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Englishman in New York by James



  "Oh oh.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나는 스팅을 잘 모르고 앨범도 단 하나밖에 없지만 저 곡은 참 좋아한다. 문득 가사를 다시 읽어보다가 굉장히 슬퍼졌다. 꼭 내가 영국인이 아니고 내가 있는 곳이 뉴욕이 아니더라도, 나는 언제나 저런 느낌을 간직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의 신분을 벗고 사회에 나가는 순간에 나는 이 느낌을 과연 버릴 수 있을까. 이 느낌을 버린다는 것이 왠지 나 자신을 버리는 것 만 같아 두렵다.

  미래가 불투명할 때 나는 과거를 둘러본다. 과거를 둘러 볼 때 가장 유효한 것은 사진을 보는 것이다. 사진은 그 순간의 기록이지만 사진이란 존재는 그 이후를 위한 기록임을 나는 이 순간에 증명한다. 예전에 찍은 사진들은 말 그대로 '찍기 위한 사진'들이었다. 찍어서 보기 위한 사진들이 잔뜩이다. 요즘도 가끔 그런 방식으로 찍긴 하지만 최근엔 부쩍 줄었다. 점점 '찍어야 할 것'을 찍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하는데, 나는 현재 제자리 걸음이다.

 
  내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언제 처음 구입했는지는 이 사진을 찍은 전후를 따져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내가 이 테이블 위에 내 물건들을 놓고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 나는 이 책이 얼마나 나에게 영향을 미칠 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나중에 이 사진을 가지고 글을 쓸 것이라는 것도 알 수 없었다. 이런 점에서 사진은 미래라고 한다면, 너무 억지일까.



  정형화된 형태를 가진 특정 대상을 수집하는 건 내 오랜 취미이자 습성이다. 한 때 버튼을 모으는 걸 좋아했는데(구입은 거의 하지 않고, 소비를 통한 부가물의 형태로 내 손에 들어오곤 했었다), 받는 즉시, 입지 못하는 흰 티셔츠에 저렇게 꽂아 뒀었다. 벌써 5~6년 전 사진인데, 저 때 저 낡디 낡은 하숙집에서 난 참 많이 우울했고 울었고 많이 느꼈던 순간이란 건 부인할 수 없다.



  같은 방에서 분명 오후에 찍은 사진이다. 내가 본 장면은 이것과 동일하진 않았지만, 카메라에 담긴 모습은 그 자체보다 더 마음에 들게 나와서 한참을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당시의 분위기, 내가 저 속에서 느꼈던 감정들은 기본적으로 이 사진과 같은 음영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과거를 들춰보는건 언제나 현실에 대한 부정이다. 혹은 나 자신에 대한 부정이 될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내 과거가 현재보다 좋았던 적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과거를 들춘다. 이게 과거를 미화시켰기 때문인지, 그 고통스러운 시기를 지나왔다는 안도감인지는 나 스스로도 판단할 수 없다. 대상에 대해서 내 생각이 굳게 확립된 경우는 최근에 거의 없다. 아니, 지금까지도 없는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무언가를 물어 볼 때 마다 내 대답을 듣고 만날 하는 얘기가 있다. "니가 아는게 뭐꼬?". 아마 매번 "몰라.." 라는 내 입버릇에 대한 힐난 혹은 농담일지 모른다. 그 말을 들을 때 마다 난, 모르니까 모른다고 하지, 라고 속으로 대답하곤 했는데, 생각해보니 난 정말 잘 모르겠다. 언제나 말의 끝은 '~일지도 모른다' 혹은 '~처럼 보인다', '~일 걸.' 등으로 끝난다. 확신. 나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단어다.




  왜 이 글을 쓰려고 했고, 쓰기 시작했는지 조차 모르겠다. 멍한 상태는 아니지만, 진짜 모르겠다.


덧글

  • 은비뫼 2011/01/05 23:57 # 답글

    1. 스팅 좋아해요~~~! :)
    2.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이 책은 지인께 선물받은지가 몇 년인데 동생책장으로 간 후 돌아오지 않았네요. 덕분에 기억났어요. 설 때 찾아와야겠어요.
    3. 사진에 대한 이야기.. 사진을 담고 나면 순간이 그 안에 살아있어서 들ㅇ다 볼때마다 그때로 빠져들어요. 로모로 필카 찍을 때는 그런 시간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날들이 없어요.
    4. 때로는 글로 풀어내다 보면 정리가 될 떄도 있지만 반대일 때도 있더군요.
    5. 굿나잇, 제임스님.
  • James 2011/01/06 09:36 #

    1. 곧 내한을 한다고 하더군요.
    2.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외국문학입니다. 꼭 읽어 보시길..^^
    3. 제가 DSLR을 산다면 지금 가진 생각이 바뀔까요..
    4. 저는 확률적으로는 전자가 많이 일어났던 것 같습니다.
    5. 좋은 아침입니다, 은비뫼님.

    다시 추워졌다네요. 언제나 건겅관리 잘하시길!
  • Joy 2020/04/23 06:43 # 삭제 답글

    댓글이라는 거 첨 쓰네요.
    노래 가사 찾아보려다..
    이방인이기도 하지만 내게는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가 전달하고픈 메세지 이닐까요?

    인생은 그 과정...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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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