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03일
김연수 작가 낭독회 정리(부산대)
며칠 전에 썼듯이 부산에 간 김에 낭독회를 갔다 왔고, 말 그대로 정말 단편 하나를 낭독했다. 그리고 질문시간에 이어진 내용중에 기억나는 것만 기록하자면,
김연수 작가는 다작을 하고 싶다고 했다. 웃으면서 말하긴 했지만 질보다는 양에 치우치고 싶어한다고 했다. 그래서 무조건 일 년에 한 권은 내는 작가고 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말하길, 작가의 위치가 굉장히 협소해졌다고 한다. 예전만큼의 영향력도 없어 작가가 사회적 발언을 해도 크게 공감을 일으킨다거나 사회적 파장이 일지 않는단다. 대신에 그 몫을 요즘은 연예인이 하는 것 같다고. 그래서인지 작가 자신은 사회적 발언이나 사회를 바꾸기 위한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자신은 그런 태도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작가라는 것은 원인과 결과 모두를 알고 있을 때 그것에 대해 작가가 쓰는 것이지 아직 끝나지도 않은 것에 대해 말하는 건 작가로서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 독자가 자신은 <청춘의 문장들>처럼 작가의 산문을 더 좋아하는데, 이런 얘기를 들으면 소설가로서 어떤 생각이 드느냐는 질문에, 이제 김연수 작가 자신은 그런 말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단다. 이 때 정말 웃겼는데, 어느 날 한 평론가가 자신이 쓴 산문들, <청춘의 문장들>이나 <여행할 권리>같은 것을 읽었는데 너무 좋았다고 칭찬하더란다. 근데 그 평론가가 주로 소설을 비평하는 사람이라서 절망했다고. 그러면서 그 비평가가 하는 말이, 소설을 산문처럼 써보지 않겠냐고, 그런 말도 들었는데 이제 더이상 흔들릴 게 없다고.
또한 자신은 단편같은 것을 쓸 때 중간에 바뀌는 내용이 있다거나 퇴고할 경우에 쓴 것을 손 보는 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새로 다 쓴단다. 그렇게 10번 정도 쓰는 게 소설인데, 2 주일에 단편 하나 정도를 쓴다고 했다. 근데 그렇게 열심히 쓰고 나서 메일을 확인해보면, 잡지사나 이런 데서 예전에 청탁한 원고 독촉 메일이 와 있다고 한다. 지금은 그게 '씨네21'에서 연재하는 것이고(이것도 격주로 연재되는데, 2 주 라는 게 굉장히 빨리 돌아온단다). 여튼 그렇게 온 심혈을 기울여 소설을 쓰고 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쓰는 게 그런 산문 같은 것들인데, 그리고 그것들을 모아서 책으로 나오는 것인데 그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니 얼마나 힘이 빠질까. 이 때 굉장히 웃었던 기억이 난다. 가령, 어떤 밴드가 정규음반은 평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피쳐링해준 곡이나, EP 형식으로 음반을 낸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을 때의 기분일라까.
실제로 모든 내용들이 있는 그대로이진 않을테지만, 그래도 작가의 진심이 느껴지긴 했다. 그래서 더 좋았던 것이고. 김연수 작가의 미투데이 글을 보니 내가 갔던 해운대가 아닌 광안리로 갔던 것 같다. 부산에서 죽도록 살고 싶었다고 썼는데, 그 이유가 신세계 센텀시티 때문이라고, 정말 신세계였다는데, 어떤 걸 사셨으려나.
사투리가 배어있는 말투로 조곤조곤 얘기하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했고 작가란 이런 것인가(가령 요즘 좋았던 책을 추천해달라는 말에, 고문의 역사 같은 책을 보고 있는데 재미있다며),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대답도 있었다. 사실, 예전엔 몰랐는데 최근 들어 약간이나마 하루키와 비슷하지 않나(내용적인 것을 떠나, 소재랄까 아니면 작가의 행동이랄까 관심이랄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본인은 확실히 부인하던 인터뷰가 생각이 난다.
이런 얘길 혹시나 김연수 작가님이 보면 화가 날지 모르겠지만, 난 그 분이 음악을 많이 듣는다는 게 좋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혹은 책을 추천해주는 것도 좋다. 난 그가 문학관련 과를 나온 것은 아니지만, 영어과를 다닌 것을 살려 번역을 한다거나 번역되지 않은 책들을 읽고 추천해주는 것도 좋다. 무언가 같은 시대를 비슷한 것을 공유하며 지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어서랄까. 나에게 있어 아직 그의 최고 작품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이다. 그의 다작중에 (내 견해에서) 이것을 뛰어넘는 작품을 꼭 다시 읽을 수 있길 바란다.
# by | 2009/11/03 18:12 | [소소한 일상]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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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안도하게 되는 부분이네요. 저는 여행할 권리를 최고로 치거든요. 소설도 스무살이나, 내가 아직아이였을 때 같은 산문적인(어느것이 산문적이냐 하면 답이 궁하지만) 소설을 좋아해서. 작가에게 부채의식 같은 것을 지고 있습니다. 김훈같은 경우도 산문이 더 좋고. 신경스지않고 굳게 자신이 쓰고자하는 것을 썼으면 합니다. 다작도 환영해요. 그리고 산문도 더 써주셨으면 하고.
아, 그리고 소식 하나 덧붙이자면 <스무살>을 요즘 손보고 있다네요, 다시 내려구요. 절판됐다더라구요. 근데 올해는 안될 것 같다고.
이렇게 생각해보니 정말 많은 얘기가 오갔던 것 같네요, 후후.
아, 여행할 권리는 네, 연변 쪽 이야기를 할 때 이질감이 느껴졌는데 그게 좋았던것 같아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나라에도 가서 여행할 권리2도 나왔으면 해요.
제임스님 말 듣고 알라딘을 즐겨찾기에 등록했어요. 으하하하.
여행할 권리와 비슷한 무언가는 내겠죠. 전 분명 어떤 작가든 약간 쉬어가는 느낌의 작품도 분명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