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공간들 by James




  며칠 전에 오랜만에 mmmg를 방문했더니, 예전에 본사 사무실이 있던 곳 일부가 카페로 변경되어 있었다. 예전부터 사람들이 왔다 자리가 없어 되돌아가는 걸 자주 봤는데, 이번 기회에 테이블도 다닥다닥 놓고 작은 테이블에 의자를 4개를 놓기도 했더라. 게다가 예전에 아주 좋아하던 큰 테이블은 아예 사라졌고, 새 의자와 새 테이블이 많이 들어와 있었다. 자세히보니, 의자와 테이블이 일본의 한 회사 제품이고 개인 주문할 수도 있다고 나와 있었다. 당연히 너무 의자가 마음에 들었는데, 가격은 엄두가 안날 것 같아 물어보지도 않았다. 이상하게 이 날은 마음이 참 편했다. 새로운 의자에 앉아서 이것 저것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책도 보고.

  집에 있는 커피메이커의 주전자가 또 깨졌다. 커피가 내려지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는데, 한쪽으로 피가 흐르듯 커피가 점점 흘러 퍼져 나가는 모습을 보고 황급히 걸레로 닦았다. 아련했다. 이제 난 무얼 마시며 살아야 할까 싶어서. 예전에 아르바이트 할 때, 스타벅스에서 산 제품이었는데 최근에 주전자가 수입이 안된다고 들었다. 그래서 트위터를 통해 최근에 힘들게 구했었는데, 또 주전자가 깨져 버린 것. 진짜 큰 맘 먹고 모카포트를 사야하나 싶다가도, 그러려면 물을 끓일 수 있는 주전자나 전기포트를 구입해야 하는데. 고민만 커져가고, 집에서 커피를 마시지 못하니 계속 초조하기만 하다. 이 날도 저 두 잔을 거의 혼자 다 마시고 리필까지 받았다.


  보통 이렇게 생긴 텀블러에 커피를 담고 학교로 가곤 했는데, 최근엔 티백을 챙겨가서 우려 먹는다. 뭔가 아쉽다. 아침에 내가 씻는 동안 내려진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 등교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그 재미가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최근에 빠진 신발과 남방 혹은 티셔츠 구입. 나이키 마그마. 정말 살 마음이 없었는데, 마그마를 하나 구입하고 싶어 샀다. 위쪽 끈 묶는 곳이 특이하기도 하고, 요즘엔 워크부츠 스타일을 좋아하기도 해서 구입했는데 따뜻할 것 같아 겨울용으로 신을 생각이다. 상품을 구입하는 것과 다이어트는 많이 닮았다는 걸 요즘 깨닫는다. '이번에 구입하고 당분간 안사야지'와 '이것만 먹고 안 먹어야지'는 언제나 만난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만큼, 소비 이후에 내뱉는 말들도 사실은 거짓말 혹은 변명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래도 당분간은 이런 나를 만류하고 싶진 않다.


  어떻게 하면 저런 시계를 구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그냥 확 떼어내서 가버릴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소품이란 공간과 어울려야 하지만, 왠지 소품하나 때문에 공간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 시계는 매력적이다.

  양장본 책을 사면 보통 저렇게 겉 표지를 집에 두고 다닌다. 이유는 겉 표지가 닮거나 때가 묻을까 걱정해서인데, 따지고 보면 저렇게 들고 다녀도 쉽게 때가 묻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보관할 때는 그게 안보이기 때문에, 라는 내 변명이 공허하다. 하루키의 수필은 거의 처음인 것 같은데, 쉽게 읽기 위해서 샀다. 게다가 당연히 이 책을 읽으면 달리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줄 예상하고, 또 그 예상과 다르게 실제로 달리기를 시작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걸 예상해서 이 책을 골랐다. 지금도 난 편안한 신발과 복장을 갖추고 상상속으로 달리기를 하기 위해 출발했다. 그러나 날이 너무 추워서.


  mmmg의 공간이 나에게 참 따뜻하게 다가왔나 보다. 내일도 과제가 있는데 여기에 가서 아침부터 눌러 앉을 생각이다. 커진 만큼 시끄럽진 않길 바라지만. 내 집과 조금만 더 가까웠다면 난 아예 여기서 일을 하고 싶었을지도. 벌써부터 그 아메리카노 향이 입 안에 퍼지는 것 같다.



덧글

  • 2010/11/21 00:1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ames 2010/11/21 00:50 #

    아마 스타일이 맞으시다면, 사고 싶은 물건들도 많을 겁니다.
    여유있을 때 들려 보시길..^^
  • Run192Km 2010/11/21 10:10 # 답글

    커피 맛을 모르니 대충대충 마셔서 햄볶습니다. 'ㅅ'b
  • James 2010/11/21 13:45 #

    대신에 고기맛을 아시니.. 아무 고기나 드실 수 있으신가요? ^^
  • Run192Km 2010/11/21 14:11 #

    놀랍게도 고기도 안 먹는 부위가 있습니다!!! ㅎㅎㅎㅎ
    'ㅅ'
  • James 2010/11/21 14:14 #

    그것과 똑같은 거죠. 전 로부스타는 안 마시고 아라비카만 마십니다, 라고 얘기하는 것과 같은.


    역시 고기에 대한 입맛이 고품격이신듯!
  • simamoto 2010/11/21 20:42 # 답글

    저는 모카포트 쓰고 있는데 커피 맛을 떠나서 진하게 내려지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비록 1인용이지만 매우 만족하고 있답니다.

    1인용이나 2인용은 가격도 착하니까 구입하셔도 후회하지 않으실 듯. 'ㅁ'


    아!! 그리고 다이소에서 파는 5천원 주전자가 나름 쓸만합니다. 디자인은 뭐.. 그럭저럭이지만요..
  • James 2010/11/21 22:01 #

    전기 포트보다 주전자로 끓이는 게 더 비용이 적게 든다더라구요 ^^
    정보 감사합니다. 저도 다이소에서 용품 몇 개를 구입했습니다.

    전 커피를 자주 많이 먹기 때문에 6인용 살까 생각중입니다. 45000원 정도 하더라구요.

    모카포트는 거의 에스프레소 수준인가요?
  • simamoto 2010/11/29 21:53 # 답글

    에스프레소보다는 조금 연한 느낌이에요.
    그래도 같은 농도의 커피를 비교한다면..
    드립보다는 적은 원두의 양으로 더 진하게 우려낼 수 있는게 장점인 듯 해요.
  • James 2010/11/29 22:36 #

    커피 메이커 용 주전자를 힘들게 다시 구했습니다.
    이게 깨지면 모카 포트로 갈아탈 예정입니다. 스텐레스로 된 제품을 구매할 예정입니다.
    많이 만들 수 있는 용으로..^^;
    정보 감사합니다.
댓글 입력 영역


메모장

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