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글이 뽑혔다 by James


  어제였나, 그동안 쓴 책, 영화관련 리뷰들을 살펴보는데 정말 부끄러웠다. 내용적 연계성도 잘 안보이고 '좋았다'라는 얘길 '조오아아따아아'로 풀어 쓴 것만 같아 부끄러웠고 비공개로 돌리고 싶었다. 기록이라는 차원에서 삭제하지 않고 놔두고 있었는데, 마음에 드는 글이 하나도 없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쓰고 싶은 글은 많은데 막상 키보드로 글을 쓰다 보면 내가 하고 싶은 얘기의 70%정도만 내뱉는 것 같아, 그 30%의 빈 공간이 내용적 부실함을 유발한다. 연결도 매끄럽지 않으니까. 다시 쓰고 싶은데 역시나 컴퓨터 핑계를 대며 미루게 되고 그런 글이 쌓이고 쌓여 화석이 되어 가는 것 같다. 화석은 발견되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발견되는 즉시 그 말라비틀어짐에 의해 부끄러움을 면치 못한다. 원래 내 모습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고 아무리 소리쳐도, 삼엽충 화석에 날개를 달아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도 책 서평은 꾸준히 올렸다. 원래는 알라딘과 Yes24 이원체제로 리뷰를 올리려고 했는데, 알라딘 TTB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다 보니 편하기도 해서 Yes24에는 거의 못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한 댓글을 보니 내 글이 TTB리뷰 당선작이 되었단다. 처음엔 그 서적의 리뷰중에 내 글이 올라 있다는 얘기인줄 알았더니, 찾고 찾아 봤더니 이주의 리뷰 당선작이라는 메뉴가 따로 있었다. 4개의 리뷰가 뽑혔는데 그 중에 내 글이 하나있다. 내가 제발 꼭 보라며 썼던 한홍구 교수의 <특강> 책이다. 글 쓸 당시엔 내가 너무 주절거리나 싶었다가도 다 쓰고 보니 한없이 부족한 글이었는데(겸손이 아니라) 이렇게 뽑히니 민망한 감이 크다. 게다가 같이 뽑힌 분들 중 한 분은 카렌님의 <그래도 언니가 간다>를 리뷰한 한윤형님. RSS 걸어놓고 가끔 보는데, 저 리뷰도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분의 리뷰와 내것이 한번에 뽑혔다니 더 민망하다, 비교된다 랄까. 슬퍼지려했다.

  그런데 내 계정을 잠시 들어 갔더니 적립금이 50000원이 훨씬 넘게 들어 있다. 이 리뷰 당선에 의해 받게 된 것. 안그래도 오늘 책과 CD를 구매하려고 했는데 민망함도 잊고 기쁨으로만 가득찼다. 내가 글로써 물질적으로 무언가를 얻기도 하는 구나, 라는 걸 처음 겪었다. 얼마 전 알라딘인지 Yes24인지 대학생 영화 리뷰단 같은 것을 뽑는다고 영화리뷰 3개 정도를 보내라는 메일을 받았는데도, 자신이 없어 고민하다 포기했었다. 아마 영화 잘 아시는 분들이 잘 하겠지.


  조금의 자극이 되었던 것 같다. 민망함이 크지만, 좋은 글을 더 읽고 더 좋은 글을 생산하자고 마음을 더 다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요즘 안그래도 문장성분이 탈락한 문장이 보인다던가, 앞뒤가 맞지 않는 문장들이 보여 고민했는데, simamoto님의 의견에 따라 번역 소설이 아닌 한글 소설도 좀 읽어야 겠다. 안그래도 <관촌수필>을 꽤 읽고 싶었는데 잘됐다 싶다. 김경주 시인의 시집은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고. 어찌되었든 난 계속 언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찾으며, 나 나름대로의 길도 만들어 가면서 글들을 풀어나가야 겠다.



  덧. 최근 잠을 잘 못잔다. 꿈을 꾼다는 게 다 느껴지고, 내가 지금 어떤 자세로 잠을 자고 있다는 걸 알 정도로 깊이 잠을 못잔다. 이런 적이 거의 없었는데 좀 심한 것 같아 피곤하다. 어제 밤 꿈에는 내가 지금까지 쓴 글과 덧글들이 날 압박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꼬투리를 잡으며 날 비난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싶기도 했다. 난 그런 의도로 쓰지 않았는데 그 덧글을 읽은 사람들은 자기식대로 이해하고 의견을 나열하면서 나에게 비난과 무안을 줬다. 이게 다 내가 소심해서 인지, 꼼꼼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그런 꿈을 꾸지 말아야 할텐데.

  덧2. 아,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을 다시 들었는데 (벌써 몇번째 인지) 다행히도 이번엔 꽤 재미있다, 잘 넘어가고. 폴 오스터는 나와 안 맞나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아 기쁘다. 새로운 세상을 만날 기회가 다시 생긴 것이니까.

덧글

  •  깨  2009/06/04 23:33 # 답글

    와! 무려 5만원이나!
    정말 괜찮은데요?
    축하드립니다.ㅋ
    저도 한 번 시도를..해볼까 하지만 요즘 새 책을 너무 안읽고 사는지라 힘들겠어요..ㅠ
  • James 2009/06/04 23:55 #

    그게 꼭 책을 그곳에서 안사도 되고, 새 책만 뽑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꼭 새책이 아니어도 될 것 같은데, 한번 해보세요 ^^
  • 지기 2009/06/05 00:48 # 답글

    우와 축하드려요~ 좋은 글이니까 뽑힌거겠지요. 부끄러워 마세요^^ 뉴욕3부작은 폴 오스터 책 중에 가장 좋아한답니다. 저는 폴 오스터씨의 글들 너무 좋습니다. 혹시 뉴욕3부작 인상깊게 읽으셨으면 첫번째 에피소드 <유리의 도시>를 그래픽노블로 재구성한 작품도 한번 보세요. 열린책들에서 번역되어 나왔는데 만화란 매체가 가진 무한한 표현력을 제대로 느끼게 해 주었던 작품이었습니다.
  • James 2009/06/05 00:53 #

    예전에 아르바이트 할 때, 글 쓰던 분이 같이 일했는데 그 분도 이 작품이 정말 재미있다고, 자기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 더 그렇다며 추천했던게 기억이 나네요. 이번엔 잘 읽혀서 다행입니다. 그 때는 뭐가 그리 답답하고 안넘어 갔는지. 군대에서 처음 읽은 책이 <브루클린 풍자극>이었는데, 그땐 얼어 있어서 뭐가 뭔지도 모르고 본 것 같네요. 이 책 다 읽으면 <달의 궁전>을 볼까 고민중입니다. 추천하신 책도 찾아서 볼께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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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