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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속에 든 책의 무게


  밖에서 생활할 땐 자주 얘기 했듯이 큰 가방을 좋아했다. 왜냐하면 많은 것들을 다람쥐가 음식을 저장하듯이 들고 다녀야 하는 성격이기에. 그 중에서 책은 꽤나 큰 부피와 무게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날 다 읽지 않아도 몇 권씩 들고 다니긴 했다. 그 무거움이 날 버겁게도 하지만, 그 무게감만큼 뿌듯함도 따라 왔으니까.

  얼마전 이상은이 쓴 <삶은 여행 이상은 in Berlin>이라는 책을 봤는데, 역시나 그곳 사람들도 끊임없이 읽어댄다. 가끔은 그런 책 읽는 분위기나 느낌만으로도 부럽거나 설레는 경우가 있다. 내 삶 최고의 가치는 음악이지만, 부피의 차이 때문인지 책의 가득함과 CD의 가득함 중에서 뿌듯함은 전자일 듯 하다. 책은 중간 단계가 없다. 음악은 매체를 통해서만(가끔 이 매체들을 생각하면 기술이란 얼마나 신기하고도 소중한지 느닷없이 깨닫곤 한다) 접할 수 있지만, 책은 일대일 상황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수동적일 수 없다. 음악은 수동적이든 능동적이든 들으면서 다른 일도 할 수 있지만, 책은 나 스스로 다가가서 펼쳐서 직접 읽어야만 그걸 내가 받아 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구식이다, 하지만, 그러한 구식이 날 들뜨게 한다.

  우연히도 정혜윤의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를 읽고 있는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공유할 수 있다. 또한 더 우연히도 네이버에서 만난 지식인의 서재 는 날 더욱 흥분되고 부럽게도 만들었다. 그가 말하는 책으로 가득한 그의 서고. 부러움의 대상이다.

  가끔은 구매력이 책 쪽으로 향할 때 마다 내가 왜 이러지 라며 CD에 미안해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조금씩 흔들리는 날 보며 내 자신이 신기하다. 음악만이 세상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끔은 새침데기 같이 다가서지 않으면 나에게 다가 오지 않는 책에 내가 매혹되는 걸 보면 나란 사람은, 이라며 중얼 거리게 된다.

  이번 휴가 때는 다시 헌책방을 한번 가볼까 생각중이다. 큰 내 손에 딱 들어오는 포켓용 사이즈 책들을 잔뜩 구매하고 싶다. 그 포켓 사이즈 특유의 향기가 그리워진다. 이번에도 큰 가방을 들고 가야 되겠다. 내 어깨에겐 미안하지만, 내 마음과 머리를 위해 양보해주어.

by James | 2008/08/09 13:16 | [소소한 일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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