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3월 10일
여기 있는 기간이 흐를 수록, 1년이 다 되어 갈수록 그만큼 밖으로 나가는 빈도도 늘어 가는 것 같다. 저번달에 휴가를 갔다 이번달 말에 또 외박을 갈 예정이니. 언제나 처럼 두손 가득 책을 들고 위병소를 들어 오겠지.
아직 상병도 되지 않았지만, 한 분대에서 어떤 직책을 떠맡게 되었고 날 거슬리게 하던 선임들은 대부분 전역을 해버렸고 하는 중이다. 난 남들에 비해 편하디 편한 생활을 하고, 그 여유속에서 책을 손에서 때지 않고 읽어 내려 간다. 저번 휴가 때 들고 온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나에게 꽤나 큰 고통을 준 책이다. 중간 중간 집어 던질까 말까를 수십번 고민하다 2주만에 다 읽었다. 예전에 씨네21을 보다 추천의 글을 읽고 1년 동안 살까 말까 고민하다 선택했는데, 난 아직도 그들의 유머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더라. 이 부분에서 웃어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실제로 웃음이 나오진 않는 그런 어중간함, 그런게 계속 반복되고 내용은 뒤죽박죽인 것처럼 느껴지고 내용 이해를 위해 앞으로 되돌아 가는 건 도저히 엄두가 안나더라. 700여 페이지를 정말 소리치며 읽었다, 분명히, 나에게 안 맞는 책도 이 세상엔 있는 법이니까.
그러나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꽤 좋았다. 사실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도 읽다 만터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읽다 보니 마음에 들었다. 뒤로 갈수록 내용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지만, 난 어쩌면 내가 읽고 싶던 내용을 기대하고 있었고 그 부분을 읽고 싶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주인공 남녀의 사랑이야기와 그들의 끊임없는 대화를 난 더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난 그런 대화가 그립다. 서로 마주보며 시시콜콜한 내용이라도 끊임없이 말하는 것, 주인공도 이 대화가 끊어지면 많은 것들이 사라질까 억지로라도 이어나가는 대화, 난 그런게 사실 그립다. 내 성격상 내 모든 걸 누군가에게 말하는 건 어색한 일이지만, 그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더 나아가 밤새 음악을 틀어 놓고 그 음악을 평가하며 이야기를 전개 하는 것도 굉장히 로맨틱하겠다. 아니면 기타하나를 가지고 서로 노래를 부르며 음악을 들으며 술을 천천히 마시며 즐기는 밤도 행복하겠다. 그런 대리만족을 이 책이 조금은 충족시켜 줬다는 데 난 감사했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건 예전부터 조그만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힘이 들 때 아무말 없이 안아주는 정도만 필요했는데, 그걸 읽지 못하고 왜 힘이 든지가 궁금해서 난 많이 어긋나 왔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치고 울어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그런 마음엔 변화가 없다. 워낙 평소에 복잡하니까, 가끔은 날 다독이는 건 역설적이게도 지독히 단순한 건데, 그게 잘 맞지 않으면 펑 하고 터져 버리는 것이다.
제목은 시간 보내기 였는데, 내용은 끊임없이 말하기가 되어 버렸다.
# by James | 2008/03/10 10:23 | [소소한 일상]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