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이스크림보다는 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콜라 보다는 사이다를 좋아 하는 나. 탄산보다는 이온음료를 더 좋아 하는 나. 양치 후에 마시는 물한컵을 좋아 하는 나. 손이 더러운 걸 못참아 과자 먹을 때도 손가락 두개만 사용하는 나. 식당에서도 식탁에 팔 올리고 먹는 걸 싫어해 한쪽 팔은 언제나 식탁 밑으로 넣어놓고 어정쩡하게 밥 먹는 나. 누군갈 만났을 때 무슨 얘길 해야하나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 생기는 자리를 싫어 하는 나. 시계는 왼손보다는 오른손에 끼는 걸 더 좋아 하는 나. 아저씨 같아도 비오는 날은 큰 우산을 쓰는 걸 좋아하며 눈 오는 것 보단 비오는 걸 좋아하며, 비오는 것 보단 비올 듯 말듯 한 날을 더 좋아하는 나. 노래가사가 가사가 아닌 하나의 악기처럼 들리길 좋아 하는 나. CD를 사도 부클릿은 사고 나서 한번 볼 뿐 그 이후엔 거의 보지 않고 모시는 나. 책을 볼 때 밑줄 긋거나 표시 하지 않는 나. 식사 중간에 과일이나 과일이 들어간 음식을 동시에 먹는 걸 싫어 하는 나. 캬라멜 보다는 초콜릿이 더 달콤한 나.

  이렇게 난 한 범주에 속하지 못하는데, 사회와 사람은 날 범주에 가두려 한다. 난 수많은 경계를 가지고 이제 사회와 사람을 대하련다. 그 경계에 서서보면 우린 다 다른 사람이 될테니까. 그곳에서 결핍을 발견하면 난 그 결핍을 사랑하련다. 상대도 내 결핍을 사랑해주오.

by James | 2008/07/06 11:37 | [Short] | 트랙백

내가 이래서 이하나를 좋아 하나보다





내가 이래서 이하나를 좋아 하나보다.


by James | 2008/06/23 13:18 | [소소한 일상] | 트랙백 | 덧글(3)

가슴이 갑갑하다


  몇 시간 후면 난 다시 부대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겠지. 어느 순간부터 외박이든 휴가든 별로 들뜬다는 느낌이 잘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일까, 복귀하는 순간에도 별 느낌 없었는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오후 12시가 지나니 가슴이 갑갑해져 오기 시작했다. 크게 싫은 것도 아니고, 생활이 힘든 것도 아닌데, 이 느낌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남들보다 많은 책을 읽고, 내가 좋아하는 CD 10장을 듣고, 체력적으로 힘든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닌, 나인데,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걸까. 어떻게 보면 참 단순하면서도 간사하게 느껴진다. 입대 전에는 이글루에 글 못써서 어쩌지, 라며 걱정했고, 이등병때 처음 인터넷 했을 때의 그 설레임은 사라진지 오래이고, 이곳에서 예전만큼의 재미를 못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마음만 먹으면 매일 인터넷도 이젠 할 수 있는데, 인터넷 이란 매체 자체가 재미가 많이 없어진 느낌이다, 유행에 뒤쳐지는 건진 몰라도. 이젠 거의 10개월 정도 남았는데, 난 뭐하고 있는지 간혹 모를 때가 있다. 내 마음을 들뜨게 해주는 소설을 읽다가도 이건 잠시 덮어 두고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워야 하는 건 아닌가 고민해 본다. 그렇게 먹먹함과 갑갑함이 내 가슴을 짓누르나 보다.

  난 다시 웃으며 지내겠지만, 이젠 무언가 확실한 '무언가가' 생겨야 하는 건 아닐까. 지나온 시간만큼 남은 시간도 그만큼의 속도로 지나갈 텐데, 난 어떻게 해야 하는지.

by James | 2008/06/17 16:54 | [소소한 일상] | 트랙백

차라리 추억은




  차라리 지나가버린 추억은 없는 게 낫다는 걸 가끔 깨닫는다. 많은 것들이 시간이라는 약에 의해 미화된다지만, 그것 보다 더 좋은 건 차라리 다 잊어 버리는 거다. 나도 이젠 떨어져 가는 기억력을 탓하지 말고, 그걸 이용해 다 잊어 버리고 지워버리고 싶다. 미련을 버린다는 건, 나라는 사람이 좀 더 발전한다는 근거다, 이제는.

by James | 2008/06/01 11:20 | [Short] | 트랙백

마냥 걷기


  요즘은 달리는 것 만큼 걷기도 좋아 자주 걷고 싶어 한다. 잠시 외박을 나온 터라 서울을 향하면서도 그냥 걷고 싶었다. 그래서 짐도 최대한으로 줄이고 복장도 편하게 해서 서울행 KTX에 몸을 실었다. 외박 나오기 전 부터 몸이 조금 안좋았는데, 시간이 흐를 수록기침도 심해졌다. 오랜만에 간 교보와 반디는 여전히 마음에 들었고 바뀐 위치들도 좋았다. CD를 사주겠단 그녀 얘기에 그녀가 말하는 나만의 "놀이터"인 핫트랙스로 가서, 그녀는 "이바디 골라야지?"라며 질투심 가득한 질문을 던진다. 호란을 좋아하는 날 두고 하는 얘기일터. 그러나 난 피식 웃으며 팻 메스니와 멀다우의 앨범을 찾는다. 그러면서 그들의 2집이 나온 것을 알고 덜컥 충격을 먹는다. 그래도 순서가 있지, 라며 1집 하나를 들고 그녀에게 건넨다. 그러고 보니 정말 오랜만에 CD를 고르는 것 같다. 매번 출타 할때마다 이번에는 잔뜩 사야지, 라며 다짐하지만 거의 하나도 내 돈으로 사진 않은 것 같다.

  다음 날 홍대를 갈까 하다 삼청동으로 길을 걷는다. 햇빛이 따뜻하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도 없다. 마냥 걷는다. 이곳 저곳 바뀐 걸 느끼며 그녀와 조용히 이야기하며 길을 걷는다. 아직은 때가 많이 묻지 않은 컨버스도 마음에 든다. 그러나 진한 커피가 먹고 싶어 이곳 저곳을 기웃 거리다 '커피 방앗간' 이란 곳을 소개받고 들어간다. Take out 하려고 했으나 사장이 밥 먹는다고 잠시만 기다려 달라길래 별 고민없이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좋다. 빛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음악도 좋고, 커피 맛도 좋다. 아메리카노 리필도 좋고 낙서도 좋다. 난 거침없이 셔터를 누르며 잘 하지 않는 장난을 치며 그녀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한다. 그동안 뭔지도 모르게 내 가슴속에 쌓였던 무언가가 휙 하고 사라지는 느낌이다. 난 엎드렸다 웃었다 글 썼다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좋더라, 한마리 고양이처럼.

  계속 걷는다. 명동으로 가는 길을 따라 이동한 스폰지하우스도 구경하고 (실망감을 감출순 없더라) 북적거리는 명동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한 걸음 한걸음이 가볍고 경쾌하며 기분이 좋다. 그러다 시간이 되어 서울역으로 간다, 그리고, 아쉬운 작별.

  자리가 없어 입석을 타게 되었다. 통로에 자리가 있다는 걸 예전부터 알고 있던 나는 제일 빨리 들어가 내 자리를 잡으려고 서 있다, 열차가 출발하고 자리에 앉는다. 창밖으로 보이는 빛이 좋더라, 책도 눈에 안들어 오고 난 그냥 덜컹거림과 옆에서 우는 외국인 꼬마아이의 소리와 그리고 빛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나쁘지 않다, 이 정도면.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부산으로 돌아온다.


by James | 2008/05/13 14:55 | [소소한 일상] | 트랙백 | 덧글(2)

칼럼이 좋다


  언제 부터인가 개인적인 내용이 많이 묻어 있는 칼럼들이 좋았다. 깊이 있지 않아도 좋고 가벼워도 좋다. 순전히 자기만의 언어로 한 두가지 이야기를 인용해 가며 늘어가는 자신만의 생활 이야기가 좋다. 그걸 읽다 보면 내가 지금 현재에서 살아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가끔 구해서 보게 되는 무비위크에서도 영화 관련 글도 좋지만 개인적인 칼럼들이 더 눈에 들어 오는 게 조금 좋은 건 아닌가 보다. 가끔은 이런 칼럼들만 잔뜩 묶인 잡지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가벼운듯 무거운듯 자신만의 이야기를 현실과 결부시켜 써내려간 글들을 뭉텅이로 읽고 싶다는 생각. 그런 점에서 PAPER가 비슷하다 하겠지만, 이곳에선 칼럼이란 느낌보단 지극히 개인적이거나 혹은 소설처럼 허구가 많이 들어 있는 글들이 많아 딱 적합하다 할 수 없다. 이건 내가 요즘 에세이를 좋아 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할까. 일상과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쉽게 가벼워지지 않는 이 느낌. 요즘 난 이런 느낌이 좋다.

by James | 2008/05/05 16:23 | [Short] | 트랙백

끝까지 살아 남아라, 영광도서-


  갑자기 얻게 된 휴가, 그리고 복귀 전날. 혼자 집에서 깔깔대며 TV를 보다 오후가 되어서야 집을 나서서 서면으로 나갔다. 언제나 그렇듯이 많은 책을 구매하겠다는 굳은 다짐을 가지고 영광도서와 교보문고를 거쳤다. 하지만 내 손에 남은 책은 한 권도 없었다. 영광도서는 예전엔 없던 검색 시스템이 생겼으나 이 검색 시스템은 단지 책이 이 공간에 있냐 없냐 이외에는 다른 정보는 주지 않았다, 아마 직원 전용을 조금 변형시켰을 뿐이리라. 그리고 많은 것들이 변했다. 한 층 전체를 문제집 관련 코너로 변화 시킨 모습이나 인문이나 사회과학 관련 서적 코너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한 때 좋아했는데, 아쉬움때문에 한참 한권의 책을 찾다 끝내 못 찾고 나와 버렸다. 그리고 교보문고. 더 이상의 애정은 없다. 새로 나온 책들이 놓은 코너는 내 흥미를 끄는 책은 보이지 않았고, 군에 있는 내가 느끼기에도 별로 새롭게 다가 오지 않는 책들이 여전히 새코너에 놓여 있었다. 이곳이 서울의 교보문고와 다른 점은 일종의 업데이트가 상당히 느리다는 것이다. 가끔은 직원이 귀찮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 예전엔 쉬운 검색과 세련됨, 그리고 '교보문고'라는 이름에 의한 애정이 있었지만, 이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냥, 그저 그런 조금 큰 동네서점 이하로만 느껴질뿐.

  그렇게 한참을 사는 것 없이 실망만 가지고 서점을 나와선 멍해져 혼자 커피나 마시며 PSP나 해버렸다. 그러다 제사에 참여할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비는 걸 느껴 구석탱이에 있는 영광도서가 생각났다. 언제나 그 위치 때문에 가기가 머뭇거려 졌는데, 그냥 아무런 기대 없이 한번 발걸음을 옮겨 봤다. 1층을 대충 둘러 보고 2층, 3층으로 올라가 본다. 어렸을 적 기억 때문들일까, 여전히 이곳은 낡아 있다는 느낌이고, 오래되었다는 느낌이다. 사람들도 다 나이가 있어 보인다. 그러다 김혜리 기자의 책이 보인다. 일러스트도 내가 좋아 하는 박훈규가 그려서 정말 득템! 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놀라웠다. 살까 말까 고민하다 지갑속을 생각하고는 한숨지으며 책을 내려놓는다. 소설 쪽으로 가보니 꽤나 많은 책들이 있다. 최신 작품들부터 오래된 작품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란 말에 어울리게 디스플레이 되어 있다. 바닥 뿐만 아니라 책장에도 꽤나 다양한 책들이 있어 그 속에서 슬며시 웃음을 지어 본다. 그러다 깨닫는다. 이곳이 이제 나에겐 최고구나, 하고. 그동안 멀다고 오래되었다고 나도 모르게 무시하고 있었구나, 라고. 이런 곳이 살아 남아야 하는데, 라는 안타까움도 들고(실제로 어떤진 모르겠지만).

  그러다 원서를 보러 지하로 발걸음을 옮기고 더 감탄해 버렸다. 꽤나 다양한 책들이 파트별로 분류되어 있었다. 교보와 동보서적을 갔을 때는 정말 뭔가 없어 보여 쉽게 구미가 당기지 않았고, 몇 년 전 유행하던 책들도 메인으로 그대로 올려 놓고 사람들의 손때가 타 너덜너덜해진 페이퍼북을 계속 올려놓고 있던 교보문고. 그러한 곳과는 사뭇다르게 나에게 오랜만에 들뜸을 안겨준 영광도서.

  밖으로 나와 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1시간이나 훌쩍 넘어 버릴 정도로 난 그곳에서 즐겼던 것이리라. 나오면서, 그 앞 포장마차의 불빛과 할아버지들의 고함소리, 그리고 버스소리. 그곳을 지나며 혼자 되뇌어 본다, 끝까지 살아 남으라고. 내가 틈날 때마다 올테니, 살아남으라고. 넌 나에게 이제 또 다른 내 방앗간이 될꺼라고.

by James | 2008/04/27 12:58 | [소소한 일상] | 트랙백

..너 나르시시즘 아냐?



  얼마전 한 후임이랑 얘기를 하게 됐다. 녀석의 배경도 그렇고 학벌도 그렇고 여기선 쉽게 접하지 못하는 인물이라 처음 왔을 때부터 잘해주고 했는데, 최근에 더욱 친하게 됐다. 그러다 슬쩍 꺼냈다. "너 나르시시즘 아냐?"라고.

  그 녀석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나에게 그런 점이 있다는 걸 인정하더라. 그러면서 내가 한참 내가 겪은 일과 내가 왜 그런 걸 내가 느끼는지 그리고 나르시시즘에 속한 자기혐오가 어떻게 발현되었는지를 줄줄 얘기했다. 그랬더니 녀석은 나에게 "그건 이기주의 입니다, 하하." 나도 모르게 뜨끔하더라. 그래,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그러면서 나의 여성성향이나 그런 걸 얘기 했더니 대뜸 "가부장적이십니다."란다. 난 또 띵 해버렸다.

  알랭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를 보면 그런 말이 나온다. 남자가 여성을 보호해야 하고 그들의 권익을 높여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면에는 남자 스스로 여성보다 우위에 있다는 걸 인정하고 나오는 말이라고.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나보고 가부장적이라고 말하는 것에 난 당황해 버렸다, 난 아닌데. 언제나 동등한 입장에 두도록 노력하며 살아왔다 생각했는데. 물론, 그 녀석의 평이 무조건 맞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난 안그렇지만 남에 의해 그렇게 보일 수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서 내가 막 부정을 하니 녀석은 그런말을 한다. 공산주의를 옹호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독재를 수용한다는 느낌이랄까.

  사실, 난 이런게 좋다. 바랬는지도 모른다. 내가 굉장히 힘든 나날과 나 스스로도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며 지내던 날들, 그 때 나에게 필요 했던 건 "넌 이런 이런게 잘못되었어."라는 냉철한 말이었는데, 내 주위에선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난 그렇게 또 시간을 흘려 보냈지만.

  생각해 보니, 내 이야기를 해본지도 오래된 것 같다. 너무 오랜만에 얘기해버려 난 하지 말아야 할 얘기도 해버린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그래도, 좋았으니까.

by James | 2008/03/23 08:55 | [소소한 일상] | 트랙백 | 덧글(2)

can't take my eyes off of you


  오랜만에 뮤즈가 듣고 싶더라, 그래서 곡을 검색하다 그들이 부른 can't take my eyes off of you이 있어 반복적으로 들어 본다. 예전 중학교 때던가, 컨스피러시를 보며, 멜 깁슨이 계속 듣는 그 노래를 나도 흥을 거렸더라. 영화 내용이 그 당시 나에겐 받아 들이기 쉽진 않았지만 그 노래만은 계속 내 귓가에 입가에 맴돌았다. 노래방에서도 가끔 부르고 mp3로도 듣고 당시에 MAX던가 NOW던가에도 들어 있어 자주 듣고 불렀다. 제목에서 off of you를 어떻게 발음해야 하나 아무리 들어도 잘 모르겠고 그냥 of you로만 발음해 버리던 그 시절이 있었는데.

  사실 뮤즈의 이 곡을 처음 들을 땐 인디 밴드들이 생각났다. 왠지 편곡이 그런 느낌이랄까. 어찌되었든 중간에 잠시 기타리프 소리 뒤에 나오는 게 목소리 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옛 생각에 글을 쓸만큼 계속 듣게 되네.


http://blog.naver.com/lhw92420?Redirect=Log&logNo=130028785829

요건 영상

by James | 2008/03/15 18:49 | [음악적인 삶] | 트랙백 | 덧글(1)

시간 보내기


  여기 있는 기간이 흐를 수록, 1년이 다 되어 갈수록 그만큼 밖으로 나가는 빈도도 늘어 가는 것 같다. 저번달에 휴가를 갔다 이번달 말에 또 외박을 갈 예정이니. 언제나 처럼 두손 가득 책을 들고 위병소를 들어 오겠지.

  아직 상병도 되지 않았지만, 한 분대에서 어떤 직책을 떠맡게 되었고 날 거슬리게 하던 선임들은 대부분 전역을 해버렸고 하는 중이다. 난 남들에 비해 편하디 편한 생활을 하고, 그 여유속에서 책을 손에서 때지 않고 읽어 내려 간다. 저번 휴가 때 들고 온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나에게 꽤나 큰 고통을 준 책이다. 중간 중간 집어 던질까 말까를 수십번 고민하다 2주만에 다 읽었다. 예전에 씨네21을 보다 추천의 글을 읽고 1년 동안 살까 말까 고민하다 선택했는데, 난 아직도 그들의 유머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더라. 이 부분에서 웃어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실제로 웃음이 나오진 않는 그런 어중간함, 그런게 계속 반복되고 내용은 뒤죽박죽인 것처럼 느껴지고 내용 이해를 위해 앞으로 되돌아 가는 건 도저히 엄두가 안나더라. 700여 페이지를 정말 소리치며 읽었다, 분명히, 나에게 안 맞는 책도 이 세상엔 있는 법이니까.

  그러나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꽤 좋았다. 사실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도 읽다 만터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읽다 보니 마음에 들었다. 뒤로 갈수록 내용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지만, 난 어쩌면 내가 읽고 싶던 내용을 기대하고 있었고 그 부분을 읽고 싶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주인공 남녀의 사랑이야기와 그들의 끊임없는 대화를 난 더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난 그런 대화가 그립다. 서로 마주보며 시시콜콜한 내용이라도 끊임없이 말하는 것, 주인공도 이 대화가 끊어지면 많은 것들이 사라질까 억지로라도 이어나가는 대화, 난 그런게 사실 그립다. 내 성격상 내 모든 걸 누군가에게 말하는 건 어색한 일이지만, 그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더 나아가 밤새 음악을 틀어 놓고 그 음악을 평가하며 이야기를 전개 하는 것도 굉장히 로맨틱하겠다. 아니면 기타하나를 가지고 서로 노래를 부르며 음악을 들으며 술을 천천히 마시며 즐기는 밤도 행복하겠다. 그런 대리만족을 이 책이 조금은 충족시켜 줬다는 데 난 감사했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건 예전부터 조그만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힘이 들 때 아무말 없이 안아주는 정도만 필요했는데, 그걸 읽지 못하고 왜 힘이 든지가 궁금해서 난 많이 어긋나 왔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치고 울어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그런 마음엔 변화가 없다. 워낙 평소에 복잡하니까, 가끔은 날 다독이는 건 역설적이게도 지독히 단순한 건데, 그게 잘 맞지 않으면 펑 하고 터져 버리는 것이다.



  제목은 시간 보내기 였는데, 내용은 끊임없이 말하기가 되어 버렸다.


by James | 2008/03/10 10:23 | [소소한 일상]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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