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이틀이 지나가고 있다 by James



  크게 연휴라고 쉬고 싶다고 느낄 만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2주 전부터 추석이 기다려졌다. 일요일 밤부터 막 내리기 시작한 비는 월요일 아침에도 계속됐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미리 싸둔 캐리어의 지퍼를 올리고 신발을 골랐다. 한참을 고민하다 가죽으로 된 신발을 골랐다. 비는 계속 내렸고 캐리어는 비를 계속 맞았다. 엄청난 속도로 지하철역에 도착하니 딱 전역에서 출발을 하여 바로 탈 수 있었다. KTX에 20분 전에 미리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마 Travis의 <Ode To J. Smith> 앨범을 들었던 것 같은데 좀 신났다. 남들은 평소에 이 앨범이 좋다지만 난 그냥 그랬는데, 내 평가가 바뀌는 순간. 사람이 없는 아침 서울역에서 내가 달릴 레일을 보며 듣는 그들의 음악은 최고였다.

  눈을 뜨니 이미 동대구를 지나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잠이 잘 오는 곳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KTX 일반석 창가 역방향이라고 말한다. 책을 가져가든 PSP를 가져가든 광명역 근처를 지나는 순간에 나는 잠들어 버린다. 창가 틈에서 나오는 에어컨이나 바람에 뭔가 약을 탄게 아닐까 의문을 가진 적도 있다. 분명 타기 전에 내리붓던 비는 내가 눈 떴을 때 맑은 하늘로 변해있었다. 구포역에 도착했을 때 내 긴 우산이 왠지 외국에서 온 여행자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내 온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아침을 먹고 빈둥거렸는데도 오후 12시가 되지 않았다. 짐을 간단히 챙기고 신세계 센텀시티로 향했다. 꼭 사야할 건 없었지만 구경가고 싶었다. H&M에서 산 청바지의 허리가 너무 커 유니클로에서 심플한 벨트를 구입했다. 화장실에서 후다닥 착용했더니 또 땀이 주륵주륵. 나와서 옆에 있는 롯데백화점을 둘러보는데, 언제나 느끼지만 촌스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구조와 매장들. 신세계로 향해서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와 나이키를 둘러보았다. 홍대 와우산 매장에만 있다는, 자신만이 꾸밀 수 있는 후드가 버젓이 존재했다. 올해 가기전에 사고 싶은 것 중에 목표가 마음에 드는 후드집엎과 고어텍스 레인코트와 스테디움 자켓(야구점퍼) 인데 가능할지는 모르겠다(할인 좀 해주세요..). 아, 갭에서 필요한 면바지를 하나 샀다. 매번 가격에 혀를 내두르지만 다른 매장에선 마음에 드는 걸 잘 구하지를 못하겠다. 이게 면바지는 마지막이길 바라며 샀다(남색 면바지를 하나 구하고 싶은데 요즘은 잘 안보인다).

  기다렸던 연휴의 하루는 아무렇지 않게 더위만 잔뜩 느끼다 지나갔다. 오늘은 집안 청소를 하고 서면으로 나갔다. 유니클로와 NSW, ABC 마트 등을 둘러보고 부산 최대 레코드점을 향했다. 신촌블루스 앨범이 보여 지기님께 문자했더니 이미 구하셨다고. 예전만큼 레어CD들이 보이지 않았다. 큰 맘 먹고 구입하기로 한 <가족의 탄생> DVD는 없었다. 언니네이발관, 디어 클라우드 예전 앨범도 없었는데, 윤상의 예전 앨범들은 보였다. 윤상을 잘 몰라 매번 볼 때마다 구입을 안하게 되는데 미리 사둬야 하나 싶다. 게다가 예전에 절판된 뒤로 우연히 구해서 좋아했던 mo:tet CD가 다시 보였다.

  좋아하는 스타벅스 매장에 가서 과제를 했다. 사람들이 다 빠져나갔는지 한가했다. 책 한자 읽지 않고 과제를 위한 원서만 읽어 내려갔다. 공부에 여유가 더해지는 순간 그 효율은 높아진다, 라고 나 자신의 법칙을 적어 본다. 오후가 되어서 근처에 있는 큰집으로 갔다. 나는 어느순간에 삼촌이 되었다. 조카는 조금씩 걷기 시작했고, 날 보고 부끄러워했다. 나보고 말이라도 걸어보라는 주위 사람들의 얘기에, 한 마디도 못했다. 난 왜 그런자리가 부끄러운지.


  이번엔 무슨 얘기들을 할까. 다른 집안과 다르게 엄청나게 모이는 자리에서 내 얘기는 많지 않겠지만, 재미있을 것 같진 않다. 점심을 먹고 먼저 나와서 매번 시내에 있는 교보문고로 가곤 했다. 사람들이 몇 명 없지만 왠지 동질감이 느껴진다랄까. 이런 날 서점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한뭉치의 사연 혹은 허전함을 들고 온다는 느낌이 든다. 그 사연과 비슷한 책을 찾거나, 허전함을 채울 수 있는 글자들을 모으거나. 그런걸 위해서라면 서점만큼 좋은 공간도 없다. 이곳이 서울이었으면 나도 분명 나올 때는 무거운 짐을 챙겼겠지만, 확실하진 않다.



  모두에게 복된 추석을(분명, 패러디다).




덧글

  • DECKARD 2010/09/22 00:04 # 답글

    가족의 탄생 DVD는 테크노마트에 꽤 있더라구요. 예전에 테크노마트에서 엄태웅씨 보고 얼른 가족의 탄생 DVD 사서 사인받았었던 적이 있었죠 :)
  • James 2010/09/22 16:05 #

    하하. 잘하셨어요.
    테크노마트나 국전 같은 곳은 잘 안가게 되더라구요. 이번에도 사실 없으면 안사야지 하는 마음에 가서 실망감은 없었습니다. 정보 감사해요. 시간나면 가봐야 할 듯 ^^
  • simamoto 2010/09/23 08:30 # 답글

    저도 얼마 전 H&M 2호점에서 남성용 밸트를 하나 샀는데, 폭이 너무 넓어서 바지에 잘 안들어가는 사이즈더라구요...-_-a 주말쯤에나 환불하러 가야할 듯.
  • James 2010/09/23 08:34 #

    요즘 잘 지내세요? 글도 안쓰시구;

    H&M이 부산에 있었으면 그곳으로 갔을텐데. 서울에서 미리구입하지 않은 제 탓.
    남성용 밸트가 이쁘셨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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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