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것 보다 더욱 싫은 표현은 뭘까 by James



  나는 사람이 싫어도 그 사람을 무조건 적으로 비난하진 않는다. 게다가 그렇게 까지 싫은 사람도 사실 잘 없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정신적 상태에서 벗어나서 '내가 있잖아' 하는 사람이 바로 전자제품 팔면서 잘 모르는 사람들 사기치는 사람이다. 서울에 온지 1년 정도 되었을 때, 나는 아르바이트비를 모아 iPod Classic 30G를 현금으로 샀다. 미리 가격을 알아보고 가긴 했지만, 보호 케이스나 충전기에 대한 생각은 전혀 못했다. 용산 아이파크 몰에 도착해서 눈에 보이는 곳으로 가서 구입했다.

  그 때 분명 이 충전기가 정말 좋은 충전기라고, 제일 괜찮은 충전기 하나 주겠다며 나를 꼬득였다. 그리 비싼 가격인지도 모르고 구입한 후 집으로 돌아왔는데, 충전기로는 이상하게 충전이 안됐다. 그래서 다음 날 같은 매장을 찾아 갔다. 그랬더니 이상하다고, 이게 공식 충전기라며(공식 충전기가 만 오천원 정도라니, 지금 내가 알면 한대 쳤을지도 모르겠다) 더이상 이제품은 없고 다른 제품이 있다며 보여줬는데, 누가 봐도 정말 더 좋아 보이는 충전기였다. 나라에 따라 콘센트 접촉부위가 다른데, 왠만한 나라에서는 다 맞출 수 있는 부품까지 다 들어 있었다. 그러면서 이건 가격이 더 나간다고 만 오천원을 더 달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아니 어제 제일 좋은 거 준다고 해서 줬는데 왜 또 돈을 더 줘야 하냐고 했더니 이건 무슨 기능이 있고 어쩌고 하면서 안된단다. 그래서 당시에 나는 전자사전도 살 계획이어서 이거 그냥 주고 전자사전 또 사러 올테니까 해달라고 했다. 절대 안된단다. 30분을 옥신 각신 하다 현금을 더 주고 나왔다.

  며칠 후, 나는 다시 용산을 찾아가 iPod을 샀던 근처 매장에서 보란듯이 전자사전을 두개 사고 그 매장 앞을 지나갔다. 당시에 나에게 충전기를 판 그 사람은 나를 알아보고 계속 쳐다봤다. 나는 같이 쳐다보며 웃음을 보이면서 용산을 나왔다. 내가 그 날 이후로 용산에서 물건사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사람이 된 건 당연하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비정상처럼 보였고, 인터넷에서 우연히 들은 '용팔이'라는 단어를 듣고 한참을 깔깔 거렸다.



  그 이후로 나에게 생긴 버릇은 전자제품을 살 때 절대 제일 싼 제품은 구입하지 않는다는 것.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미리 매장으로 전화해 본 후 직접 찾아가서 사고 절대 그 자리에서 직원이 제품을 뜯지 못하게 할 것. 이것 저것 다른 부품을 추천해도 내가 사기로 한 것만 무조건 살 것. 그게 없으면 고민도 없이 뒤돌아 갈 것. 나는 그 원칙을 계속 지켰고, 최저가가 아니어도 백화점 관련 쇼핑몰이나 큰 쇼핑몰에서 전자제품을 구입하곤 했다.

  그러다 그녀가 Panasonic LUMIX GF1을 사겠다는 얘기를 하더라. 나는 계속 더 알아보자며, 요즘 재고가 없어 가격을 높게 부르는 것 같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이번주 주말에 가는 부산여행 때 꼭 가져가고 싶다며 사겠다고 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싼 걸 사겠다며 내수용 제품을 사겠다고 했다. 다나와 검색 결과 현금카드 동일몰을 확인하고 전화했더니 카드세가 10% 붙는다고 했다. 그래서 99만원에 사겠다고 했다. 수업 때문에 같이 갈 수 없던 나는 신신 당부했다. 위에 열거한 사항 뿐만 아니라, 절대 추천하는 SD메모리 카드나 필터 사지 말고 내가 가르쳐 준 거 달라고 하라고, 그게 없다고 하면 카메라만 사고 오라고.



  결과는 보란듯이 속아서 8만원을 덤탱이 써서 왔다. 이 카메라에는 울트라 스피드 메모리카드가 있어야 한다며 어떤 4G 짜리 메모리를 주더란다. 보통 6만원 하는 가격이란다. 그리고 나는 분명 시그마 필터를 사라고 했지만, GF1에 맞는 시그마 필터는 아직 안나왔다고 18000원 상당의 필터를 줬단다. 그리고 LCD 보호 필름까지 다 해서 카메라 가격에 8만원을 더 줬다고 했다. 나는 필터를 보자마자 한숨이 나왔다. 누가 봐도 이건 필터의 기능보다 렌즈보호 기능 단 하나만을 위해서 만들어 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메모리카드는 더 가관이었다. 검색해도 동일 제품이 나오지 않고, 같은 회사 제품도 받은 제품과 달랐다. 회사 공식 사이트에도 이번에 산 제품은 없었다. 정품 인증 스티커는 홀로그램도 아니고, 겉에 Made in Japan 적힌 부분은 스티커로 덧붙여 진 것이었다. 필터는 검색해보니 2500원하는 필터였고, 카메라 사면 공짜로 껴주는 것이란다. 메모리카드는 자바미디어 TURBO라는 용산이나 남대문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끼워팔기 위해서만 팔린다는 제품이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한 쇼핑몰만 그 메모리 카드를 팔고 있고, 가격이 보통 4G에 1~2만원하는데, 이 회사 메모리카드는 4만원을 넘는다. 방법은 이렇다. 자신들이 메모리 카드를 추천하고,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가격을 확인하라고 한다. 그럼 모르는 사람은 기왕 사는 거 비싸니까 좋겠지 라면서 사버리는 것이다. 심리학책에서 꽤 자주 나오는 내용이다. 높은 가격의 제품과 함께 다른 제품을 살 때, 높은 가격 제품의 상대성 때문에 다른 제품은 싸보인다는 얘기다. 평소 같았으면 같이 사는 다른 제품의 가격이 절대 낮은 가격이 아닌데도 말이다.

  나는 너무 화가 났다. 내가 가르쳐 준 대로 하지 않은 그녀에게도 화가 났지만, 용산에는 있지 않더라도 남대문 수입상가에 있는 또 다른 용팔이가 역겨웠다. 그렇게 모르는 사람들 등쳐먹고 그 돈으로 밥 먹으면 그 밥이 그렇게 맛있을까. 그런 사람들 속에는 인간의 기질보다는 돈벌레의 기질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번 돈으로 자식새끼들 학교 보내고 공부시킨다고 삶이 힘들다고 할테다.

  분명 전자제품을 파는 사람들 중에도 좋은 사람이 있고 지속적으로 거래를 하는 사람도 있을테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이유로 이 사람들은 긍정하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 그러한 범주화는 충분히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 가령, 택시기사들의 직업적 어려움을 얘기하는 글들은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점과, 그들이 운전할 때 얌체처럼 운전하고 신호도 없이 끼어들고 횡단보도 신호도 잘 지키지 않는 것은 확실히 따로 생각해야 하고, 전자로 인해 후자가 희석되어서도 안되는 것이다. 두 가지는 각각 따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또 이번 일로 깨달을 뿐이다. 쓰레기는 쓰레기처럼 대해야 한다. 더이상 어떠한 감정도 느껴서는 안된다. 그런 쓰레기들은 다 똑같애, 라는 위험한 생각에 당혹스럽다, 나 자신이.



  사이트 : http://www.mtopia.net/ (엠토피아, 숭례문수입상가)
  메모리 가격 비교. 나는 아무리 눈씻고 찾아봐도 다나와에서는 안보이더라.
  필터 가격 비교



덧글

  • Sometimes 2010/04/15 11:50 # 답글

    굉장히 분노하셨군요...
    물건을 모르면 값을 많이 지불해라는 말이 있죠
    요즘은 이 말도 이용하는 세상입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해도 속는다는 것이지요....
    여성이라 불리했을거 같기도 하고
    용팔이 수법을 너무 늦게 경험하셔서 충격이 있으신 모양입니다.
    그래도 소심한 복수를 하셨네요^^*
  • James 2010/04/15 23:16 #

    영향이나 있었나 모르겠네요;
    저라면 안겪었을 일이라고 생각해서 인지,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구요..
    꽤 많이 화가 났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 Ks 2013/07/04 13:48 # 삭제 답글

    Panasonic LUMIX GF1 를 구매했던 사이트가 엠토피아 였었나 봅니다 :)
    엠토피아가 어떠한 곳인지 좀 알아보려고 뒤적이다보니 이 글을 보게 되었네요.
  • James 2013/10/08 00:11 #

    아마 거기가 맞을 겁니다.
댓글 입력 영역


메모장

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