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은 by James



  이런 날은 불이 꺼진 상태로 두터운 이불 아래에서 곤히 잠들어야 한다. 이런 날씨와 맞는 음악을 틀어도 좋고 안 틀어도 상관없다. 창문으로 부딪치는 빗소리를 대신 들어도 좋다. 어떻게든 세상이 어두컴컴해지기 전에 잠들어야 한다. 그래서 눈을 떴을 때의 그 어두움을 겪어야 한다. 어느 순간 세상이 확 어두워졌을 때의 느낌, 그 가라앉은 분위기. 그 속에서 눈을 멀뚱히 뜨고 희미하게 보이는 천장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 때의 기분을 알아야 한다.

  이번 주부터 실제 수업이 시작된다. 나는 운이 좋은지 어떤지 딱 두 시간만이 할당되었고(보통 10~20시간), 그것도 금요일부터 시작이라 맘이 편했다. 참관을 하지 않아도 되서 혼자 교재연구 하다가 창가로 자리를 옮겼다. 비가 조금씩 내리는 듯 해서 아이팟을 꺼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잘 안듣는 음반을 구입하고 듣기도 하지만, 이런 날엔 왠지 남들도 다 좋아하는(따지고 보면 여전히 안 좋아할 수도 있겠다) 가요들이 듣고 싶어진다. 그래서 재생시킨 게 이승환의 '오늘은 울기 좋은 날'. 이후에 '루머'와 '내 맘이 안 그래', '반의 반', '울다' 등을 들었다. 창밖 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이 흐린 하늘 아래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고, 나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며 한 시간을 보냈다.

  네시 반에 칼퇴근을 하고 나왔더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유니클로에서 산 갈색 우산을 켰다. 주위 선생님들이 제임스 선생님과 어울린다며 농담을 한다. 나는 또 부끄러워하며 일행 맨 뒤로 빠져서 혼자 뚜벅뚜벅 걸었다. 음악이 고팠지만, 잠시 참아야 했다. 구두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하루가 끝나간다는 생각과 동시에, 이대로 끝낼 순 없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각자의 갈 길로 헤어지고, 나는 지하철을 탄 후 내려서 마을버스를 탔다. 가는 중간에, 아침에 구입하지 못한 씨네21 800호를 샀다. 그 시간대엔 당연하듯이, 버스엔 별 사람이 없었고 나는 맨 뒤 구석에 앉아 아이팟을 다시 켰다. 에피톤 프로젝트 <긴: 여행의 시작>을 틀었다. 여전히 나는 1집이 더 좋다.

  버스에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후두둑 하는 소리가 들린다. 비가 조금씩 더 내리기 시작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길은 언제나 시골처럼 한적하다. 음악을 들으며 돌아오는 길이면, 언제나 그 골목에서 발걸음이 느려진다. 진공상태에선 음악이 전달 안되겠지만, 마치 유리병안에서 음악을 홀로 듣는 그 느낌. 그 느낌을 온전히 간직하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방 앞에서 잠시 하늘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마음이 가라앉는 것과 놓인 감정이 그대로 겹쳐온다.


   집으로 돌아와 바로 눕지 못한다. 못다한 집 정리를 한다. 세상은 어두워진다. 잠들지 못한 채 어둠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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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