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지 않지만 by James



  오늘 급하게 명동으로 가서 마지막 남은 아디다스 랜섬 하이 블랙을 사버렸다. 다른 사이즈도 없고 DP된 게 285 마지막 사이즈이고, 블랙 하이 자체가 없다고 했다. 나는 쓴 웃음을 지으며 살 수 밖에 없었고 나간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돌아왔다. 버스와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모두 환승해서 돌아왔다.

  나는 옷을 좋아한다. 하지만 쉽게 사지 않는다. 내가 아마 몸 사이즈가 조금만 더 작았다면 인터넷으로 엄청 샀을테지만, 인터넷 대부분은 Free 사이즈라 잘 맞지 않고, 사이즈가 다양하다고 해도 실제로는 차이가 나기 때문에 직접 가지 않고서는 잘 사지 않는다. 그러다 최근에 옷을 꽤 많이 샀다. 바지만 세 벌, 티셔츠는 한 다섯 벌 정도. 하지만, 이번에 산 바지와 티셔츠 가격을 다 합쳐도 신발 두 켤레 가격을 넘지 못한다. 컨버스 외에 같은 모양의 신발 중 색상을 달리 산 건 아마 태어나서 이번이 처음일테다.

  어렸을 적 부터 신발은 좋은 걸 신었다. 농구부 시절에는 더욱 그런 경향이 있어, 당시 인기였던 리복에서 발목(발등)을 보호할 수 있도록 에어를 넣을 수 있는 신발도 그 당시에 15만원이 넘는 가격에 샀었다. 보는 아이들마다 시도때도 없이 바람을 넣어 보곤 했다. 그 당시 집안 사정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어떻게 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후로 나는 학창시절동안 보세신발부터 스프리스 신발까지 저가 신발들을 자주 신었다(한 때 바닥에 구멍이 난 신발도 꽤 오래 신고 다닌적도 있다. 비오는 날 물이 들어오는데도 신발을 바꿔야지, 라는 생각은 하지 않은 걸 보니 큰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대학을 오면서 조금 바뀌었다. 그 전까지 신발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고 중요성도 몰랐다. 그러다 우연히 아르바이트 하는 데 검은색 신발을 신어야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이키 포스 올검을 샀고, 그 이후로 가끔 가다 마음에 드는 신발을 사곤 했다. 아르바이트도 하고 과외도 하면서 이렇게 신발을 사는 횟수는 늘어났고, 신발을 모으는 특정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리 적지 않은 신발을 갖게 되었다.

  나는 합작(콜래보레이션)한 것을 무척 좋아한다. 이게 꼭 신발만이 아니더라도 옷이나 음반처럼 무언가 합쳐져서 새로운 걸 발생시키는 걸 좋아한다. 두 가지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면서, 가끔 전혀 새로움도 볼 수 있는 그런 것. 아마 콜래보에 열광하는 것은 '한정'이라는 이름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패션의 완성은 신발이라지만, 나는 솔직히 자기 만족에 신발을 산다. 상의로 무엇을 입었는지는 사람들이 자주 보지만, 관심이 없으면 보통 신발은 잘 보지 않는다. 나는 그냥 내가 뿌듯해서 사서 신는 경우가 많다. 이건 뭐냐면, 나이키나 아디다스 오리지널 매장에 구경가면 직원들이 '어서 오세요' 하면서 눈은 보통 들어오는 사람의 신발을 향해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관심있으니까 손님들 신발을 먼저 보는 것이다. 그들이 손님의 신발에 따라 척도를 매기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크게 신경은 안쓴다. 다 내 만족이니까.

  글을 쓰지 않았지만, 몇 달 전에 (닥터)마틴에서 8홀 체리 신발을 샀다. 지인들(특히 남자의 경우)의 경우 굉장히 놀랐고, 약간은 이런 걸 어떻게 신고 다니냐는 뉘앙스도 풍겼다. 하지만, 이것도 내 만족이다. 나이 들면 분명 이 신발을 못 신을 것 같기도 했고, 당장 신어보고 싶었기에 지금까지 산 신발들 중에 제일 비싼 가격에 샀다. 그래서인지 신발용 왁스도 샀고, 그 날 신고 나서 자주 발라주고 관리해준다. 신발을 닦는 순간을 즐거워하는 걸 보니 정말 좋아하긴 하나보다.


  아마 내 수중이 갑작스러운 돈이 생기지 않는 이상 당분간 또 신발 살 일은 없을테다(마틴 10홀 검정과 오늘 본 랜섬 낮은 신발이 눈에 밟히긴 하다). 신발의 종류도 잘 모르고 이름도 잘 모르지만, 그냥 나는 내 만족에 옷만큼 신경쓰면서 내일도 학교를 갈테다. 혹시 누가 밟지 않을까 조심하면서 다니겠지만.


  남들은 어떤 신발을 이쁘다고 생각할까.







덧글

  • bonjo 2010/03/30 20:59 # 답글

    신발을 하나 사면 떨어질 때까지 그것만 신는 성격인데, 그래서 자주 사는 일이 없고,
    또 그래서 살 때마다 지나치게 신중해집니다. 이거 사면 떨어질 때까지 이것만 신을테니....하고 말이죠.

    지금 신고다니는 건 인터넷으로 구입한 오클리 제품인데 아무래도 속아서 산 것 같아요. 좌우짝이 색이 다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무척 튼튼해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 James 2010/03/30 21:48 #

    고등학교를 졸업하니까 신발이 너덜너덜해지거나 구멍나서 신발을 버릴 일이 거의 없더라구요. 뒷축 한쪽만 닳아서 못 신는 것 말고는. 아무래도 한 신발로 막 뛰어다니고 운동하러 다니고 하진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애들 키우시겠지만, 정말 어릴수록 좋은 신발 신어야 한다더라구요. 발이 성장에 꽤 중요하기도 해서. 많이 뛰어다니기도 하니까.

    색이 다르게 변하는 것도 패션이라면서 우기세요 ^^;
  • Elliott 2010/03/30 23:28 # 답글

    와. 멋져요. 멋져.
  • James 2010/03/31 23:52 #

    가..감사합니다.
    저희 한번 봐야죠 엘리엇님 ㅡㅜ 엉엉엉 ㅡㅜ
  • SF_GIRL 2010/03/31 09:47 # 답글

    오옷 이쁘게 빠졌는데 흰색이네요. 조심조심 깨끗하게 신으시길.
    사는 곳 근처에 originals 매장이 있어서 한참 세일하는 희한한 트랙탑을 사곤 했는데 안간지가 한참이에요. 그러고보니 스니커즈 신은 지도 오래되었네요.
  • James 2010/03/31 23:53 #

    가죽이라 물로 잘 지워집니다. 지금은 신경많이 쓰면서 신고 있습니다.
    너무 신경쓰일까봐 검은색도 같은 걸로 샀습니다.....................- _-;;

    originals는 가끔 제가 받아 들일 수 있는 범위를 훌쩍 넘어서는 담대함, 다른 말로는 안드로메다형 제품들이 나오곤 하지만 꾸준히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재미있다랄까.

  • 닭고기 2010/03/31 09:54 # 답글

    신고 싶다면, 디자인이 어찌됐든 신어야죠:)
    확실히 지금 시도할 수 밖에 없는 그런게 있다는데 동감합니다.
  • James 2010/03/31 23:54 #

    특히 신발이 그런게 강한 것 같아요. 마틴의 경우 요즘은 많이들 신고 다니는 것 같아 나름 뿌듯해 하곤 합니다;

    내일은 날이 맑으면 새 신발을 신고 나갈 예정입니다.
  • jofree 2010/03/31 13:25 # 답글

    합작에 매력에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단점이..
    하하. 저는 계속 합작이 된 신발만 사는거 같습니다.
    다른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_-
  • James 2010/03/31 23:55 #

    그런게 좀 있죠. 저번 스타워즈 콜라보 때도 꽤 흔들렸었는데..
    근데 랜섬 뭐사셨어요?
  • jofree 2010/04/01 09:03 #

    저는 국내 듄 파란색을 샀습니다.
    동영상 처음과 마지막에 등장하는..ㅎㅎ
  • James 2010/04/01 11:25 #

    저거 국내에 들어왔나요? 저는 못봤다가 검색하다가 알게 됐거든요. 근데 미국에서 가져온 거라고 하길래..


    이쁠 것 같아요!
  • jofree 2010/04/01 12:47 #

    아직 국내에는 발매안됬구요, 랜섬이 시즌별로 들어온다고 하니
    국내에 발매될 가능성도 있다고 하네요. 그전에 많이 신어줘야지..^^
  • James 2010/04/01 22:48 #

    좋은 정보(하지만 현실이 씁쓸한..;) 감사합니다 ^^
    지속적으로 나올 건가 보군요. 검색을 해보니 하얀색도 테두리가 연두색인 것들이 외국에서는 더 자주 보이더라구요.
    영상 초반에 나오는 산에서 신던 신발도 되게 활동성을 강조하더라구요; 물에 씻는 모습에 충격을 좀 받기도 했습니다.
  • 아이비 2010/03/31 15:39 # 답글

    와. 예쁘네요. 저는 그냥 편한거만 찾지, 이쁜 걸 신경 쓰지는 않아서. 그런데 정말 예쁜 걸요? 마지막 사진은 밝기만 더 좋았으면 좋았을 걸 싶네요. 잡지 사진 같이 예뻐요.
  • James 2010/03/31 23:56 #

    저도 편한 것만 찾았는데(그래서 캠퍼 신발을 한번 신어볼까 생각중인데, 가격이...) 이런거 맛들이면 쉽게 빠져나오기가 힘들더라구요.
    길가다 우연히 찍힌 사진이라 아무런 생각 없이 찍혔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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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