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걷기


  요즘은 달리는 것 만큼 걷기도 좋아 자주 걷고 싶어 한다. 잠시 외박을 나온 터라 서울을 향하면서도 그냥 걷고 싶었다. 그래서 짐도 최대한으로 줄이고 복장도 편하게 해서 서울행 KTX에 몸을 실었다. 외박 나오기 전 부터 몸이 조금 안좋았는데, 시간이 흐를 수록기침도 심해졌다. 오랜만에 간 교보와 반디는 여전히 마음에 들었고 바뀐 위치들도 좋았다. CD를 사주겠단 그녀 얘기에 그녀가 말하는 나만의 "놀이터"인 핫트랙스로 가서, 그녀는 "이바디 골라야지?"라며 질투심 가득한 질문을 던진다. 호란을 좋아하는 날 두고 하는 얘기일터. 그러나 난 피식 웃으며 팻 메스니와 멀다우의 앨범을 찾는다. 그러면서 그들의 2집이 나온 것을 알고 덜컥 충격을 먹는다. 그래도 순서가 있지, 라며 1집 하나를 들고 그녀에게 건넨다. 그러고 보니 정말 오랜만에 CD를 고르는 것 같다. 매번 출타 할때마다 이번에는 잔뜩 사야지, 라며 다짐하지만 거의 하나도 내 돈으로 사진 않은 것 같다.

  다음 날 홍대를 갈까 하다 삼청동으로 길을 걷는다. 햇빛이 따뜻하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도 없다. 마냥 걷는다. 이곳 저곳 바뀐 걸 느끼며 그녀와 조용히 이야기하며 길을 걷는다. 아직은 때가 많이 묻지 않은 컨버스도 마음에 든다. 그러나 진한 커피가 먹고 싶어 이곳 저곳을 기웃 거리다 '커피 방앗간' 이란 곳을 소개받고 들어간다. Take out 하려고 했으나 사장이 밥 먹는다고 잠시만 기다려 달라길래 별 고민없이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좋다. 빛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음악도 좋고, 커피 맛도 좋다. 아메리카노 리필도 좋고 낙서도 좋다. 난 거침없이 셔터를 누르며 잘 하지 않는 장난을 치며 그녀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한다. 그동안 뭔지도 모르게 내 가슴속에 쌓였던 무언가가 휙 하고 사라지는 느낌이다. 난 엎드렸다 웃었다 글 썼다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좋더라, 한마리 고양이처럼.

  계속 걷는다. 명동으로 가는 길을 따라 이동한 스폰지하우스도 구경하고 (실망감을 감출순 없더라) 북적거리는 명동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한 걸음 한걸음이 가볍고 경쾌하며 기분이 좋다. 그러다 시간이 되어 서울역으로 간다, 그리고, 아쉬운 작별.

  자리가 없어 입석을 타게 되었다. 통로에 자리가 있다는 걸 예전부터 알고 있던 나는 제일 빨리 들어가 내 자리를 잡으려고 서 있다, 열차가 출발하고 자리에 앉는다. 창밖으로 보이는 빛이 좋더라, 책도 눈에 안들어 오고 난 그냥 덜컹거림과 옆에서 우는 외국인 꼬마아이의 소리와 그리고 빛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나쁘지 않다, 이 정도면.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부산으로 돌아온다.


by James | 2008/05/13 14:55 | [소소한 일상]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rockermin.egloos.com/tb/435473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라모 at 2008/05/14 12:50
저역시 걷기를 좋아하는 부류라 님의 글을 읽으니 역시 걷는다는건 인간이게 참 좋은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
Commented by James at 2008/05/18 09:43
라모 - 아직 잘 모르는 사람도 많죠 하하 ^^;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