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부산이다 by James


  목요일 저녁, 우연히 표를 구하게 되어서 강변 CGV에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보게 되었다. 금요일에 공부를 하나도 하지 못한 시험과 3개의 과제, 그리고 하나의 영어 인터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화를 극장에서 또 보고 싶어서 갔다. 만족도는 사실 별로였다. 이유는 영화 초반에도 지직거리는 잡음이 지속적으로 나오더니 중간부터는 배우들이 대사를 할 때마다 그 소리가 들렸다. 게다가 옆옆에 앉아 있던 남자의 리액션이 너무나 과도해 영화에 굉장히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평소에 그렇게 많이 봤음에도 불구하고 기억하지 못했던 장면이 있더라. 이런 재미에 영화는 여러번 봐도 좋다.

  영화를 보고 난 밤, 2시간 정도만 자고 과제와 공부로 허덕였다. 4시까지 과제를 제출하고 시험을 마무리 한 후 바로 부산으로 떠났다. 금요일 밤 저녁에 도착해서 지금까지 내가 한 것이라곤 해운대를 다녀온 것과 시도 때도 없이 쓰고 있던 남아 있는 과제다. 좀전에 26장의 논문 과제를 마무리 한 후 지인에게 보냈다. 이건 메일로 제출할 수 없고 하드카피를 제출해야 하는 과제라서 부탁을 했다. 아직 오늘 밤 12시까지 제출해야 할 과제가 또 하나 남아있다. 눈이 참 침침해졌다는 게 느껴진다.

  부산은 여전하다. 하지만 내가 매번 올 때마다 가던 스타벅스가 문을 닫았다. 그 자리엔 굉장히 부담스러운 또 다른 커피 전문점이 들어섰다. 뭔지 모를 허탈감. 스타벅스여서 좋았던 게 아니라 천장 높은 그 공간이 좋았다. 그런데 아무런 예고없이 사라졌다(그 매장이 나에게 예고할 이유는 없지만). 나는 앞으로 부산에서 어딜 가서 커피를 마셔야 한단 말인가.


  부산은 캘리포니아란 지인의 말에 동감할 수 있는 순간들이다. 해운대는 너무 맑아 칭칭 감고 간 목도리가 무색해졌다. 햇살은 강했고, 훈훈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날은 따뜻했다. 백사장 끝엔, 얼마전 화재로 금색을 흑색으로 바꾸었던 건물이 보였다. 해변을 달리는 사람들도 여전했다.

  수요일 낮에 다시 서울에 올라갈 것 같다. 그렇게 기다렸던 방학이다. 지나치게 지치고 우울하고 힘들었던 2학기였다. 이제 무엇을 해야할까. 달리기와 글읽고 글쓰기. 이것만 해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할 것 같은데. 그 전에, 내년 다이어리부터 구입해야겠다. 그리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이건 마치 히치콕의 <새>를 찍는 듯한 느낌이었다.


덧글

  • 2010/12/20 21:0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ames 2010/12/21 08:02 #

    허허, 기다려 주셨다니(저혼자 생각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왠지 기본적인 마음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내년은.
    뒤돌아보니 올해는 정말 바탕체 글자 10으로 글을 써내려 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제목도, 활자 크기 조절도, 간격 조절도 없는..

    내년 다이어리 구매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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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