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우, 드디어 끝났다, 야호 by James


  아침일찍 일어나 증명사진을 찍었다. 6,900원을 줬는데 명함판을 32장을 주더라. 얘기 듣기로 어떤 곳에 가면 70장을 주기도 한다는데, 이걸 어디다 다 쓸까 싶다. 파일로 보내달라고 했더니 500원이 추가 된다고 해서 돈을 주고 면허장으로 향했다. 메일로 온 파일을 올려볼까 하다가도, 너무 미화된 것 같아 참기로 했다. 어찌되었든 면허장으로 갔고 설명을 듣고 1번으로 도로주행 시험을 봤다.

  연습한대로 잘 되었고, 옆에서 이것 저것 설명도 해줘서 맘 편하게 한 것 같다. 중간에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지나는데, "횡단보도는 어떻게 지나야 되죠?"라길래 "서행이요.."라고 대답을 했는데, "근데 좀전에 서행 안하셨죠?"라고 하길래 아무말 하지 않았다. 사실 난 굉장히 안전운전을 하는 타입이라 나 스스로는 속도를 줄였다고 생각했는데 더 줄여야 했나 보다. 중간 중간에 '4단으로 가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라는 얘기만 하고 별 얘기는 없었다. 무사히 도착하니 "합격입니다"라길래 "감사합니다"라고 얘기하고 차에서 내렸다. 난 면허증 찾으러 다시 와야하나 싶었는데 원서 제출한지 5분도 안되서 면허증이 나왔다. 세상 좋아졌다.

  정말 면허증을 한참 봤다. 가르쳐준 강사님께 전화도 하고, 가족들과 그녀에게 문자도 보냈다. 이거 하나 따기가 나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워낙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급하게 준비하다 보니 더욱 부담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합격 선물 같은걸 줄까하다, 다음으로 미루고 할머니께서 병원에 입원하셔서 들렸다 왔다. 이 나이에 아직도 할머니께 용돈을 받았다. 뭐라고 거절할 말이 없었기도 하고, 워낙 완고하시기도 하셔서. 할머니께서는 내가 사간 크리스피 오리지널을 맛있게 드셨다.



  <달의 궁전>은 뒤로 갈수록 나와 겹쳐지는 것 같아 더욱 읽게 된다. 이러다 폴 오스터를 다시 보게 되는 건 아닌가 싶다. 이런 생각을 했었다. 기왕 당분간 좁은 고시텔에서 살기로 한 이상, 나에게 적응기간을 좀 주기로 계획했었다. 다른 건 아니고 3, 4일 정도 방에 박혀서 음악만 듣고 책이나 읽는 것이다. 최대한 건물 밖으로 나가는 걸 자제하고 연락도 웬만하면 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지겨워질 때 즈음에 세상 밖으로 나와 다시 마음을 잡고 살아 간다는 계획이었다. 별 것 아니기도 한데, 왠지 날 구속하면서도 그 구속 속에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할 수 있으니 또 다른 자유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떤 정도의 매너리즘에서 빠져나오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의 초반에 주인공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삼촌이 남기고 간 많은 책들을 한권 한권 다 읽어 나가며 방에 틀어 박힌다. 그것은 스스로의 격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책들을 처분하면서 음식이나 생활 필요품 등으로 바꿔 자신의 몸속으로 집어 넣어 버린다. 그래서 더욱 내가 끌렸는지도 모른다. 난 가끔 이렇게 끝까지 가보는 것들이 좋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게 현실을 외면해 버리거나 아예 판타지로 넘어가 버리는 경우는 좀 싫다. 소설이면서도 그게 '현실'적인 끝을 보여주는 게 더 끌린다. 판타지나 SF는 아예 완전히 그 쪽으로 빠져야 더욱 좋다.

  사실, 지금 내가 책을 왜 읽나 라는 의문이 들었다. 책 읽지 않아도 잘 살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 보다 덜 행복했다 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 라고 느꼈었다. 그리고 먼저 재미가 좀 없었다. 요즘에 영화를 안 보는 것 처럼 책도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곁에는 두는데 룰루랄라 하는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이다. 읽어야 하기 때문에 읽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잠시 손을 떼려고 했는데 <눈먼 자들의 도시>에 이은 <달의 궁전>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제 부산에서 '생활'을 할 날도 보름이 안남았다. 다시 난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갈테고 즐거울 줄만 알았던 학업에 치여가며 살아갈테다. 하지만, 잠시나마 즐거울 것이다. 입대 했을 때 여러 감정 중 '그리움'이란 게 제일 컸던 것 같다. 그 중에선, 내가 수없이 걸어다니던 반디에서 교보까지의 길도 있었고, 그 중간에 들리던 오봉팽도 있었고, 학교 앞 커피전문점에서 마시던 쓰디쓴 수많은 커피잔들도 있었다. 이제 다시 그걸 누릴 때가 온 것이다. 책갈피로 꽂아 두었던 책을 펼칠 때가 다가 오고 있다. 그 책이 즐겁길 바란다. 매너리즘에 빠지지도 말길 바란다.





덧글

  • bonjo 2009/07/18 00:19 # 답글

    면허 취득 축하합니다. ^^
  • James 2009/07/18 09:22 #

    감사합니다, 힘들었어요 ㅡㅜ 하하.
  • 여름 2009/07/18 08:42 # 답글

    CPA합격후 으레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차분했던 와이프가 운전면허 도로주행 '합격'에는 기뻐 날뛰며 숨차하던 모습이었습니다. 정말 의외였거든요.
    운전면허시험 '합격'을 축하합니다. 안전운전하세요.
  • James 2009/07/18 09:23 #

    네, 운전할 차를 가지려면 한참 멀었지만요 ^^
    감사합니다.
  • 아이비 2009/07/18 15:49 # 답글

    축하드려요^^ 저는 언제나 따 보려나.

    폴 오스터는 이름만 많이 들어 봤고, 지난 겨울에 달의 궁정만 딸랑 봤습니다. 누가 제 이야기 쓰는 것 같아 찜찜했었죠. 학교로 돌아가시는군요. 저는 아직 한학기는 더, 학원에서 보낼 생각 입니다. 저도 학교가 그립네요.
  • James 2009/07/18 18:57 #

    제 친구는 학원가르치는 게 마음에 든다고 평소에도 일주일에 세번씩 학원에 가더라구요. 재미있게 하시길 ^^
  • Run192Km 2009/07/20 08:03 # 답글

    이제 드리프트 하시면 되는건가요!!!'ㅁ'
  • James 2009/07/20 09:34 #

    그 전에 차키 부터..Tㅡ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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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