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관의 살인> - 아야츠지 유키토




 

  내가 읽어 본 추리 소설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 인데, 이것은 최근에 읽었다. 산지는 오래 되었는데. 이 책의 양은 정말 엄청나다. <십각관의 살인>의 두배 정도로 보일 정도로. 사실, 이 책을 손에 잡았다가 두, 세 번 놓았다. 이유는 첫 장에 인물 소개가 나오는데, 인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첨에 보다가도 앞에 왔다 갔다 하느라 흥미를 좀 잃었다. 그러다가 다시 기회가 생겨서 보게 되었는데, 정말 단숨에 읽어 나갔다. 문학적으로 어려운 표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머리속으로 계속 무얼까, 어떻게 된 걸까를 계속 생각하면서 읽다 보니 정말 빨리 읽었다. 그만큼 흡입력도 대단했고.

  외국 책에서 인물이 나오면 솔직히 헛갈리는 게 사실이고, 갑갑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 나라야 보통이 3자 정도 이고, 성과 이름을 한번에 부르거나, 이름을 부르기 때문이다. 김씨, 공씨 이런 식은 잘 안부르니까. 그런데 외국 번역본은 그것을 이름과 성을 섞어서 잘 부르다 보니, 헛갈리기 마련이다. 이럴 때 내 방식은 다른 인물 생각 잘 안하고, 그 읽고 있는 순간에 나오는 애들만 열심히 생각 하는 것. 그러면 대충 이름 자체가 이미지 적으로 남아서 이해가 좀 더 쉽게 된다. 이게, 내 머리 수준의 문제는 아니겠지?

  어쨌든 이 책, 너무 추천한다. 피가 낭자한 표현이 나오는 것도,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단지 그 속에서 어떻게 된 것일까를 따라가다 보면, 끝내 뒷통수를 맞게 된다. 나도 사실 무서운 거 잘 보지도 읽지도 못한다. 그런데 해가 지기 전에 조금씩 읽다 보면 정말 집중하게 된다. 사실, 끝즘 다가 와서, 뭐야 이거 싱겁잖아 라고 생각했다. 이유는 내가 범인을 지목했기 때문. 그런데,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갈수록 갈수록 내용은 계속 나온다. 그리고 <십각관의 살인>에서 보다 범인에 대한 힌트가 많이 나온다. 나중에 다 읽고 나면, 아 그랬지 그랬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완전히 뒤통수 맞았다고 보면 된다. 그만큼 이 책은 흡입력을 가진다.

  일본 추리 소설, 더 나아가서 책을 만드는 행위 자체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들었는데, 솔직히 책의 출판에 관해선 일본을 아직 따라가기 힘들 정도란다. 그만큼 판본도 다양하게 나오고 내용도 새롭고. 추리 소설이라는 한 큰 분야도 존재 할 정도니까. 그리고 그 분야가 큰 만큼 내용이 좀 떨어 지는 작품들도 분명히 존재 할테지만. '한스미디어'에서 '관 시리즈'를 재발매 했다. 몇십년 전에 아야츠지 유키토의 작품들이 많이 번역되었지만 지금은 절판되고 헌책방에서나 찾을 수 있단다. 그것을 한스 미디어가 다시 발매 했는데, 다른 작품들의 판권은 못샀다고 들었다. 참 아쉽다 이런 부분은. 큰 서점이나 레코드점 가면 언제나 사람들로 바글바글하지만, 두 출판 음반계는 불황이라고 한다. '열린책들'에서 도스또예프스키 전집을 냈었다. 사장이 도스또예프스키를 좋아 한다나. 그런데, 내가 알기로 재판되지 못하고 '열린책들'에 직접 연락 하거나, 발품을 팔지 않으면 다 구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특히, 그렇게 유명하지 않은 작품은 더욱 더. 참 아쉬운 현실이다.

  그리고, 일본추리소설 검색하다가 네이버에서 카페를 찾았는데, 또 충격 받았다. 그 중에 많은 사람들이 추리 미스터리 소설이 좋아서 번역이 우리나라에 다 안되다 보니 혹은 일본어가 좋아서 원서로 구해서 읽더라. 난 그게 어쩌면 지금 상황에서 바른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기가 좋아 한다고 하는 것에 대해선, 그 정도의 열정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또 그리고, 추리 소설이라는 것에 대해서 문학성이 어쩌니 저쩌니 하는 소리는 제발 안했으면 좋겠다. 작품 그 자체로 보아 줬음 좋겠다. 추리 소설이 무엇인지,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by James | 2006/07/03 21:02 | [Kafkaesque..]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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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죽은 자와의 랑데뷰 at 2006/10/21 00:41

제목 : 시계관의 살인
&lt;시계관의 살인&gt; - 아야츠지 유키토 ...사실, 이 책을 손에 잡았다가 두, 세 번 놓았다. 이유는 첫 장에 인물 소개가 나오는데, 인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첨에 보다가도 앞에 왔다 갔다 하느라 흥미를 좀 잃었다... 저 역시 이 책을 두,세번 들었다 다시 놓았는데..전 앞장에 그려진 저택 '평면도' 때문이었습니다. '평면도'랑 '시간표'...제가 싫어하는 것 가운데 하나....more

Commented by Annika at 2006/07/05 17:33
즐거움에는 여러가지가 있고, 장르마다의 즐거움의 특성도 여러가지. 문학의 구성요소를 따져가며 봐야 할 장르는 또 따로... 다양한 즐거움을 인정해 달라! 이거 아니겠습니까. -_- b
그나저나, 저도 한창 일본 애니에 빠졌던 시절 일본어 욕구에 허덕였었죠. 결론은? 공부도 안하면서 일본어는 무슨 일본어겠습니까. ^^;;;
Commented by shinjism at 2006/07/06 16:44
제가 바로 그런 케이스죠. 일본 애니에 빠져서 살다가 결국 일본어를 전공삼아버린 사람..^^;; 근데 어렵더라도 원서를 보는 맛이랄까 그런게 있는것 같아요. 게다가 간혹 번역이 정말 엉뚱하게 되어있는 책이 꽤 있는지라...
Commented by James at 2006/07/06 20:54
Annika - 전, 그냥 일본어가 잼있고 약간 쉬워서 그런가 계속 손이 가네요..^^
shinjism - 일본어 전공 하시면서 저한텐 잘 못하신다구..ㅡㅜ 그런 얘기 많이 하시잖아요 사람들이. 외국 책은 왠만하면 원서로 볼 수 있음 봐라구.
Commented by Annika at 2006/07/06 21:58
일본 애니보면 정식판으로 우리 문화에 맞게 해석이 된 것 보다 일본어의 맛을 살려서 원어의 주석도 달아주고 하는 일반인들의 자막판이 더 재밌더라구요. 이래서 원서를 보는 재미라던가 원어로 들으며 보는 재미가 대단하다는 거겠죠? 아~! 공부는 하기 싫고, 머리도 나쁘고... 자막을 만들어 주시는 이름 모를 님들께 그저 감사할 따름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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