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갑갑하다


  몇 시간 후면 난 다시 부대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겠지. 어느 순간부터 외박이든 휴가든 별로 들뜬다는 느낌이 잘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일까, 복귀하는 순간에도 별 느낌 없었는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오후 12시가 지나니 가슴이 갑갑해져 오기 시작했다. 크게 싫은 것도 아니고, 생활이 힘든 것도 아닌데, 이 느낌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남들보다 많은 책을 읽고, 내가 좋아하는 CD 10장을 듣고, 체력적으로 힘든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닌, 나인데,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걸까. 어떻게 보면 참 단순하면서도 간사하게 느껴진다. 입대 전에는 이글루에 글 못써서 어쩌지, 라며 걱정했고, 이등병때 처음 인터넷 했을 때의 그 설레임은 사라진지 오래이고, 이곳에서 예전만큼의 재미를 못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마음만 먹으면 매일 인터넷도 이젠 할 수 있는데, 인터넷 이란 매체 자체가 재미가 많이 없어진 느낌이다, 유행에 뒤쳐지는 건진 몰라도. 이젠 거의 10개월 정도 남았는데, 난 뭐하고 있는지 간혹 모를 때가 있다. 내 마음을 들뜨게 해주는 소설을 읽다가도 이건 잠시 덮어 두고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워야 하는 건 아닌가 고민해 본다. 그렇게 먹먹함과 갑갑함이 내 가슴을 짓누르나 보다.

  난 다시 웃으며 지내겠지만, 이젠 무언가 확실한 '무언가가' 생겨야 하는 건 아닐까. 지나온 시간만큼 남은 시간도 그만큼의 속도로 지나갈 텐데, 난 어떻게 해야 하는지.

by James | 2008/06/17 16:54 | [소소한 일상]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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