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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입니다.



내용은 추가하겠지만, 기본적인 방명록이 되겠습니다. 덧글을 달고 싶으나, 글 내용과 상관이 없다면 이곳을 이용해주세요.






by James | 2010/12/31 22:59 | [소소한 일상] | 트랙백 | 덧글(7)

난 글을 못쓴다는 자기혐오


  어제 며칠 간 준비하던 과제물 하나를 제출했다. 매스컴과 관련된 수업이었는데, 이번 10.29 재보선 관련 언론보도나 정당게시판이나 인터넷게시판을 정해서 비교분석 하는 것이었다. 교수님께서 독창성을 요구하셨는데, 어떤걸 표본으로 할까 하다 주간지에 초점을 맞췄다. 주간지는 일주일에 한 번씩 나오고, 그로 인해 보도성격이 다를 것이라 판단하여 몇 달 전부터 계속 모아오기 시작했다. 시험기간도 있었고 생활도 바쁘다 보니 다 읽진 못했는데, 그래도 계속 모아왔다.

  과제 제출 기간이 다가옴에 따라 잡지를 다시 뒤적여봤는데, 이상하게 이번 선거 관련 글들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없는 주도 있어 무언가 내 준비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주 월요일에 방향을 급선회 하였는데, 선택이 쉽지 않았다. 그러다 선거 이전의 보도태도 보다는 선거 이후 결과에 따른 보도태도에 집중하자는 생각에 교수님께 조사 계획을 메일로 보냈다. 답은 긍정적이었고 난 자신감을 갖고 글을 써나갔다.

  논문의 형식이었지만 논문이라고 할 정도의 수준도 분량도 아니었다. 어찌되었든 논문의 형식으로 서론부터 차츰 써내려가기 시작했는데, 정말 빨리 써나갔다. 어찌나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예전에 읽었던 서적들도 다시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인용하며 글을 이어나갔다. 서론을 지나 연구방법과 문제제기를 거쳐 분석에 들어가는데, 난 분석이 제일 힘들었다. 이 내용은 뒷부분에 자세히 써내려 나가겠다.

  내가 선택한 언론 매체는 한겨레신문, 경향신문과 조선일보, 중앙일보였다. 과제물에 둘 이상의 비교만 있으면 됐는데, 왠지 더욱 확고한 차이를 느끼고 싶어 네 종류의 매체를 택했고, 선거 이후인 10월 29일 부터 11월 4일 까지의 보도를 분석하였다.


  한가지 놀라웠던 것은 생각보다 보수매체가 의도적인 내용이나 악의적인 제목을 두드러지게 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령, 참여정부 시절에는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라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웃지 않고 찡그린 표정의 사진을 자주 기재하던 보수매체였지만,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 결과 자체를 기사화했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내용의 깊이나 언어 사용에서는 아직도 매체별 시각차이가 보였고, 인용하는 말들도 달랐고 나아가 한나라당의 패배에 대한 후유증에 대한 평가도 달랐다.

  내 과제물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애초에 내 과제는, 언론사별 정치적 입장 혹은 선거 전 지지하는 정치인을 확고히 공표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 라는 인식에서 시작했다. 한 논문에서 어떤 교수는, 언론의 '편향성' 문제를 지적하며 미국이나 선진국의 경우에는 선거 전 정치적 지지자를 확실하게 밝히는 분위기가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편향성을 의식해서도 그러한 것이 이루어지면 안된다는 요지를 밝혔다. 난 거기서 부터 의문이 시작되었다. 왜 우리 언론은 그렇게 하면 안되는 것일까.

  그 '이유'에 관해선 내 과제물 논외였기 때문에 언급만하고 지나갔고, 내가 분석한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어떤 독자든 매체에 자주 접근한다면 그 매체의 정치적 성향이나 특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한 확고한 정치적 성격을 매체가 공표함에 있어 긍정적인 결론을 내리면서 나 자신의 주장을 이끌어 나갔다. 하지만, 거기에 덧붙여 매체별 부수차이가 좀 더 좁혀져야 하는 충분조건도 밝혔다.

  태어나서 이렇게 보수언론의 웹페이지를 자주 들락거리고 기사를 많이 읽었던 적은 없었다. 며칠 간 너무 많은 기사를 반복해서 읽은 탓인지 과제물을 제출할 때 즈음 되어서는 머리가 아팠다. 수정을 거듭하여 수업시간 20분 전에 마무리를 하고 프린트를 해서 수업에 참여했다.

  솔직히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 20분이 지나니 자기혐오로 변해가기 시작함을 느꼈다. 내가 지금 써놓은 이 글이 굉장히 서툴러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분석쪽은 자신이 없었다. 나 자신의 작위적인 해석이 포함되는 게 아닐까를 최대한 우려하면서 분석했지만, 그래도 내 선입견이 들어가 있진 않을까 고민됐다(그래서 '사설'은 자료에서 제외시켰다). 위에서 썼듯이 서론부터 문제제기 및 연구방법까지는 너무나 술술 써졌다. 왜냐하면 그냥 내 생각을 나열하는 것이고 내 지식을 바탕으로 쓰면 되는 것이니까. 하지만 분석부분에서 난 굉장히 힘들었다. 보수언론의 글을 읽는 것 때문인지, 아니면 내 분석능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한 글을 마무리 했을 때는 분명 만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조금 지나니 그 글이 너무 한심해보여 다 찢어버리고 싶었다. 게다가 남들이 제출하는 과제를 얼핏봐도 신경써서 했다는 게 너무나 쉽게 보였다. 또한 교수님께서, 과제물을 얼핏 봤는데 한겨레와 조선일보 비교한 것들이 되게 많았다, 자신이 그걸 선택하기 전에 남들도 그것을 선택할 것이라는 걸 몰랐나, 라는 내용의 말을 수업 중에 덧붙이는 순간부터 그 좌절감은 너무 커져갔다. 난 분석내용이나 방식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대상에 대한 독특함은 생각조차 안한 것이다. 그때부터 자기혐오와 이 수업에 대한 지루함이 세시간동안 날 휘감았다.

  금요일 오후 세 시부터 이루어지는 세 시간의 수업은 내가 가장 기대하고 재미있어하던 수업이었다. 하지만 어제따라 이상하게 굉장히 지루했다. 특정 논문을 모두 읽어오고 몇 명이 미리 그 논문의 분석 및 '현실과의 적용'에 관한 발표를 준비해오는데, 발표 할 때 논문의 분석이 너무 지루했던 것이다. 모두 다 읽어와서 아는 내용인데 마치 자신의 분석인 양 준비해온 대본을 읽어내려가는게 굉장한 '시간 낭비'로 여겨졌다. 논문에 있는 내용을 구어체로 바꿔서 설명할 뿐이지 반복이었던 것이다. 지금 내가 저 사람이 얼마나 잘 분석했는지를 보려고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인가? 난 연습장에 계속 '지루해..'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적어 내려갔고 질문도 하고 싶지 않았다. 대학생은 더 나아가 성인은 어떤 대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잘 없는 것일까, 아니면 그걸 말하기 꺼려하는 것일까.


  굉장히 기대하던 수업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고 엄청나게 열심히 준비했고 나름의 만족감을 가졌는데, 그 과제를 제출하자 마자 몰려온 자기혐오와 수업의 지루함과 고리타분함이 날 너무나 지치게 만들었다. 그래서 친한 애들에게 맥주나 한잔하자고 문자를 보냈더니 금요일이라 그런지 쉽게 긍정의 답이 왔고 난 내 답답했던 세 시간을 녀석들에게 말해줬다. 그런데 대답이 놀라웠다. 보통 요즘애들 발표 다 그런식으로 한다고. 자기가 준비해 온 대본 같은거 그냥 읽는다고. 어쩔 수 없지 않냐고.

  난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그게 무슨 대학생의 발표냐고. 발표라는 것은 대상에 분석도 있지만, 자기가 그걸 소화하고 자기만의 언어로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발표 때 예전에 있었던 '특정 사건'을 예 중 하나로 들면서, 그 특정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무슨' 일이었는지 조차도 모르는 데 그게 무슨 발표냐고 난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긴 하루가 흘러갔고, 난 너무나 지쳐서 인지 오늘은 늦잠을 자버렸다. 다음주에는 말하기(스피치) 발표가 있다. 내용적 준비도 다 되었고 구성도 다 되었고, 이제 스피치 원고만 작성하면 끝이다. 생각보다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어 좋다. 내가 좋아하는 과목과 학문을 공부하는 것이라 바빠도 좋다. 하지만, 이러한 허무감과 나 자신에 대한 실망 및 자기혐오가 엄습하면 난 그냥 욕조속으로 꼬르륵 하고 들어가 버리고 싶어진다. 물 속에서 '웅-'하는 소리만이 내 귀와 뇌속에 가득 퍼지는, 그 순간을 느끼고 싶어진다.


by James | 2009/11/07 14:52 | [소소한 일상] | 트랙백 | 덧글(2)

Joana Linda가 올려준 사진


  김연수 작가 얘기를 계속 하게 되는데, 그의 이번 소설집 <세계의 끝 여자친구>표지에 둘러져 있는 사진이 좋았다. 한 인터뷰를 보니 이 사진 작가가 이 표지에 나온 여자라고 했고, 그의 여러 사진들이 다 좋다고 했다. 나도 그 작가의 이름이 Joana Linda 라는 것을 알고 구글링을 했다. 네이버에서는 이미지 다운을 할 줄 몰라 이미지 검색은 거의 구글을 이용하는데, 이상하게 이 표지에 나온 작품이 보이질 않았다. 네이버에서는 몇년 전에 이 사진이 유행했는지 많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내 능력상 다운을 할 줄 모르니.

  그러다 이 작가의 웹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여러 작품들을 감상하다 그녀가 쓰는 Diary 메뉴가 보여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 글 중에 김연수 작가의 이번 책이 사진으로 올라 있는 것이다. 아마 자신의 작품이 표지에 실려 있으니 한 권 받은 모양인데, 자신은 무슨 내용인지는 모른다고 짧게 써놓았었다.

  그래서 난 그냥,
  당신의 그 사진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여기까지 왔다, 당신이 김연수 작가의 작품을 못 읽는다는게 참 슬프지만, 그 작가가 영어를 잘 쓰니까 그 작가보고 한 작품이라도 영어로 옮겨달라고 해봐라, 라는 말을 곁들이며(난 분명 두 사람이 만났거나 얘기해봤을 꺼라고 생각했다) 나도 당신의 그 사진을 찾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 사진이 너무 좋아서 내 노트북의 배경화면으로 사용하고 싶은데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만약에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불법이면 내가 사용 못해도 이해하겠다, 어찌되었든 내가 영어를 잘 못써서 당신이 이해를 못할까봐 미안하다, 앞으로 당신의 작품을 기대하겠다,

  라는 내용을 영어로 썼는데 그녀가 답을 달았다.
  자신은 김연수 작가를 본적도 얘기해본적도 없고, 그가 그렇게 인터뷰에서 얘기해줘서 고맙다고, 사이트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아마 자신이 홈페이지를 바꾸고 있는데 그래서 너가 못봤을꺼라고, 하지만 이젠 자기가 올렸으니 볼 수 있다고, 배경화면 문제는 해결 될 것이다,

  라고 답을 해줬다.

  난 촌스러워 그런지 몰라도, 그녀의 이런 답변을 보고 참 기분이 좋았다. 내 짧은 영어로 조그만 나라에 한 사람이 자신의 작품 중 하나를 출판이나 다른 용도로 써도 되겠냐는 계약관련 질문도 아닌, 너 작품 너무 좋아서 배경화면으로 깔고 싶은데 구할 수 없냐, 라는 나의 부탁에 친절히 홈페이지에 올려주고 링크까지 붙여주는 그런 상호작용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당당히 그녀의 사진을 배경으로 넣었다.

 
<사진은 클릭>

  민망해서 그녀의 웹페이지를 직접 링크하진 못하지만, 시간 나면 그녀의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by James | 2009/11/03 23:44 | [소소한 일상] | 트랙백 | 덧글(4)

김연수 작가 낭독회 정리(부산대)



  며칠 전에 썼듯이 부산에 간 김에 낭독회를 갔다 왔고, 말 그대로 정말 단편 하나를 낭독했다. 그리고 질문시간에 이어진 내용중에 기억나는 것만 기록하자면,

  김연수 작가는 다작을 하고 싶다고 했다. 웃으면서 말하긴 했지만 질보다는 양에 치우치고 싶어한다고 했다. 그래서 무조건 일 년에 한 권은 내는 작가고 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말하길, 작가의 위치가 굉장히 협소해졌다고 한다. 예전만큼의 영향력도 없어 작가가 사회적 발언을 해도 크게 공감을 일으킨다거나 사회적 파장이 일지 않는단다. 대신에 그 몫을 요즘은 연예인이 하는 것 같다고. 그래서인지 작가 자신은 사회적 발언이나 사회를 바꾸기 위한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자신은 그런 태도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작가라는 것은 원인과 결과 모두를 알고 있을 때 그것에 대해 작가가 쓰는 것이지 아직 끝나지도 않은 것에 대해 말하는 건 작가로서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 독자가 자신은 <청춘의 문장들>처럼 작가의 산문을 더 좋아하는데, 이런 얘기를 들으면 소설가로서 어떤 생각이 드느냐는 질문에, 이제 김연수 작가 자신은 그런 말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단다. 이 때 정말 웃겼는데, 어느 날 한 평론가가 자신이 쓴 산문들, <청춘의 문장들>이나 <여행할 권리>같은 것을 읽었는데 너무 좋았다고 칭찬하더란다. 근데 그 평론가가 주로 소설을 비평하는 사람이라서 절망했다고. 그러면서 그 비평가가 하는 말이, 소설을 산문처럼 써보지 않겠냐고, 그런 말도 들었는데 이제 더이상 흔들릴 게 없다고.

  또한 자신은 단편같은 것을 쓸 때 중간에 바뀌는 내용이 있다거나 퇴고할 경우에 쓴 것을 손 보는 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새로 다 쓴단다. 그렇게 10번 정도 쓰는 게 소설인데, 2 주일에 단편 하나 정도를 쓴다고 했다. 근데 그렇게 열심히 쓰고 나서 메일을 확인해보면, 잡지사나 이런 데서 예전에 청탁한 원고 독촉 메일이 와 있다고 한다. 지금은 그게 '씨네21'에서 연재하는 것이고(이것도 격주로 연재되는데, 2 주 라는 게 굉장히 빨리 돌아온단다). 여튼 그렇게 온 심혈을 기울여 소설을 쓰고 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쓰는 게 그런 산문 같은 것들인데, 그리고 그것들을 모아서 책으로 나오는 것인데 그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니 얼마나 힘이 빠질까. 이 때 굉장히 웃었던 기억이 난다. 가령, 어떤 밴드가 정규음반은 평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피쳐링해준 곡이나, EP 형식으로 음반을 낸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을 때의 기분일라까.

  실제로 모든 내용들이 있는 그대로이진 않을테지만, 그래도 작가의 진심이 느껴지긴 했다. 그래서 더 좋았던 것이고. 김연수 작가의 미투데이 글을 보니 내가 갔던 해운대가 아닌 광안리로 갔던 것 같다. 부산에서 죽도록 살고 싶었다고 썼는데, 그 이유가 신세계 센텀시티 때문이라고, 정말 신세계였다는데, 어떤 걸 사셨으려나.

  사투리가 배어있는 말투로 조곤조곤 얘기하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했고 작가란 이런 것인가(가령 요즘 좋았던 책을 추천해달라는 말에, 고문의 역사 같은 책을 보고 있는데 재미있다며),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대답도 있었다. 사실, 예전엔 몰랐는데 최근 들어 약간이나마 하루키와 비슷하지 않나(내용적인 것을 떠나, 소재랄까 아니면 작가의 행동이랄까 관심이랄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본인은 확실히 부인하던 인터뷰가 생각이 난다.

  이런 얘길 혹시나 김연수 작가님이 보면 화가 날지 모르겠지만, 난 그 분이 음악을 많이 듣는다는 게 좋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혹은 책을 추천해주는 것도 좋다. 난 그가 문학관련 과를 나온 것은 아니지만, 영어과를 다닌 것을 살려 번역을 한다거나 번역되지 않은 책들을 읽고 추천해주는 것도 좋다. 무언가 같은 시대를 비슷한 것을 공유하며 지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어서랄까. 나에게 있어 아직 그의 최고 작품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이다. 그의 다작중에 (내 견해에서) 이것을 뛰어넘는 작품을 꼭 다시 읽을 수 있길 바란다.


by James | 2009/11/03 18:12 | [소소한 일상] | 트랙백 | 덧글(6)

부산이다, 김연수 작가 낭독회, 그리고 주택


  목요일 오후 늦게 부산에 내려와서 쓰는, 첫 글이 되어버렸다. 목요일 저녁은 조용히 보냈고, 금요일에는 서면에서 오랜만에 아이온시티 스타벅스를 들려 커피를 마시고 부산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김연수 작가 낭독회'를 다녀왔다.

  부산에 살면서도 부산대는 거의 세 번 정도 밖에 가보질 못했는데, 내가 다니는 학교에 비해 엄청나게 큰 사이즈에, 엄청나게 압도되어 버렸다. 하긴, 내가 특히 다른 대학은 거의 가보질 않았으니. 제 2도서관 이란 곳을 찾아가야 했는데, 한참을 올라 갔고 중간에 그 학교 학생인듯 한 사람에게 세 번이나 물어봐야 했다. 그리고 학교에 굉장히 큰 건물이 있었는데 그곳에 영화관과 옷가게, 그리고 스타벅스와 커피빈을 제외한 수많은 카페가 밀집해 있었다. 아마 여기에선 커피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어찌되었든 힘들게 도착했는데 입구에서 김연수 작가님을 만나게 되었다. 역시 스크린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 영화배우 느낌이 났다. 낭독회는 정말 김연수 작가가 단편 하나를 다 읽었다. 과연 가능할까 싶었는데, 정말 다 읽었다. 시나리오의 느낌을 내듯이, 작가가 글을 쓸때 상상했던 대사와 간격을 그대로 지키려 노력하며 조명도 조절하고 음악도 틀며 낭독회를 이어 나갔다.

  역시 제일 기대했던 질문 시간에는 기본적인 질문이 오갔고, 작가의 말처럼 질문과 한발을 걸친 듯한 답변이 길어져, 시간 관계상 질문을 많이 하질 못했다. 나도 질문이 하나 있었는데 : 영문과를 나왔는데 글을 쓴다는 게 쉽게 연관이 잘 되지 않는데, 작가에게 있어 번역이라는 역할 외에 영어가 글 쓰는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내가 볼 때 이번 소설집 <세계의 끝 여자친구>에서 첫 작품인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가 한국어와 영어의 접목을 약간 연관시키려는 시도로 보이는데 내가 오버한 것인지. 내가 기대하기에, 김연수 작가의 작품에서는 한국어에 영어적 요소 혹은 연관성을 가미시키거나(용어가 아니라 언어적 측면에서), 아니면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글을 기대하는데 그것에 관한 생각은 어떤지, 였다. 말로 풀어쓰니 질문이 명쾌하지 않은데, 어찌되었든 이번 낭독회에서는 이런 질문하기가 좀 힘든 분위기여서 난 뒷줄에 앉아 작가의 답변만 유심히 들었다.

  낭독회가 끝나고 사인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난 내 이름을 한글로 '제임스'라고 적었다. 혹시나 이글루를 하는 김연수씨가 날 알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었는데, 내 차례가 되어서 이름을 보더니, 이름이 제임스에요? 라는 평범한 말이 올 뿐이었다. 난 웃으면서 그렇다고 했는데, 사인을 다 하고 이상하게 날 뚫어지게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그 전부터 독자의 얼굴을 유심히 보는 것 같긴 했는데, 나중에 얘길 들어보니 내가 사인받고 돌아오는데도 날 계속 쳐다보셨다는. 궁금하셨을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집은 나도 처음 보는 집이다. 학기 중간에 집이 이사를 했는데, 오랜만에 주택에서 살게 되었다. 천장은 높지만 집은 낡았다. 새 벽지와 장판이 그 느낌을 많이 지우긴 했지만 그래도 그 특유의 분위기를 지울 수 없다. 박스에 차곡 차곡 담아 두었던 책은 아무런 계보도 장르의 구분도 없이 책장에 마구 꽂혀 있었고, 책장은 너무 많은 책을 넣어서 인지 가운데가 내려 앉고 있는 것 같고 책장이 휘어졌다(니야님, 니야님 책장은 안그런가요? 예전에 추천해 주신 그 책장인데. 하얀색).



  노트북을 가져오길 잘한 것 같다. 노트북 스피커로 Kings of Conveniece 의 <Riot On An Empty Street> 앨범을 듣고 있는데 이 느낌이 지금 너무 좋다. 왠지 이 앨범은 이 노트북 스피커로 들어야 한다는 듯이. 처음에 Kings of Conveniece의 이 앨범을 아무런 정보도 없이 큰 레코드점에 가서 여러 앨범중 하나를 선택했고, 그냥 들었는데, 사실 말그대로, 그냥 그랬다. 기분에 따라 심심함과 산뜻함이 번갈아가며 다가왔었는데, 요즘에 듣는 이 앨범은 새로움이 제일 크다. 맥주와 커피가 동시에 어울리는 음반은 잘 없는데, 이 음반은 나에게 그렇다. 그래서 이번에 이 앨범은 서울 갈 때 CD를 챙겨갈 생각이다. 이번 새 앨범을 주문할 예정이라는 것은 당연한지도.


  무엇보다 지금 이 집이 좋은 건 내 방의 크기다. 고시텔의 좁디 좁고 먼지가 잘 빠지지 않는 방에서 2개월 넘게 있었더니 약간 들뜬 느낌도 없지 않지만, 내일 오후에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 커피메이커도 다시 가져 올라갈 생각이라, 당분간 아메리카노의 소비량이 줄어들거라 예상한다. 서울은 비가 많이 왔다지만, 부산은 따뜻하고 맑았다. 이럴 때 난 내가 살고있는 이 땅이 아래 위로 길다는 걸 실감한다. 땅의 길이와 상관없이, 갑자기 아쉬움이 크게 내 맘속에 머문다.

by James | 2009/10/31 21:48 | [소소한 일상] | 트랙백(1) | 덧글(4)

힘나는 Metallica live


  오늘 랜덤으로 듣다가 오랜만에 Metallica Live shit 앨범이 흘러 나왔는데,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이 라이브에서 Master of Puppets 부르기 전 멘트가 너무 좋다. 그리고 제임스 목상태도 너무 좋은 것 같고.




  이건 이 앨범 라이브는 아니지만, 그 당시 비슷한 멘트 하던 라이브.




  이건 앨범 버전.


  시험이 끝나서 일까, 괜히 들떴다. 학교에서 간단히 낮부터 맥주 한 캔도 마시고. 아마 지금까지 시험 중에 제일 잘쳤지 않나 싶고. 그만큼 열심히 했으니까, 라는 생각도 들고. 어찌되었든 이제 완벽히 적응 완료. 하지만 쓰고 싶은 글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

  이번 주말에 다 토해야지. 지금 이 순간엔 영화들이 너무 보고 싶다. 보고 싶은 영화가 너무 많이 개봉한다.

by James | 2009/10/22 12:26 | 트랙백 | 덧글(9)

분명 뇌도 훈련된다


  어제 총 세 과목의 시험을 봤고, 다시 경험한 것이지만, 자신이 교수와의 코드가 안 맞으면 시험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나온다는 것. 보통 대학생 정도 되면 이 정도는 알아야 하고 어떤 부분은 쉽게 나가도 되고 하는 생각이 교수들에게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정확히 맞아 떨어지면 올레라고 소리 치는 거고, 그게 안맞으면 혼자 하루종일 40kg 가방메고 올레길을 오르막으로만 걷는 것이 되는 거고. 예전에 분노의 글을 쓰게 만든 교수님이 날 또 시험 후 분노하게 만들어서 이걸 어떻게 글로 풀어낼까 고민중.

  이제 세 과목이 남았고 내일 두 과목과 다음날 한과목인데, 내일 칠 두 과목중 한 과목의 범위가 넓어서 이걸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을 했는데 세 시간만에 다 봐버렸다. 다시 보긴 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개념과 용어가 머리에 쏙쏙들어와서 나도 깜짝 놀랐다. 분명 뇌가 단련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 논문을 두, 세 편 읽어가야 하는 수업도 있고 평소에 뻑뻑한 글들을 읽어내려고 하다보니(이번 시험기간엔 원서를 엄청 봤고 예상문제에 대한 답도 영어로 다 외워버렸다, 단어가 아닌 문장을) 뇌가 단련된 느낌이 든다. 분명 밥도 먹고 커피도 먹으면서 공부하는데 뇌가 상쾌한 느낌. 운동한 다음날 몸이 뻐근한데, 그게 또 운동을 하면 자연스레 풀리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래서 조금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생각은 목요일에 시험이 끝나면 얼마 전에 서점에서 사온 책들을 보는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서점가서 보고 싶은 것들 몇권을 직접 골랐는데 펴보지도 못했다. 그리고 다음주 목요일 저녁엔 부산에 잠시 내려갈 생각이다. 김연수 작가의 강연이 다음주 금요일 부산대에서 있다는데, 당첨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지금은 약간 들뜬 느낌. 힘내.

by James | 2009/10/20 16:38 | [소소한 일상] | 트랙백 | 덧글(6)

집에서 공부하는 자


  이번엔 무조건 집에서 공부했다. 도서관에 책 대출하러 갈 때 빼고는 열람실에 발도 들여놓지 않았다. 분명 집이란 곳은 유혹이 많다. 컴퓨터도 있고 침대도 있고. 하지만, 초반에 좀 힘들긴 했지만 중반부터는 완전 내 세상인 양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가끔 힘들 때 커다란 아메리카노를 사오고 과일도 조금 챙겨먹었다. 현재 수강하는 과목은 9과목인데 다음주에 6과목만 치고 그 다음주에 한 과목을 추가로 친다. 남은 두 과목은 시험 없이 평소 과제로 하는 듯.

  내일 월요일에 3과목을 본다. 그 중에서 원어로 수업하고 원어로 서술해야 하는 시험이 있는데 최고의 부담이었다. 그래도 여차여차해서 지금은 95% 정도 달성했고 내일 비평시험 하나를 치른 후 마무리 지을 생각이다. 이번 학기는 거의 다 재미있어 하고 쉬운 과목들이라 처음으로 장학금을 노리고 있는데, 그 어려운 시험 때문에 힘들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빛이 조금은 보여 안심하고 있다. 중요한 건 수요일에 두 과목과 목요일에 한 과목이 있는데 아직 한번도 들춰보지 못했다는 거. 게다가 내일은 5시에 시험이 끝나고 과외도 있으니.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하루종일 아무 수업이 없다거나 해야 할 일이 없을 경우 더욱 힘들다. 그것을 이겨내는 순간 난 새나라의 어린이가 된 마음으로 몸과 마음을 바쳐 날 위해 충성을 다하려고 한다. 그 하루는 다른 이틀 보다 더 값진 순간이다.

  오늘 공부는 여기까지 하려한다. 이번 시험 공부는 절대 밤을 새지 않을 생각인데, 지금까지는 잘 지켜지고 있다. 예전에 일본어 시험 전날 밤새 공부하다 새벽 5시에 더 이상 단어가 안외워져서 그 시험을 그냥 포기하고 안들어 간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용기 혹은 객기를 부릴 수 없다.


  하루종일 잔뜩 공부하고 듣는, iTunes가 랜덤으로 제공해주는 음악들이 살살 녹아들게 한다. 깜찍하게 Janis Joplin을 틀고는 U2를 들려준다. 힘내.


by James | 2009/10/18 23:34 | [소소한 일상] | 트랙백 | 덧글(4)

너무 바쁘다


  너무 바쁘다. 블로그 글을 읽을 시간도, 글을 쓸 시간도 너무 모자라다. 잠이 날 엄습하고, 난 그것과 싸우고, 거기서 이기면 눈을 뜬다. 그 싸움은 4시간 정도다. 내 몸은 다시 또 움직이고, 난 말하고 쓰고 읽는다. 오랜만에 시험기간이다. 남들에 비해 많은 6과목이다. 갑자기 좋은 음악 CD 3장 정도가 주문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시험기간에 그것만 듣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듣기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현실.

by James | 2009/10/14 19:46 | [Short] | 트랙백 | 덧글(2)

리쌍 - <우리 지금 만나(feat. 장기하와 얼굴들)>


리쌍 - 우리 지금 만나(Feat. 장기하와 얼굴들)



  지금은 시간이 없어 노래만. 아무리 우울해도 이 곡을 들으면 기분이 너무 좋아진다. 진짜 잘한다.

by James | 2009/10/11 12:09 | [음악적인 삶]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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