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다시 배울까 by James


  어머니 아버지와 식사를 하고 집으로 걸어 올라 오다 건너편 피아노학원 간판이 보였다. 그런데 창문에 성인반, 속성반도 가능하다고 나와 있다. 가끔 피아노학원을 볼 때마다 내가 가면 그 학원에서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라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학원이 생긴지도 얼마 안된 것 같고 혹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가보라고 그러신다.

  어머니가 매번 하시는 말씀이 있다. 어렸을 적 부터 피아노학원 보냈고, 중학교 때부터 기타 학원 보냈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된 곡 하나 쳐준적 없다는 넋두리. 그게 난 매번 걸렸다. 피아노학원 다닐 때 어머니 앞에서 체르니를 칠 수 없었고, 기타를 배우고 나서는 메탈리카와 RATM을 치기엔 지금까지 어머니 삶이 너무 조용했다.

  사실, 내가 배우고 싶은 건 좀 이론적인 것이다. 코드의 구성이랄까, 예전엔 나 스스로도 '절대음감'같은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감각이 많이 사라진 느낌이다. 그래서 난 기타를 기간으론 꽤 오래 쳤는데 카피는 정말 못한다. 이 카피라는 건, 아예 악보가 없는 상태에서 그 곡을 '따는' 것이다. 기타 실력이 많이 늘려면 카피를 많이 해야 한다지만, 악보 없이 하는 카피는 거의 안해봤으니. 그리고 고작 카피라고 해봐야 솔로나 에드립 정도고 코드는 정말 모르겠다. 예전에 피아노 배울 땐 눈 딱 감고 아무 음이나 쳐서 그게 무슨 음인지 맞추는 놀이를 혼자 자주 하곤 했는데 그때 자신이 얼마나 놀랍던지.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지만.

  그래서 피아노를 좀 다시 배우려고 생각중이다. 이 감각을 좀 더 살릴 수 있을까 싶어서. 그럼 원래 기타 치니까 기타학원 가는 게 어떠냐,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음악 욕심이란게 그렇지만, 어렸을 적 산 키보드가 썩고 있는 게 잘 용납이 되지 않는다. 둘다 하고 싶다. '주'는 기타라도 피아노를 좀 치고 싶다. 화려한 테크닉 같은 건 솔직히 필요 없고, 코드 구성이나 그것을 들었을 때의 코드 카피법, 가령 피아노나 다른 악기로 코드를 쳐도 그게 뭔지 알아야 기타로도 알테니. 코드 연결도 예전에 잠시 배우다 말았는데 다시 배우고 싶다. 근데 그 학원에서 2개월 가량 배울 수 있을텐데 그 안에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성인반은 어떤 느낌일까. 해주긴 하는 걸까. 혹 다른 실용음악 학원들 처럼 주 3회 이런식으로 하는 걸까. 재즈반도 있다고 하는데, 한번에 다 하려면 힘들까. 지금 난 시간이 많은데. 하루에 4, 5시간도 할 수 있는데. 내일 당장 한번 가봐야 겠다. 왠지 들뜨는 느낌이다. 갔는데, '그렇게 오래 하셨는데도 안되면 아마 음감이 없으신건 아닐까요?'라는 말을 듣는 날에는. 설마. 어찌되었든 오랜만에 설레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역시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하는 건 좋은 일이다.

덧글

  • 아이비 2009/06/01 01:39 # 답글

    일주일 안에 피아노 죽이게 치는 법이란 책이 있어요. 읽어 보세요. 저 밴드 할 때 완전 도움 됐는데. 간단한 코드는 칠 수 있게 되더라구요.
  • James 2009/06/01 18:43 #

    네, 오늘 학원 갔다왔는데 고민이네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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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