에 높이가 있는 책상과 편안한 의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곳에 있는 소파와 책상은 좋은 제품들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용하기엔 편하지 않다. 또한 커피를 주문하다가 많은 게 바뀌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격은 조금 할인이 되었는데도 가지 않을 것 같은 이유는, 솔직히 양 때문이다. 주문 방식이 바뀌어서, 캡슐 제품을 이용해서 직접 에스프레소를 뽑도록 되어 있다. 매장 직원이 직접 도와주기도 한다. 에스프레소는 일리 사의 제품이고, 세 가지 종류가 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어찌되었든 진하게 내려지는 샷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다른 mmmg 카페에 비해서 양이 너무 작다. 게다가 리필도 되지 않는다. 나같이 가끔 아메리카노를 혈액에 주입하고 싶을 정도로 마시고 싶어하는 사람은 매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에스프레소도 그렇게 진하다는 느낌도들지 않았다.

  특이한 건, 여기에 일하는 사람 중에 외국인이 있다는 것. 인상이 좋고 키가 컸는데 과연 말을 걸 수 있을까 궁금했다.


  2층에는 너무나 기다렸던 프라이탁(Freitag) 매장이 들어섰다.


  게다가 이태원 점에는 (이제 안국이 아니라 이곳이 mmmg의 본사가 되었다) 내가 원했던 밥(Bob)모델이 입고된다고 들었기에 더욱 기대했다. 나같은 몸에는 리랜드는 꿈도 못 꿀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밥은 리랜드보다 상하는 약간 길어졌지만 좌우가 굉장히 넓은 형태였다. 그러다보니 내가 숄더백 형태로 메어도 옆으로 크기 때문에 내 몸에도 커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크로스로 메었을 때는 좀 나았다. 게다가 리랜드랑 가격차이도 거의 2만원 밖에 나지 않는다. 그리고 너무나 마음에 드는, 파란색과 흰색이 조합된 제품이 두 종류 있었는데 아마 같은 방수천에서 떼어 낸 것 같았다. 사진에서 보이는 가운데 두 줄 전체가 밥 모델이다(왼쪽 위에서 여섯번째 줄에 있는 제품이 내가 찜한 것). 매장 전체 사진은 도저히 못 찍겠더라. 리랜드에도 마치 새 제품처럼 깨끗한 올블랙, 올블루 제품이 있었는데 너무나 끌렸다.



  다시 1층으로 내려와서 고민만 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이제 현금도 없고, 카드 한도도 다 차버렸기에 살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 너무 돈이 없어서 부산에 내려가서 있다가 올까 고민할 정도다. 평소에 돈을 좀 아껴쓰는 편인데, 이렇게 된 것은 다 이 셔츠 때문이다.

  일전에 브룩스 브라더스에서 구입했다가 사이즈 미스로 환불할 수밖에 없었던 마드라스 셔츠다. 전국에 내 사이즈가 품절이라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락처를 적어두고 왔는데 2주가 지나서 연락이 온 것이다. 내 생각에 완전히 새 제품은 아닐 듯 하다. 옷을 고정하는 핀이나 종이도 이전에 샀을 때는 다 있었는데 이 제품은 없었으니까. 왠지 마네킹이 입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지만, 원래 마음에 들었던 제품이라 고민할 수 없었다. 이 날이 토요일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비가 주륵주륵 내리던 이 날 카시나에서 풋스 우븐 호피(지브라) 대란이 있던 날이다. 나는 그곳에 있었을까 없었을까. 나는 샀을까 안샀을까.

  

  셔츠류는 다 좋아한다. 몸에 완전히 핏 되거나, 정장에 어울릴 만한 셔츠는 안좋아하지만,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옥스포드 셔츠는 언제나 좋아한다. 그런데 짧은 옥스포드 셔츠는 왠지 느낌이 안나기도 하고, 갖고 있는 게 거의 없어 여름에는 입지 못한다. 그래서 긴팔 셔츠를 팔을 접어 입는데, 남들은 그게 더워 보이나보다. 엄청 두꺼운 것도 아닌데, 그게 그렇게 더운지 나는 잘 모르겠다. 추울 때는 더 추운게 어떤 건지 알지만, 더울 땐 더 더운게 어떤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여름에 검은색 계열의 티셔츠도 잘 입는다. 요즘 바깥에서 많이 돌아다니는 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집 밖에 나가도 왠만하면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에 있기에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 게다가 '반팔 티셔츠+긴 바지(게다가 청바지)' 보다는 '롤업한 긴팔 셔츠+반바지'가 더 시원하지 않을까 싶다. 어찌되었든, 8월에 무더위가 찾아오면 당분간 긴팔 셔츠도 못 입을 것 같다.

  땀을 많이 흘렸다. 티셔츠든 남방이든 땀이 바로 흡수되어서 옷이 상하는 게 싫어 이너로 입는 티셔츠를 항상 같이 입는데, 오늘은 겉에 입은 마드라스 셔츠까지 등이 젖을 정도로 땀을 많이 흘렸나보다. 그런데 그 햇빛을 받는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한낮엔 팔이 따갑긴 했찌만, 오랜만에 받는 햇빛이라 그런지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게다가 오늘은 하늘도 어찌나 맑은지, 계속 파란 하늘과 많은 하얀 구름들을 올려다보았다. 내일은 아침일찍 빨래를 해야겠다. 그동안 눅눅해졌을 베개피도 빨아야지.








덧글

  • H_Blues 2011/07/19 23:05 # 답글

    저는 이태원mmmg 오픈날(토)에 다녀왔는데요...
    프라이탁매장 사진찍고싶은 충동 엄청 느꼈는데;;
    소심해서 못찍고 문밖에서만 살짝 한방 눌르고 얼른 넣었...

    셔츠 색감 너무 좋네요~
  • James 2011/07/20 10:33 #

    저도 사진은 몰래 찍었습니다. 셔터 스피커를 손으로 틀어 막은 채..;;

    셔츠는 오랜만에 너무 마음에 드는 제품이라 애지중지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 김은석 2011/08/01 21:33 # 삭제 답글

    셔츠가 정말 이뻐요 :)
  • James 2011/08/01 22:18 #

    하나 더 구입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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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